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학기행의 마지막 9일차는 연장전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조식후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엑스트라 일정들이 남아있을 뿐. 시차가 있어서 내일아침 출근시간대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무탈귀가만 남겨놓게 된다(지방에서 오신 분들은 다시 국내여행 모드로 전환, 한고비를 더 넘어야 하지만). 모든 게 식사후 설겆이에 비유될 수 있는 일정이다.
어제의 메인식사는 바르샤바봉기박물관 방문이었다. 이미 한강의 <흰>에 대해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우리가 아는 범위에서 봉기박물관 방문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작품은 <흰>이 유일하다. 그걸 고려해 봉기박물관 방문을 최초 일정에 추가했던 것인데, 쇼팽박물관 방문이 리모델링 공사로 무산돼(쇼팽콩쿨 기념동상 찾아가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동상주변도 공사중이었지만 멀찍이서 동상은 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핵심일정이 되었다.
방문 소감을 질문으로 표현한다면, 봉기박물관 견학을 빠뜨린 바르샤바 여행이 가능할까쯤이 되겠다. 바르샤바가 1944년 8월 봉기의 결과, 나치독일의 무자비한 파괴대상이 된 사실은 토막역사상식인데, 봉기박물관을 상식을 체험으로 바꾸어준다. 체험의 강도는 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의 역사에서도 시민봉기와 저항의 경험은 낯설지 않아서 자연스레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3.1운동과 바르샤바봉기, 제주4.3, 그리고 80년 광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고리들이 이어지면서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
봉기박물관을 방문하고서 일행은 한식당에서 부대찌개로 점심을 대신했다. 오후는 자유시간. 나는 나대로의 숙제를 했는데, 15-20분씩 도보로 아이작 싱어의 현판이 있는 크로치말나 거리를 지나 스탈린양식의 건축, 문화과학궁전 건물을 보고(모스크바에 온 것 같은 착시를 갖게 했다), 코스타커피점에서 브레이크타임을 가진 뒤(막간에 적자면 폴란드는 커피값이 우리보다 비싸다), 숙소 쪽으로 이동해서 문인들이 자주 찾았다는 북카페(부제니에 시비아타), 그리고 성십자가성당 옆에 있는 바르샤바 대표서점(작가의 이름을 딴 볼레스와프 프루스 서점)을 찾았다. 문학쪽에는 폴란드어 책뿐 아니라 영어책들도 같이 꽂혀 있었다. 강의에서 다루는 작가들의 대표작 폴란드어판 실물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폴란드, 아니 문학기행의 마지막 조식을 하면서 어제의 일정을 바삐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