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공지다.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를 펴낸 이후에 여러 공공도서관에서 러시아문학 강의를 부쩍 많이 하게 됐다. 이달부터 올해 안으로 네댓 곳 정도의 강의가 더 예정돼 있는데, 빠른 순서로 하면 일단은 노원평생학습관'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4회차), 그리고 남산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남산 목요 인문학'의 한 꼭지로 '(로쟈와 함께 하는) 러시아문학의 이해'(8회차)가 있다. 러시아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4.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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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하세가와 히로시의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교유서가, 2014)를 고른다. 제목이 일러주듯 책은 저자가 고른 '철학의 명저' 열다섯 권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아니 딱히 분야가 '철학'에 한정된 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나 도스토옙스키(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그리고 보들레르의 <악의 꽃>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 정도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일본에서 헤겔 주요 저작의 재번역으로 명성을 얻은 학자이고 국내에도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도서출판b, 2013)이 먼저 소개된 바 있다(일본의 헤겔학 수준에 대해서는 <헤겔 사전>(도서출판b, 2009)을 통해서 어림해볼 수 있다).

 

그렇게 마음대로 스무 권 정도의 책을 골라서(실제로 저자가 고른 건 열다섯 권) 자유롭게 써보는 일이라면 나도 어떤 목록을 고를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서문을 읽으며 좀 부럽게 느껴진 대목이 있다. 하세가와는 이렇게 적었다.

처음으로 잡은 것이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다. <방법서설>은 오치아이 다로 역, 노다 마타오 역, 오바세 다쿠조 역, 다나기와 다카코 역 등 몇 종의 일본어역이 있다. 어느 번역본이 좋을까. 나 또한 헤겔을 번역하느라 꽤나 고생했던 터라, 번역본을 적당히 고를 수는 없었다. 구할 수 있는 대로 다 구해서 눈앞에 늘어놓고, 몇 번이나 비교하면서 읽은 뒤, 모호한 일본어 표현이 적고 문장에 리듬이 있는 노다 마타오 역을 골랐다.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서 다룬 15권의 작품 가운데 <기독교의 본질> <색채에 관하여> <눈과 정신>을 제외한 열두 작품은 여러 종의 일본어역이 있다. 도서관에 가서 가능한 한 많은 역서를 들춰보고, 일본어 표현이 알기 쉽고 문장에 격조가 있는 것을 선정기준으로 삼아 텍스트를 선정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묘미는 (번역상으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 '선정 과정'에 있다. 우리는 어느 만큼 그 선정 과정의 즐거움과 (즐거운) 고충을 느껴볼 수 있을까.

 

 

좀 비관적인 기분이 들긴 했지만, 막상 찾아보니 상황이 아주 나쁜 건 아니다. 가령 하세가와는 '인간'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알랭의 <행복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세 권을 글거리로 삼았는데, 모두 한국어로도 복수의 번역본이 있다. <행복론>의 경우에는 비교해봄직한 번역본이 대여섯 종이고, <리어왕>은 물론 그보다 훨씬 많다. <방법서설>은 좀 아쉬운 편이지만, 서너 종 가량의 번역본을 참고할 수 있다.

 

 

또 '아름다움'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하세가와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 비트겐슈타인의 <색채에 관하여>, 메를로퐁티의 <눈과 정신>을 골랐는데, <악의 꽃>의 경우 서너 종의 번역본이라면 좀 빈곤한 편이다. <색채에 관하여>는 과문하여 접해본 적이 없고(한국어판 비트겐슈타인 선집에도 빠진 것 아닌가?), <눈과 정신>은 <눈과 마음>(마음산책, 2008)으로 번역됐었지만 절판된 상태.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당연하게도 눈앞에 책이, 많은 경우엔 번역본이 있어야 한다. 어떤 책, 어떤 번역본으로 읽어야 할지 고심할 권리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더 훌륭한 번역본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독자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출판계의 탄식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바람일까...

 

14.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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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대표작이 하나 더 번역됐다. <미국의 목가>(문학동네, 2014). 퓰리처상 수상작인데, "필립 로스는 <미국의 목가>를 시작으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으로 이어지는 '미국 3부작'을 발표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어떤 작품인가.

 

1997년에 발표된 <미국의 목가>는 광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1960년대 말의 혼돈스러운 미국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몰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위상에 도취되어 한껏 달아오른 미국의 취기가 베트남전쟁의 실패와 맞물리며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지는지를, 그 몰락의 파도 속에 개인의 삶이 어떻게 비극 속으로 휩쓸려 가는지를 예리하게 펼쳐 보인다.

개인적으론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미국문학 강의를 해오면서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포크너를 다루었고, 5월에는 스타인벡을 다룰 예정인데(http://blog.aladin.co.kr/mramor/6947583), 내년쯤에는 20세기 후반기로 넘어와서 솔 벨로와 필립 로스 등을 일정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주요 작품 서너 편을 고르려고 하는데, 미리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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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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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2 (무선)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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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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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1 (무선)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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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346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안나 폴릿콥스카야의 <러시안 다이어리>(이후, 2014)를 다루었다. 2006년 암살당한 러시아의 인권운동가이자 여성 기자 안나의 마지막 일기인데, 2004년은 나도 러시아에 있던 때라서 많은 시사적 사건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암담한 러시아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겹쳐지기도 해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시사IN(14. 05. 03) 우리는 러시아와 얼마나 다를까

 

안나 폴릿콥스카야를 아시는가. 푸틴 정권의 반테러 정책과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하고 고발해온 여성 기자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런 비판을 허용할 만큼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2005년 당시 러시아는 세계에서 언론활동을 하기에 가장 위험한 다섯 나라 가운데 하나였고,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폴릿콥스카야는 2006년 10월 자신의 아파트 계단에서 괴한의 총격에 의해 살해되었다.


‘러시아의 양심’이 암살당한 이후로 불행하게도 러시아 국민은 이제 또 다른 안나 폴릿콥스카야를 갖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그녀의 기록과 증언이 러시아인들에게만 의미를 지니는 건 아니다. 권력자와 권력집단의 탐욕과 비양심이 어떤 국가적 재난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폴릿콥스카야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체첸전쟁의 비리와 참상을 폭로한 <더러운 전쟁>에 이어서 출간된 <러시안 다이어리>가 갖는 의의다.

 


<러시안 다이어리>는 그녀가 남긴 최후의 기록이다. 2003년 12월부터 2005년 8월까지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을 기술했다. 2003년 12월에는 두마(러시아의 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고 2004년 3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다. 우리가 아는 바대로 푸틴이 재선에 성공해 집권 2기로 접어들게 되는 해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옐친이 러시아연방을 통치하던 시기에 이슬람 주도로 체첸 지역의 분리‧독립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자 러시아가 이를 강제로 진압하면서 발생한 것이 제1차 체첸전쟁(1994-1996)이다. 그리고 폴릿콥스카야는 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주역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KGB 국장 출신으로, 옐친에 의해 전격 후계자로 발탁된 푸틴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크렘린에 입성하기 위해 또 한 번 전쟁을 일으킨다. 제2차 체첸전쟁(1999-2000)이다. 러시아군은 전쟁 중에 위법적 살인과 납치, 강간, 고문 등을 일삼았고 폴릿콥스카야는 그 실상을 대담하고도 용기 있게 폭로했다.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 한 기자의 힘이 최고 권력자를 꺾을 수는 없었다. 푸틴은 높은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되고 더욱 강력한 권력체제를 갖춘다. 그는 의회를 무력화하고 입법부와 행정부를 실질적으로는 통합함으로써 과거 소련 체제를 부활시켰다(‘푸틴의 제국’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민의 동의다.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와 도전, 곧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아무도 항의하거나 궐기하지 않았다. 폴릿콥스카야가 보기에 그 결과는 소련 시절로의 회귀다. “다만, 이제는 관료적 자본주의를 가미해서 국가 관료가 어떤 사유재산가나 자본가보다 더 부유한 거물급 올리가르히(산업, 금융재벌)로 존재하는, 약간은 손보고 가꾼, 세련된 소련으로.”  


일례를 들어보자. 2004년 9월 러시아 남부 베슬란 시의 한 초등학교에 체첸 반군이 잠입해 학생 1000여 명을 인질로 잡은 사건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살해당하는 참사로 끝났는데, 그녀가 문제 삼는 것은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였다. 기자로서의 양심과 신념을 저버린 텔레비전 진행자와 방송기자들이 내보낸 보도의 대략 70%가 거짓이었고, 국영방송의 경우는 90%가 거짓이었다. 1,200명에 이르는 여자와 어린이들이 인질로 잡혀 있었지만 언론은 354명이라고 보도함으로써 테러범들을 자극했다. 언론의 기만적인 자기 검열이 작동한 최악의 사례였다.


폴릿콥스카야의 폭로와 염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의 경고에 귀를 닫고 있고, 당국자들은 자기 몫 챙기기에만 바쁘다. 뭔가 기시감이 들지 않는지. 우리는 러시아와 얼마나 다른 사회에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14.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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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고 좋은 소식은 없었다. 저녁에 인문학협동조합에서 기획한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녹음을 하고 귀가했다. 6월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밀린 일들로 넘어가기 전에 습관처럼 새로 나온 책들을 검색하다가 두 권에 눈길이 멈춘다. 하나는 로렌스 H. 킬리의 <원시전쟁>(수막새, 2014)이고, 다른 하나는 워드 윌슨의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플래닛미디어, 2014)다.

 

 

<원시전쟁>의 원제는 <문명 이전의 전쟁>(1996). 그밖에 책소개는 아무것도 뜨지 않지만, 옥스포드대출판부에서 나온 것이니 엉터리는 아니겠다. 부제는 '평화로운 야만인이라는 신화'. 즉 문명 이전 사회에서는 다들 평화롭게 살았을 거라는(요순시절처럼?) 추정이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폭로이겠다. 발굴된 두개골 가운데 성한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잔혹했던 시절이었다는 얘기. 암튼 관심도서로 바로 주문할 참이다.

 

'이주의 발견' 일순위는 <원시전쟁>이지만, 덧붙일 내용이 별로 없어서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까지 더 얹는다. 이 또한 소개글이 없기는 마찬기지다. 다만 “핵무기가 왜 효과가 없는지를 가장 잘 분석한 훌륭하고 독창적이며 중요한 책”이라는 추천사가 붙어 있다. 분량도 별로 두껍지 않다.

 

 

최근 올리버 스톤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역사(The Untold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에서 2차 세계대전 편을 보다가 당연히 핵무기(원폭)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갖게 됐는데, 마땅히 찾아볼 수 있는 책이 별로 없었다(보통 핵무기와 국제정치를 다룬 책).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가 기본서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아, 폭력에 관해서라면 언어학자이자 인지/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 왜 폭력이 감소했는가>도 소개됨직하다(짐작엔 번역중이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TED강의를 보니 핑커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구석기 시대와 견주어도 현대인이 훨씬 덜 폭력적이고 온순해졌다는 주장을 입증한다. 문제는 그렇게 온순해진 현대인이 누른 단추 하나로 수만 명, 혹은 수십 만 명이 희생될 수도 있는 유례 없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총기 살상만 하더라도 그렇다. 온순해진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는지...

 

14.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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