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다운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열심'이라는 걸 인정해도 좋겠다. 지지부진한 독서를 만회하기 위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얼른 골라놓는다. 주중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건 나도 꽤나 '열심'이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정유정의 <28>(은행나무, 2013)이다. 덧붙일 것도 없는 책이고, 지난달에 이미 꼽은 바 있기도 하다. 한국소설이라면 구병모의 <파과>(자음과모음, 2013)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도 자연스레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와 겨룰 만한 소설을 더 고른다면 거물급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클로저>(알에이치코리아, 2013), 일본의 젊은 기대주 모리 아키마로의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포레, 2013), 그리고 경찰청 근무 경력의 부부 작가 박하와 우주의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예담, 2013) 등을 연이어, 혹은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여름이니까.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고미숙의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북드라망, 2013)이다. 다산과 연암의 라이벌 평전을 시도한 것으로 역시나 군말이 필요 없는 책. 박제가의 <북학의>(돌베개, 2013) 정본 번역본이 나온 김에 임용한의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위즈덤하우스, 2012)까지 더 얹어도 좋겠다. 박제가의 라이벌은 누구였던가. 찾아보니 이덕무를 꼽기도 하는군...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데카르트의 <정념론>(문예출판사, 2013)이다. 현대과학적 시각에서 보면 소박한 면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그 내용의 깊이나 통찰력으로 볼 때, 우리 현대인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몸과 관련지어 감정을 놀라울 만치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관련한 논의로서 이 책은 하나의 의미 있는 고전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평이다. 아울러 '지젝의 모든 것'을 압축한(?)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새물결, 2013)도 이달에 씨름해볼 만한 책이다. 휴가비가 줄어든다는 부담은 있더라도...

 

 

 

어려운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최근에 나온 입문서들을 참고해도 좋을 듯한데, 로제 폴 드르와의 <처음 시작하는 철학>(시공사, 2013), 롤란트 W. 헹케 등의 <철학 입문>(북비, 2013), 나오미 잭의 <한 권으로 끝내는 철학>(작은책방, 2013)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각각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미국에서 나온 교재용 책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다. 저명한 경제학자가 불평등의 값비싼 정치적 대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책. 결론은 물론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샘 피지개티의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알키, 2013),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부자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 2013)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와이즈베리, 2013)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기도 해서 화제가 됐던 책. "여성이 사회 또는 조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편견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담은 자기계발 성격이 강한 자서전"이다. 여성 자기계발서 범주에 속하는 책으로 피터 모들러의 <오만하게 제압하라>(리더스북, 2013), 앤 프란시스의 <딸들의 경영시대>(메디치미디어, 2013) 등도 눈에 띈다. 여성이 주름잡는 시대가 과연 올 것인가..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브라이언 클레그의 <과학을 안다는 것>(엑스오북스, 2013)이다. "우리 몸은 과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축소판 우주이다. 이 책은 사람 몸을 탐색하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풀어간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인류의 진화로부터 최근 뇌과학까지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 몸에 대한 과학으로 서울대 교수진의 교양강의를 묶은 <뇌, 약, 구, 체>(동아시아, 2013)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우리 몸은 아니지만, 깃털에 관한 흥미로운 자연사로 소어 핸슨의 <깃털>(에이도스, 2013)도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가오싱젠의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창작론. 그의 희곡도 <버스 정류장>(민음사, 2002)과 <피안>(연극과인간, 2008)이 소개돼 있다.

 

 

예술분야의 조금 전문적인 책으론 독일의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시각예술의 의미>(한길사, 2013)이 최근에 나온 묵직한 책이다. <도상해석학 연구>(시공사, 2002)가 나온 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의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1,2>(한길아트, 2006)도 번역된 바 있다. 당장 장바구니에 넣어놓는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소영현 등의 <감정의 인문학>(봄아필, 2013)이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었다.

저자들은 열정과 분노, 슬픔과 공포, 위안과 기대, 그리고 평온과 광기에서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발견하고 감정의 역사성을 되짚는다. 감정의 젠더를 질문하고 감정의 계급성을 되새긴다. 이를 위해 영화와 드라마,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분석거리로 삼았다. 비단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만 의의를 둔 책은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감정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면서 저자들은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 또한 회복하고자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지금-여기’의 삶에 대해 인문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들의 표현으론 ‘함께 고민하는 인문학’의 한 사례다.

저자들은 연세대의 사회인문학 사업단의 연구교수로 재직중인데, 책은 감정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사회인문학 전반의 기획에 대해서는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한길사, 2011)를 참고할 수 있다. 더불어 강추할 만한 이달의 교양서는 젊은 국문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담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푸른역사, 2013)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서진석의 <좋은 아빠의 자격>(북라이프, 2013)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습득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책. 아무리 그래도 좀 꺼려지는 분야의 책이다(이래저래 비교가 될 터이기에). 권오진의 <행복한 아빠학교>(행복한미래, 2013), 손석한의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혁명>(웅진주니어, 2006) 등이 같은 부류의 책이란 것 정도만 더 적어둔다.   

 

 

 

10. 하루키

 

나대로 고른 주제는 하루키다. 하루키 강의를 준비하면서 관련서들을 읽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걸로는 시바타 쇼지의 <무라카미 하루키 &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늘품, 2013)이 유익하다(무국적 작가로 불리던 하루키를 소세키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국민작가로 재평가하는 것이 책의 포인트이다). 하루키 번역자이기도 한 제이 루빈의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문학사상사, 2003)은 아직까지도 영어권에서 나온 가장 좋은 입문서일 듯한데, 원서도 개정판이 나온 만큼 번역도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 고모리 요이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고려대출판부, 2007)은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정밀한 독해이면서 가장 비판적인 하루키론이다.  

 

13. 08. 04.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이번에 정암학당 번역판이 나온 플라톤의 <파이돈>을 고른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죽음 장면을 다룬 대화편으로 영혼불멸 사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엄중한 극적 상황을 배경으로 선택함으로써,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행한 것들과 이야기한 것들에 특별한 중요성과 무게를 부여하고 있다. <파이돈>은 플라톤이 전하는 소크라테스의 백조의 노래인 것이다." 이미 나와 있는 번역본들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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