이번주에 눈에 띄는 책 가운데 엘즈비에타 에팅거의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산지니, 2013)가 있다. 소개는 "스승이었던 마틴 하이데거와 연인관계였던 아렌트의 사상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사상 이전에 존재하였던 두 철학가의 사고 전개과정 속 실마리를 찾고자 한 것이다."라고 돼 있지만 두 철학자의 사적인 관계를 들춰냄으로써 아렌트 연구자들에게 격렬한 반발을 사기도 했던 책이다(엘리자베스 영-부루엘의 <아렌트 읽기>를 참조). 그래서 주의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기도 한데, 이왕 나왔으니 같이 읽을 만한 책들과 묶어놓는다. 카트린 클레망의 실명 소설 <마르틴과 한나>(문학동네, 2003)은 알라딘에서만 품절된 걸로 나온다. 다나 빌라의 <아렌트와 하이데거>(교보문고, 2000)은 절판됐는데, 두 사람의 철학을 조명한 깊이 있는 연구서이다(번역은 썩 좋았던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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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행간에 놓인 사랑과 철학, 위대한 대화들
엘즈비에타 에팅거 지음, 황은덕 옮김 / 산지니 / 2013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3년 08월 05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한나 아렌트 지음, 서유경 옮김 / 텍스트 / 2013년 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3년 08월 05일에 저장
구판절판
아렌트 읽기- 전체주의의 탐험가, 삶의 정치학을 말하다
엘리자베스 영-브루엘 지음, 서유경 옮김 / 산책자 / 2011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08월 05일에 저장
품절
한나 아렌트 전기- 세계 사랑을 위하여
엘리자베스 영 브륄 지음, 홍원표 옮김 / 인간사랑 / 2007년 11월
55,000원 → 52,250원(5%할인) / 마일리지 1,570원(3% 적립)
2013년 08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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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최재봉의 문학풍경'을 옮겨놓는다. 최재봉 기자가 여름에 진행한 '로쟈의 러시아문학 읽기'(http://blog.aladin.co.kr/mramor/6389785) 수강 소감을 올려주셨다. 참고로 이번 가을에 진행할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는 9월 9일 개강 예정이다.

 

 

한겨레(13. 08. 05) 19세기 러시아문학과 보낸 한철

 

월요일 저녁이면 데이트가 있었다. 상대는 19세기 러시아문학. 광화문 북카페로 강의를 들으러 갈 때면 데이트에 나가는 심정이었다. 인터넷 서평꾼으로도 알려진 러시아문학자 ‘로쟈’ 이현우 선생이 강의를 이끌었다. 수강생은 열명 안팎.

 

6월17일부터 7월29일까지 7주에 걸쳐 강의가 진행되었다. 러시아문학의 아버지라 할 푸슈킨부터 체호프까지 일곱명의 일곱 작품. 세 번째 순서였던 레르몬토프를 제하면 매우 익숙한 작가와 작품들이었다. 그럼에도 강의는 새로웠고 유익했다. 혼자 책을 읽고 자료를 뒤지면서 하는 공부와는 전혀 다른 성취감을 주었다.

 

생각해 보면 강의 내용을 공책에 받아 적어 가면서 공부를 해 본 것이 얼마 만이었던가. 학교 문을 나선 뒤로는 강의를 듣기보다는 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최근에만도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지식나눔 강연’에 나가 말품을 팔았던 터였다.

 

쉰 넘은 ‘아저씨’가 수강생이랍시고 나타나면 다른 이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듣자 하니 인문학 강좌의 수강생은 절대 다수가 이삼십대 여성들이라던데. 첫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는 어쩐지 쑥스럽다 못해 주눅까지 드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동료 학생들 중에는 제법 나이 지긋해 뵈는 남성들이 섞여 있었다.

 

푸슈킨이라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다인 줄 알았다. 러시아문학이란 것이 푸슈킨에 와서야 비로소 성립했고, 러시아문학 전체를 ‘푸슈킨 하우스’라 부르며, 푸슈킨의 작품 독자로 한데 묶인 러시아 사람들을 ‘푸슈킨 공동체’라 이른다는 사실을 새로 배웠다. 도스토옙스키가 푸슈킨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청중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든가, 망명작가 나보코프가 푸슈킨보다 꼭 100년 뒤인 1899년에 태어난 사실에 은근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는 식의 ‘푸슈킨 커넥션’도 기억에 남았다. 푸슈킨의 대표작인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오페라로 만들면서 차이콥스키가 주인공 오네긴을 싫어한 나머지 오네긴의 아리아를 만들지 않았다는 ‘여담’ 역시 재미졌다.

 

레르몬토프의 연작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이번 강의를 통해 처음으로 접한 작품이었는데, 그 현대성이 놀라웠다. ‘나와 세계의 맞섬’이라는 낭만주의적 세계관을 극단적으로 밀고나가는 주인공 페초린은 혐오와 매력의 양가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죽음으로 이어진 푸슈킨의 결투를 다룬 시 <시인의 죽음>으로 데뷔한 레르몬토프가 푸슈킨보다 무려 열살이나 어린 스물일곱 나이에 역시 결투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은 흔히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대립을 다룬 작품으로 해석되지만, 결혼 여부를 기준으로 전혀 다른 대립쌍을 구성하는 로쟈 선생의 관점이 참신했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제목을, 각각 톨스토이의 육체적 자아와 정신적 자아를 대리하는 두 주인공 이름을 따 ‘안나와 레빈’으로 해도 좋았겠다는 견해 역시 그럴듯했다. 그러나 체호프 희곡 <갈매기>의 여주인공 니나를 긍정 일변도로 해석하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다. 니나에게 과연 그럴싸한 ‘미래’가 있을지, 그는 드라마가 끝나도록 여전히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월요일의 데이트는 일단 끝났다. 가을에는 20세기 러시아문학이라는 새로운 상대와의 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다.(최재봉 문화부 기자)

 

13. 0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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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다운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열심'이라는 걸 인정해도 좋겠다. 지지부진한 독서를 만회하기 위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얼른 골라놓는다. 주중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건 나도 꽤나 '열심'이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정유정의 <28>(은행나무, 2013)이다. 덧붙일 것도 없는 책이고, 지난달에 이미 꼽은 바 있기도 하다. 한국소설이라면 구병모의 <파과>(자음과모음, 2013)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도 자연스레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와 겨룰 만한 소설을 더 고른다면 거물급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클로저>(알에이치코리아, 2013), 일본의 젊은 기대주 모리 아키마로의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포레, 2013), 그리고 경찰청 근무 경력의 부부 작가 박하와 우주의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예담, 2013) 등을 연이어, 혹은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여름이니까.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고미숙의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북드라망, 2013)이다. 다산과 연암의 라이벌 평전을 시도한 것으로 역시나 군말이 필요 없는 책. 박제가의 <북학의>(돌베개, 2013) 정본 번역본이 나온 김에 임용한의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위즈덤하우스, 2012)까지 더 얹어도 좋겠다. 박제가의 라이벌은 누구였던가. 찾아보니 이덕무를 꼽기도 하는군...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데카르트의 <정념론>(문예출판사, 2013)이다. 현대과학적 시각에서 보면 소박한 면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그 내용의 깊이나 통찰력으로 볼 때, 우리 현대인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몸과 관련지어 감정을 놀라울 만치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관련한 논의로서 이 책은 하나의 의미 있는 고전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평이다. 아울러 '지젝의 모든 것'을 압축한(?)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새물결, 2013)도 이달에 씨름해볼 만한 책이다. 휴가비가 줄어든다는 부담은 있더라도...

 

 

 

어려운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최근에 나온 입문서들을 참고해도 좋을 듯한데, 로제 폴 드르와의 <처음 시작하는 철학>(시공사, 2013), 롤란트 W. 헹케 등의 <철학 입문>(북비, 2013), 나오미 잭의 <한 권으로 끝내는 철학>(작은책방, 2013)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각각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미국에서 나온 교재용 책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다. 저명한 경제학자가 불평등의 값비싼 정치적 대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책. 결론은 물론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샘 피지개티의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알키, 2013),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부자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 2013)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와이즈베리, 2013)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기도 해서 화제가 됐던 책. "여성이 사회 또는 조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편견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담은 자기계발 성격이 강한 자서전"이다. 여성 자기계발서 범주에 속하는 책으로 피터 모들러의 <오만하게 제압하라>(리더스북, 2013), 앤 프란시스의 <딸들의 경영시대>(메디치미디어, 2013) 등도 눈에 띈다. 여성이 주름잡는 시대가 과연 올 것인가..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브라이언 클레그의 <과학을 안다는 것>(엑스오북스, 2013)이다. "우리 몸은 과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축소판 우주이다. 이 책은 사람 몸을 탐색하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풀어간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인류의 진화로부터 최근 뇌과학까지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 몸에 대한 과학으로 서울대 교수진의 교양강의를 묶은 <뇌, 약, 구, 체>(동아시아, 2013)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우리 몸은 아니지만, 깃털에 관한 흥미로운 자연사로 소어 핸슨의 <깃털>(에이도스, 2013)도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가오싱젠의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창작론. 그의 희곡도 <버스 정류장>(민음사, 2002)과 <피안>(연극과인간, 2008)이 소개돼 있다.

 

 

예술분야의 조금 전문적인 책으론 독일의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시각예술의 의미>(한길사, 2013)이 최근에 나온 묵직한 책이다. <도상해석학 연구>(시공사, 2002)가 나온 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의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1,2>(한길아트, 2006)도 번역된 바 있다. 당장 장바구니에 넣어놓는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소영현 등의 <감정의 인문학>(봄아필, 2013)이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었다.

저자들은 열정과 분노, 슬픔과 공포, 위안과 기대, 그리고 평온과 광기에서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발견하고 감정의 역사성을 되짚는다. 감정의 젠더를 질문하고 감정의 계급성을 되새긴다. 이를 위해 영화와 드라마,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분석거리로 삼았다. 비단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만 의의를 둔 책은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감정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면서 저자들은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 또한 회복하고자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지금-여기’의 삶에 대해 인문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들의 표현으론 ‘함께 고민하는 인문학’의 한 사례다.

저자들은 연세대의 사회인문학 사업단의 연구교수로 재직중인데, 책은 감정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사회인문학 전반의 기획에 대해서는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한길사, 2011)를 참고할 수 있다. 더불어 강추할 만한 이달의 교양서는 젊은 국문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담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푸른역사, 2013)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서진석의 <좋은 아빠의 자격>(북라이프, 2013)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습득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책. 아무리 그래도 좀 꺼려지는 분야의 책이다(이래저래 비교가 될 터이기에). 권오진의 <행복한 아빠학교>(행복한미래, 2013), 손석한의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혁명>(웅진주니어, 2006) 등이 같은 부류의 책이란 것 정도만 더 적어둔다.   

 

 

 

10. 하루키

 

나대로 고른 주제는 하루키다. 하루키 강의를 준비하면서 관련서들을 읽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걸로는 시바타 쇼지의 <무라카미 하루키 &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늘품, 2013)이 유익하다(무국적 작가로 불리던 하루키를 소세키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국민작가로 재평가하는 것이 책의 포인트이다). 하루키 번역자이기도 한 제이 루빈의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문학사상사, 2003)은 아직까지도 영어권에서 나온 가장 좋은 입문서일 듯한데, 원서도 개정판이 나온 만큼 번역도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 고모리 요이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고려대출판부, 2007)은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정밀한 독해이면서 가장 비판적인 하루키론이다.  

 

13. 08. 04.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이번에 정암학당 번역판이 나온 플라톤의 <파이돈>을 고른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죽음 장면을 다룬 대화편으로 영혼불멸 사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엄중한 극적 상황을 배경으로 선택함으로써,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행한 것들과 이야기한 것들에 특별한 중요성과 무게를 부여하고 있다. <파이돈>은 플라톤이 전하는 소크라테스의 백조의 노래인 것이다." 이미 나와 있는 번역본들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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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을유문화사, 2013)에 대한 간략한 독후감을 적었다.

 

 

한겨레(13. 08. 05) 공산주의 마을을 누가 파괴했을까

 

‘소비에트 유토피아문학의 정수’로 소개됐지만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1928)는 소련에서 거의 부재했던 작품이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분위기를 타고 정식으로 출간된 게 1988년이기 때문이다. 이해에는 역시나 금서였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도 출간돼 러시아 독자들과 만났다. <닥터 지바고>의 경우, 러시아혁명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인 만큼 소련에서 공식 출간되지 않은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에겐 ‘반공문학’으로 읽히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누구보다도 사회주의 이념에 헌신적이었던 철도노동자 출신 작가의 대표작은 어째서 금지됐던 것일까.

 

전체 3부로 구성된 장편 <체벤구르>의 주인공은 사샤 드바노프이다. 어부였던 그의 아버지는 죽음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서 두 발을 밧줄로 묶고 호수에 몸을 던졌다가 죽었다. 죽음을 마치 여느 마을에 마실을 가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사샤는 아이들이 많은 드바노프 집안에 입양되지만 끼니를 제대로 이을 수 없는 가난 때문에 구걸에까지 나선다. 방랑자이자 기계공인 자하르 파블로비치가 그를 양자로 거두며, 혁명이 일어나자 두 사람은 당원이 된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도록 볼셰비키는 텅 빈 심장을 가져야 한다는 양아버지의 교훈을 품고서 사샤는 당의 명령에 따라 진정한 공산주의 마을을 찾아 떠난다. 당과 무관하게 자생적인 혁명이 일어나 공산주의를 건설한 마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자 코푠킨이 사샤의 동행이 돼준다.

 

두 사람은 순례 길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유명인의 이름으로 개명한 마을도 거쳐 간다. 혁명 이후의 삶은 그 이전과는 다른 삶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들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되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됐다. 그리고 무엇이 새로운 완벽한 삶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사회주의가 무엇이고 어떻게 건설해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예컨대 ‘도스토옙스키’는 사회주의를 좋은 사람들의 모임 같을 걸로 생각했을 뿐이어서 필요한 물건이나 건물에 대해서 무지했다. 사샤와 코푠킨이 도착하게 되는 공산주의 마을 체벤구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부르주아를 몰아내고 스스로의 힘으로 건설한 이 공산주의 유토피아에서는 태양도 이전보다는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이들의 ‘낙원’은 얼마나 보존될 수 있을까. 소설의 결말에서 체벤구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 군대의 공격을 받고서 파괴된다. 코푠킨을 포함해 동지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사샤만이 홀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온다. 사샤는 언젠가 아버지가 몸을 던졌던 호수로 걸어들어간다.

 

 

비극적으로 보이는 결말은 사회주의에 대한 플라토노프의 지극한 염려를 반영하는 듯이 보인다. 궁금한 것은 ‘외부 군대’의 정체를 작가가 어째서 모호하게 했을까 하는 점이다. 당시로서 적은 혁명군(적위군)이거나 반혁명군(백위군)일 수밖에 없다. 체벤구르가 반혁명군에 의해 파괴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모호하게 처리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혹 플라토노프는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이상적 공산주의 마을은 자본주의뿐 아니라 현실사회주의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현실사회주의를 ‘현실과 타협한 사회주의’로 이해하게 되면 억측은 아닐지도 모른다.

 

13. 08.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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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에 슬라보예 지젝이 방한한다는 소식은 전했다. 최근에 나온 <말과 활>(창간호)에 실린 지젝의 기고문도 일부 옮겨놓은 적이 있는데, 9월 둘째주에 이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될 듯하다(알라딘에 조만간 공지가 뜰 것이다). 주저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가 나오면서(번역서 제목은 타이핑할 때마다 묘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관련기사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중앙일보의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헤겔과 마르크스, 라캉을 접목해 자신만의 이론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한 지젝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이다. 실천적 철학자이면서 ‘문화이론의 엘비스’라 불릴 만큼 인기도 높다. 난해한 이론 전개로도 유명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9일, 미국의 사상가 노엄 촘스키(MIT 교수)가 “지젝이 얘기하는 것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못하겠다”고 꼬집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인기높은 그를 e-메일로 만났다.(이은주 기자)

-엄청난 분량의 책이다. 정치 팜플렛 같고, 철학적 논고를 담고 있는가 하면 문화 평론으로 읽히기도 한다.

 

“20~30년 동안 꿈꿔온 ‘필생의 역작’(opus magnum)이다. 이 두꺼운 책이 영어권에서만 1만부가 팔리고 현재 10여 개국에서 번역되고 있다. 특히 영어 이외의 언어로 번역돼 출간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동안 어둠 속에 있던 헤겔을 다시 조명하고, 지금 한참 유행하고 있는 라캉의 전혀 새로운 얼굴을 하나로 결합시켰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왜 헤겔인가.
“헤겔은 읽으면 읽을수록 경이로운 사상가다. 그는 대학생 때 프랑스 혁명을 대환영했다. 그러나 혁명은 곧 공포정치로 변질됐다. 그래도 그는 자유 이념이 역사의 종언을 향해 가리라는데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그것은 프로이센의 군주제와 관료주의로 귀결되고 말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이야기 아닌가? 헤겔은 21세기라는 ‘우리 시대의 아들’이다.”

21세기 지구촌의 현실이 헤겔이 마주했던 역사적·정치적 상황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에 ‘무(無) 이하인 것(Less Than Nothing)’이라는 개념에 천착했다. 이는 ‘있음’과 ‘없음’이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을 넘어선다. 책에서 그는 셜록 홈즈와 경찰서장의 대화를 인용했다. “제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까?” “그렇소. 그날 밤 개의 이상한 행동을 놓치지 마시오.” “그날 밤 개는 전혀 짖지 않았는데요.” “그게 바로 이상한 행동이오.” ‘없음’은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없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어떤 것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진보적 사유’하면 흔히 마르크스를 든다. 그런데 당신은 헤겔의 복권에 무게를 뒀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마르크스’는.

“기준은 우리 시대가 당면한 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마르크스나 헤겔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헤겔이, 그리고 ‘헤겔의 반복으로서의 라캉’이 우리 시대의 교착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책에서 마르크스야말로 헤겔을 오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겔의 많은 부분이 유물론적인 반면 마르크스의 많은 부분이 관념론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마르크스는 국가를 폐지한 사회주의를 제창했으나 전체주의 등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진보주의가 좌절했다는 것이다. 반면 헤겔은 여전히 국가를 최고의 해결책으로 고민했다고 강조한다. 지젝은 “오늘날 가장 서둘러야 하는 과제는 국가가 금융 부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당신이 보기에 ‘진보적인 것’의 기준은.

“‘보수’와 ‘진보’라는 말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헤겔이 가르치는 대로 개념은 시대정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자본가들은 경제적으로 최고의 혁신가이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다. 또 중국의 정치가들은 이념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옹호하지만 가장 뛰어난 ‘자본가’(이 말을 여러 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이기도 하다. 진보와 보수는 한 사람에게도 공존하는 등 일종의 아이러니 속에 있는 것이다.”

지젝은 9월 24~29일 한국을 찾는다. 경희대 특강, 세계적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 등과 함께 하는 학술대회 참석 등이 예정돼 있다. 그는 “한국은 놀랍지 않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해야 할 정도로 경이롭고 신비한 나라”라며 “분단 등 정치적 상황도 흥미롭고, 눈부신 경제 성장이나 영화 분야에서의 활약도 놀랍다”고 말했다.

 

<헤겔 레스토랑>에 대한 포스팅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주 금욕적으로 읽고 있다. 이번주에는 기사 인용으로 포스팅을 대신한다...

 

13.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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