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에서 펴내는 반연간지 <연극> 제3호(2012년 여름)에 실은 서평 중 일부를 옮겨놓는다. '<햄릿>은 어째서 길어졌을까?'란 문제를 다루려고 했지만, 분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긴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작품 중 하나가 아닌가. 나중에 한번 더 도전해볼 생각이다.

 

 

 

우리에겐 너무 긴 <햄릿>

“<햄릿>은 너무 길지 않은가?” 옥스퍼드대학교 영문학과의 입학면접시험 문제라 한다. 셰익스피어의 걸작이자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의 하나인 <햄릿>이 너무 길다? 듣기에 따라서는 불경스러울 수도 있는 질문이다. 미숙한 작가가 쓴 작품이라면 몰라도 ‘무려’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이 ‘너무’ 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거의 4,000행에 달하는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쓴 가장 긴 희곡으로 <맥베스>나 <템페스트>의 두 배 분량이다. 원작 그대로 공연한다면 4시간이 넘어가는데,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일반적인 공연 시간이 2시간 이내였던 걸 고려하면 분명 이례적이다.


<이것은 질문입니까?>(랜덤하우스, 2011)에서 이 질문을 소개한 영국의 저술가 존 판던은 실제로 당시의 평론가가 이렇게 불평했을지도 모른다고 적는다. “셰익스피어 씨는 마음이 어지러운 한 젊은이에 관한 멋진 희곡을 썼다. 그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에게 복수할지 말지를 놓고 오래 고뇌한다. 하지만 이 젊은이의 지독한 우유부단함 때문에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할 연극은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 4시간을 넘겨버렸다! 거의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이었다. 연극이 절반 정도 지났을 때 나는 하마터면 이렇게 소리칠 뻔했다. ‘빨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올라가서 죽인다!’” 이것이 유난스런 반응이 아니라면, 현실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물론 축약하는 것이다.

 

 


원작의 모든 대사를 담고 있어서 4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자랑하는 케네스 브래너의 <햄릿>이 예외적인 경우이고 사실 영화화된 <햄릿> 대부분이 2시간 남짓 시간으로 축약된 <햄릿>을 보여준다.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이 2시간 30분이고, 프랑코 제피렐리의 <햄릿>도 2시간 10분 분량이다. 심지어 브래너의 <햄릿>도 2시간짜리 방송용이 따로 있다. 4시간짜리 <햄릿>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판던은 이 문제에 대해서 좀더 신중한 견해를 제시한다. “셰익스피어는 분명히 인류 역사상 가장 실력 있고 뛰어난 극작가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4시간 넘는 분량의 작품을 썼을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지 않았을까? 만약에 <햄릿>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컨대 셰익스피어가 길게 썼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길어진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햄릿>을 이해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 작품을 축약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왜 길어졌는지를 알아야 어떻게 줄일지 방도를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 따라서 “<햄릿>은 너무 길지 않은가?”란 질문의 짝은 “<햄릿>은 어째서 길어졌을까?”이다. 이것은 <햄릿>을 무대에 올리려는 연출가나 배우들에게라면 더더욱 흥미로우면서도 절박한 문제가 아닐까.

 

(...)

 

<햄릿>에 대한 법률가적 해석

이것이 기본해석이라면,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서울대출판문화원, 2012)에서 저자 안경환 교수는 법학자로서 새로운 시각의 해석을 제시한다. 소위 ‘법률가적’ 해석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독백에서 햄릿은 견뎌낼 것인가, 끝장을 볼 것인가를 고민한다. 어째서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 누가 이 세상의 사나운 채찍의 비난을 견디며/ 폭군의 탄압과 세도가의 멸시,/ 버림받은 사랑의 고통, 법의 지연,/ 덕망 있는 사람에게 가하는 소인배의 불손,/ 이 모든 것을 참고 지낼 것인가?/ 한 자루의 단도면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인데.”(안경환 역)라고 말하는 대목이 단서다. 특히 ‘법의 지연(law's delay)’에 대한 햄릿의 불만에 주목하여 저자는 햄릿의 고뇌가 ‘신속한 사적 복수’와 ‘지루한 법적 복수’ 사이의 선택을 놓고 빚어지는 것으로 본다. 더 확장하면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통해 원시적인 사적 복수에서 법의 지배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개인적 고통과 불확실한 결과를 그린 작품”이 <햄릿>이다. 


법학자들이 보는 햄릿은 ‘신중한 법률가’의 전형이다. 자명해 보이는 사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인물이 햄릿이다. 비록 추정이긴 하지만 친구 호레이쇼와 함께 수학한 비텐베르크대학에서도 그의 전공은 법학일 가능성이 높다. 철학, 의학, 수사학과 함께 법학은 중세대학의 4대 학문 가운데 하나였기에 최소한 햄릿에게 법학은 낯설지 않은 학문이다. 게다가 법학은 인간의 추악함과 어두운 세계를 주로 다루기에 과도한 법학 공부는 ‘만성 우울증’을 낳기도 한다. 햄릿의 우울증 또한 전형적인 법학도의 우울증으로 간주하게 되면 특이할 게 없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햄릿의 다변성도 법률가적 특징이다. 말은 많고 행동은 더딘 이들 말이다. 햄릿은 “절대 안전을 확신할 수 있어야만 행동에 옮기는 법률가와 같다.”


법률가적 해석에 따르면 햄릿은 살인을 통한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른 법적 응징을 위해선 충동적인 복수나 원시적 보복 감정을 제어해야만 하며, 햄릿의 우유부단은 그 자기제어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투의 결과로 오히려 높이 평가돼야 한다. 그리고 만약 복수를 감행한다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햄릿은 치밀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 이러한 해석의 요지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햄릿을 <햄릿>에서 복수의 인물로 더 등장하는 포틴브라스, 그리고 레어티스와 비교한다.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브라스는 선왕 포틴브라스의 복수를 하고자 하며, 레어티스는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죽이고 여동생 오필리어를 자살하도록 만든 햄릿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이들은 “눈에는 눈”이라는 ‘구약적 복수관’을 신봉하며 햄릿과 달리 아무런 고민이나 주저 없이 복수에 나선다. 즉각적인 복수를 통해서 ‘법적 정의’와는 다른 ‘원시적 정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군장을 한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아들에게 복수를 주문한 부왕 햄릿 또한 이러한 정의관을 대변한다. 하지만 햄릿은 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성적 법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세 청년 중에 햄릿만 유일하게 이성적인 존재이다.”


안경환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햄릿의 우유부단함조차도 ‘지극히 영리한 법률가의 계산된 행동’이라고 본다. “단순한 분노나 심증만으로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것이 법률가의 기본자세”이고 햄릿의 행동은 그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자세가 부왕의 복수를 위해 숙부 클로디어스를 살해하고자 하지만 동시에 살인 후에 받을 처벌을 극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한다. 가장 유력한 방법이 심신상실을 가장하는 것이다. 햄릿이 미친 척 가장하는 것은 법률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고도의 계책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햄릿의 모든 행동이 이처럼 계산된 것이라는 가정은 좀 무리한 해석으로도 이어진다. 왕비 거트루드와의 대화를 몰래 엿듣던 폴로니어스를 찔러 죽이는 장면에서 햄릿의 번뜩이는 ‘법률가적 기지’를 읽어내는 대목이 그렇다. 침소를 찾아온 아들 햄릿과의 대화중에 햄릿에게 위협을 느낀 왕비가 “여봐라, 누구, 없느냐!”라고 외치자 휘장 뒤에 숨어 있던 폴로니어스가 “여봐라!”란 소리를 복창하고, 햄릿은 “뒈져라 쥐새끼야!”라고 외치며 바로 휘장을 칼로 찔러 폴로니어스를 죽게 만든다. 안 교수는 햄릿이 이 한마디로 ‘사실 착오’의 법리에 따라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사람’이 아니라 ‘쥐새끼’인 줄 알고 찔렀으므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햄릿의 대사는 그런 계산과는 좀 거리가 멀다. “이런, 비참한, 경솔한, 나서기 좋아하는 바보 같으니, 잘 가시게./ 난 또 자네 상관인 줄 알았지. 자네 운이라 생각하시게나.”(김정환 역)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대사대로라면 햄릿은 폴로니어스를 ‘쥐새끼’가 아니라 ‘자네 상관’, 곧 클로디어스로 오인해서 죽인 것이다. ‘사실 착오’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계산이었다면 오히려 ‘실수’를 부각시키는 말로 변호했어야 옳았다. 클로디어스인 줄 알고 죽였다는 것은 자기변호의 말이 아니다.


물론 사실 착오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재판이 이루어져야만 동원할 수 있는 법리다. 작품에서는 재판 자체가 소집되지 않는다. 살인을 목격한 거트루드가 햄릿을 변호하기 위해 그가 미친 상태에서 칼을 휘두르다가 폴로니어스를 죽였다고 클로디어스에게 보고할 따름이다. 그녀는 햄릿이 융단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자 “쥐새끼, 쥐새끼!”라고 고함을 지르며 얼이 빠진 듯 ‘착한 노인’을 보지도 않고 죽였다고 전한다. 이러한 증언의 밑바탕에 놓인 건 사실 착오가 아니라 아들에 대한 모성적 보호본능이다. 그리고 클로디어스는 햄릿의 ‘방종’이 위험하다며 그를 영국으로 보낸다. 영국왕에게 전하는 서신에 햄릿을 즉시 죽이라고 적혀 있지만 햄릿의 영국행은 폴로니어스의 살해 이전에 정해진 것이고, 서신 또한 그 이전에 쓰였기에 살인 행위에 대한 처분과는 무관하다. 햄릿이 법률가적으로 행동한다고 하지만 <햄릿>에는 법의 힘이 강제되는 재판장면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안경환 교수는 “이 작품에는 엘리자베스 영국의 살인죄 법리가 정교하게 엮였고, 당시에 한창 진행 중이던 살인죄 법리 개혁의 내용이 반영되었다.”라고 주장하지만, <햄릿>에서 살인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거나 처벌을 받는 인물은 한 명도 없다. ‘법의 지연’이란 햄릿의 말을 그대로 갖다 쓰자면 <햄릿>은 법이 도착하기 전에 상황이 종료되는 비극이다.


마지막 5막에 이르게 되면 햄릿도 결국 숙부이자 계부인 클로디어스에 대한 복수의 충동에 굴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내면적 고뇌는 “도덕적 사려가 깊은 법학도의 갈등”이라고 안경환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폴로니어스 살인에 대한 책임을 사실 착오라는 법리를 이용해 법적 책임으로부터 면제받으려 했다고 가정할 때도 햄릿의 행동을 ‘도덕적 사려가 깊은’ 행동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폴로니어스가 왕비의 내실에 침입한 ‘스파이’라 하더라도 ‘법학도 햄릿’이라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처리했어야 하지 않을까. 안 교수는 또 클로디어스의 편지를 위조해 길덴스턴과 로젠크란츠를 죽게 만들지만 이 문서 위조가 이루어진 곳이 공해상이기에 햄릿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햄릿을 변호한다. 그 경우에도 법적 정당성은 도덕적 정당성과 동일시될 수 없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서 도덕적 정당성까지 얻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가적 해석에서 <햄릿>의 결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알다시피 마지막 장면에서 햄릿은 레어티스와의 결투에서 입은 상처로 죽어가면서 덴마크의 왕위는 적국의 왕자인 포틴브라스의 것이라고 말한다. 왕위의 승계 문제를 언급하고 죽는 것이다. 안경환 교수는 이 장면에서 <햄릿>의 진수가 드러난다고 본다. “법률문학으로서 <햄릿>의 진수를 주인공의 비극적인 죽음과 동시에 적국인을 왕으로 승계시키는 수법에서 나타난다. 법률가는 악법과 정의보다 무질서를 더욱 싫어한다. 재빨리 왕위 계승자를 확정하여 권력의 공동 상태를 방지하고 사회질서를 안정시키는 것이 법률가의 주된 관심사일 뿐, 누가 권력자가 되는가는 부차적인 문제다.” 법률가의 이런 속성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햄릿>은 ‘탁월한 법률문학’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햄릿의 관심이 정말로 권력의 안정과 사회질서 유지에 놓여 있다면 이제까지 그가 아버지의 복수 문제로 고뇌해왔던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누가 권력자가 되는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클로디어스가 형수와 결혼하여 왕위에 오르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실상 작품에 처음 등장하는 1막 2장에서 클로디어스는 형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기도 전에 급하게 형수와 결혼식을 올린 일조차도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고 말한다.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브라스가 제 아비가 빼앗긴 땅을 되찾겠다면서 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에 대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논리다. ‘법률가’가 과연 이런 논리에 반대할 수 있을까. 악법과 정의보다 무질서를 더 싫어한다면 말이다. 게다가 포틴브라스에게 덴마크의 왕권을 넘기는 일조차도 적법한 절차와는 전혀 무관하다. 선왕이 전쟁도 불사했던 적국의 왕자에게 임의로 왕권을 이양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햄릿에게 그러한 권한이 있는가. 이것이 ‘법률문학의 진수’라고 하면 법률문학이란 것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할 것이다.


저자도 인용하고 있는 대목이지만 5막 1장에서 햄릿은 무덤 파는 광대들이 건져 올린 해골을 들고서 친구 호레이쇼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건 법률가의 해골인 것 같군! 그 능숙한 구변과 궤변은 어디로 갔지? 소송사건, 신분권, 그리고 모략은? 이 무지렁이에게 더러운 삽으로 골통을 그렇게 얻어맞고도 가만있나? 어디 폭행죄로 고소라도 해보시지, 왜 말을 못해?” 안 교수는 이 대목을 햄릿이 삶의 유한성과 무상을 한탄하는 장면으로 읽는다. 특이한 것은 여기서도 햄릿의 말을 ‘법률가의 화법’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전문용어를 즐겨 사용함으로써 은연중에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고 의뢰인의 경외심을 유발하려는 법률가의 직업적 속성”이 반영된 화법이다! 오히려 그러한 화법을 즐겨 쓰던 법률가들을 조롱하는 장면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조롱 역시 ‘신중한 법률가’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지는 더 생각해볼 문제다. 

 

(...)

 

12.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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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늑장을 부린 셈이지만 이번주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2012) 외에도 세계사/서양사와 서양철학사 책들을 빼놓고 정치, 경제, 그리고 철학 분야에서 골랐다. 타이틀로 삼은 건 티나 로젠버그의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알에이치코리아, 2012)이다. '또래압력(peer pressure)'이란 말이 생소한데, "또래(동료) 집단의 사회적 압력"을 말한다. 주로 사회적 역기능 차원에서 많이 조명돼 왔지만, 책은 전 지국적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또래압력이 어떻게 긍정적인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지 살핀다. 유익한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 게 강점.

 

 

두번째 책은 츠베탕 토도로프의 <민주주의 내부의 적>(반비, 2012)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성찰하는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중 하나다. 저명한 문학비평가이자 이론가의 저작이라 관심이 간다. 그리고 경제분야의 책으론 토마스 세들라체크의 <선악의 경제학>(북하이브, 2012). 저자는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경제자문 역이었다고 하는데, '길가메시에서 월스트리트까지 성장과 탐욕의 역사를 파헤친다'는 부제가 책의 성격을 말해준다. 독특한 안목의 경제사인 듯해서 관심도서로 골랐다. 촘스키와 스티글리츠 등이 필자로 참여한 <경제민주화를 말하다>(위너스북, 2012)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줄 듯싶은 책. 원제는 'People First Economics', 곧 '사람이 먼저인 경제학'이다. 끝으로 얹은 책은 나카무라 유지로의 <토포스>(그린비, 2012)다. '장소의 철학'이 부제. 저자의 책은 국내에 <공통감각론>, <인간을 넘어서> 등이 소개돼 있어서 구면이다. <체홉의 세계>란 저작도 갖고 있어서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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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소속감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사회 치유의 역사
티나 로젠버그 지음, 이종호 옮김, 이택광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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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민주주의 내부의 적-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다
츠베탕 토도로프 지음, 김지현 옮김 / 반비 / 2012년 7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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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선악의 경제학- 길가메시에서 월스트리트까지 성장과 탐욕의 역사를 파헤친다
토마스 세들라체크 지음, 노은아.김찬별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2년 7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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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노엄 촘스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바네사 베어드 & 데이비드 랜섬 엮음, 김시경 / 위너스북 / 2012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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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르려고 PC방에서 둘러보다가 결국은 두 손 들고 말았다. 출간되자 마자 하루에 1만권이 넘게 팔려나가고 있다는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2012) 때문이다. 출판가에서는 올 최대의 화제작으로 진작부터 점 찍고 있던 책인데,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일일 판매고를 뛰어넘었다 한다).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쏠림 현상이 아닌가 싶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희망을 가져봄직하다(상식의 회복이란 희망이다). '안철수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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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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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9,500원 → 9,500원(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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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10,900원 → 9,81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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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1년 8월
10,900원 → 9,81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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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나온 리링의 <논어, 세 번 찢다>(글항아리, 2011)가 2011년의 베스트 가운데 하나여서 그의 전작 <상가구>의 출간을 고대했다. 그러고 일년만에 나온 책이 바로 <집 잃은 개>(글항아리, 2012)이다. "주희의 <논어집주>를 뛰어넘는다"는 격찬까지 얻은 책으로 저자가 베이징대 중문과에서 행한 <논어>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저자의 표현으론 '독서노트'). 고래의 주석서들 가운데 저자가 '현대의 주석서'로 참고한 것은 난화이진(남회근)의 <논어별재>와 리쩌허우의 <논어금독>이다. 이들을 모아읽으면 <논어>의 전모가 그려질 것도 같다. 국내서로는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까지 포함하여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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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개 1- <논어> 읽기, 새로운 시선의 출현
리링 지음, 김갑수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7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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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개 2- <논어> 읽기, 새로운 시선의 출현
리링 지음, 김갑수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7월
33,000원 → 29,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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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세 번 찢다- 계보 사상 통념을 모두 해체함
리링 지음, 황종원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8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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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강의 - 상- 공자가 들려주는 인생경험
남회근 지음, 송찬문 옮김 / 마하연 / 2012년 6월
29,000원 → 29,000원(0%할인) / 마일리지 87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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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08호)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는 지난 5월에 개막된 여수세계박람회를 빌미로 삼아서 '세계박람회'로 정했다. 관련서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권은 된다.

 

 

 

책&(12년 7월호) 세계박람회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란 주제를 내건 여수세계박람회가 5월 12일에 문을 열어 8월 12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행사로도 불리는 국제적 이벤트이니만큼 세계박람회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세계박람회와 관련한 책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 풍족하진 않지만 세계박람회의 이모저모에 대한 식견을 넓혀주는 책들이 몇 권 나와 있다. 주로 박람회 실무자와 연구자를 겨냥한 책들이지만 박람회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도 얼마든지 손에 들 수 있다. 혹은 박람회 구경 가는 길에 같이 챙겨도 좋을 듯싶다.


기본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은 히라노 시게오미의 <국제박람회 역사와 일본의 경험>(커뮤니케이션북스, 2011)이다. 우리가 해방 이전에는 ‘만국박람회’, 그 이후에는 주로 ‘세계박람회’라고 부르는 것을 일본에서는 ‘국제박람회’라 칭한다. 40여 년간 박람회 프로듀서로서 일한 저자의 책답게 1부에서는 국제박람회의 기원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박람회에 이르기까지 박람회의 거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2부에서는 일본의 박람회 경험을 자세히 살핀다. 우리에게 요긴한 건 저자가 간추린 국제박람회의 역사인데, 최초의 근대적인 박람회는 1756년 ‘영국산업박람회’이다. 처음 의도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그것을 사회에 보급하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산업혁명의 시발지인 영국에서 산업박람회가 개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에 뒤질세라 1798년에는 프랑스도 ‘산업박람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개최될 수 있었던 국가박람회와는 달리 국제박람회는 좀더 까다로운 요구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박람회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자유무역체제가 전제돼야 했던 것이다. 19세기 중반 세계무역의 1/4을 점하던 영국은 자유무역으로의 길을 열고,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1851년 세계 최초의 런던국제박람회를 연다. 5개월간 무려 600만 명이 넘는 입장객을 동원해 대성공을 거둔 이 박람회는 뒤이은 국제박람회의 성공모델이 되면서 국제박람회 붐을 가져온다. 영국의 라이벌 프랑스도 1855년 국제박람회를 파리에서 개최하지만 성공적인 박람회는 1867년에 개최된 제2회 파리만국박람회였다. 4만 2천 점의 물품이 출품됐고 15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불러모아 제1회 런던박람회의 성과를 뛰어넘었다.


이런 성공사례가 과도한 규모 경쟁을 불러온 것은 당연한데, 최악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국제박람회였다. 최대 규모를 자랑한 ‘농업관’을 보는 데만 14-15킬로미터를 걸어야 했다는 이 박람회에서는 체력 부담으로 쓰러지는 입장객이 속출했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국제박람회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박람회 조약이 1928년에 제정됐고, 1933년 시카고국제박람회부터는 박람회의 공식주제가 선정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박람회는 내용적으로나 구조적으로 훨씬 다양해진다. 저자는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에 대해서는 ‘개발도상국의 저력을 보여준’ 박람회로 평가한다.


대전세계박람회에 이어서 여수세계박람회도 세계박람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터이지만, 이들 박람회의 전사(前史)가 궁금하다면 이각규의 <한국의 근대박람회>(커뮤니케이션북스, 2010)를 참고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최초의 외국 박람회 관람은 1881년 일본에 파견된 신사유람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도쿄의 제2회 내국권업박람회를 둘러보고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1882년 미국과의 수교 이후 파견된 조선 보빙사 사절단은 1883년 보스턴박람회를 시찰한다. 조선전시실을 마련하여 최초로 참가한 것은 1893년 시카고세계박람회부터인데, 동아시아 삼국 가운데서 가장 늦은 것이라 한다. 책은 1940년 조선대박람회까지 주요 박람회의 개요와 전시 물품 목록, 각종 사진자료까지 꼼꼼하게 제시하고 있어서 우리의 근대 박람회에 대한 백과사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종합적인 자료집으로선 여수세계박람회에 맞춰 출간된 주강현의 <세계박람회 1851-2012>(블루&노트, 2012)도 요긴하다. ‘세계박람회의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책으로 특히 풍부한 사진자료가 강점이다. 저자는 1851년에 시작된 세계박람회 160여년의 역사를 많은 사진자료와 함께 일곱 엑스폴로지(Expology)로 풀었다. 역사속의 박람회 또한 단일한 모습이 아닌 복수의 모습, ‘박람회들’로 존재한다는 관점이다. 단순히 개별박람회에 대한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박람회가 세계체제의 자본적 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전제하에 ‘박람회의 세계체제적 연구’를 시도한다. 박람회 역사에 대한 일람에 덧붙여 이론적 조망까지 검토해보려는 것이다. 박람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의 시발점으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그밖에 이민식의 <세계박람회란 무엇인가?>(한국학술정보, 2010와 <세계박람회 100장면>(이담북스, 2012)도 세계박람회의 간추린 역사를 일람하게 해주는 책들이다.    

 

12.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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