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프레시안의 제안에 따라 '3인 1책 전격수다'에 참여하게 됐다. 도서평론가 이권우 교수와 전직 영화잡지 기자이자 <범죄소설>(강, 2012)의 저자 김용언 씨가 수다의 나머지 멤버이다. 첫번째로 다룬 책은 도널드 서순의 <유럽 문화사>(뿌리와이파리, 2012)인데, 워낙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 관심을 가진 분야만 발췌독할 수 있었다. 책 수다의 일부를 옮겨놓는다. 전문은 프레시안의 기사(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928124912§ion=04)를 참고하시길.

 

 

 

 

 

프레시안(12. 09. 28) 싸이, 모차르트가 될 수 있을까? "문제는 돈이야!"

 

이권우 : 이번 좌담을 준비하면서 <유럽 문화사> 다섯 권을 읽기 위해 시간을 한참 두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 한 권밖에 못 읽게 되더라고요. 목적 의식을 갖고 읽어도 이 책을 읽기가 쉽지만은 않구나, 그렇다면 일반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땐 어떨까 싶었어요. 우리부터가 먼저 이 책의 독서법에 대해 얘기를 시작해보죠.

 

이현우 : 문화 사전 같다는 인상이 가장 큽니다. 사전을 누가 처음부터 마지막 쪽까지 다 읽겠어요. (웃음) 필요한 영역별로 그때그때 참조할 수 있는 사전으로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권우 : <유럽 문화사>의 장점이자 단점이, 연도별로 나누고 그 안에서 또 주제별로 나누어 기술됐다는 거죠. 주제별로 크게 분류되어있다면 그 흐름을 따라 죽 읽으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두 가지 기능이 복합되어 있거든요. 게다가 다섯 권짜리 책이니 양도 만만치 않고요.

 

김용언 : 사전에 가깝지만, 일차적인 느낌은 서술 자체가 무척 평이하고 재미있게 쓰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200년의 문화사를 다룬다는 게 독자에게 많은 지식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 무턱대고 책을 펼쳤더라도 그렇게까지 진입 장벽을 높진 않을 것 같아요. 문화의 각 분야 중 개인적 흥밋거리부터 천천히 읽어나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고요. 그래서 도널드 서순이 집필할 때 주된 독자층을 어떤 사람으로 상정하고 썼을지 좀 궁금했습니다. 책의 많은 부분이 출판에 관련된 부분을 다루면서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독자층의 변화를 일별하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읽혀지기를 기대했을까요? 우리 같은 사람일까요? (웃음)

 

이현우 : 서순이 서문에도 썼지만 좁은 의미에서의 문화에 집중했죠. 출판, 음악, 영화 등이요. 그나마 미술을 뺐기 때문에 분량이 줄어들었는데, 그 많은 분야에 세부적인 디테일과 정보를 꼼꼼하게 제공하잖아요. 그게 재미있는 면인 동시에 읽기 힘든 면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문화사 서술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흥미로웠어요. 중간 계급을 위한 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19세기부터 시작됐는데 사실 정말 짧은 시간밖에 안 걸렸구나, 이게 우리의 전사(前事)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죠. 무척 유익한 독서 경험이었어요.

 

이권우 : 저자가 책 제목을 <유럽 문화사>로 지은 것도 유의미합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세계 문화사'라고 썼을 수도 있어요. 근대의 창출점이 유럽이었기 때문에, 사실 '근대 세계 문화사'라고 해도 크게 저항을 받진 않았을 텐데요. 굳이 자신의 지역적 특색을 정확하게 드러냈다는 건 어쨌든 20세기 후반 서구 지식 사회의 자기반성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유럽이라는 지역의 지난 200년을 탈식민주의적인 시선으로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아요.

 

이현우 : 동아시아 쪽에서 독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건 20세기가 넘어서부터죠. 유럽 쪽은 한 세기나 먼저 시작되었다는 시차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독서 시장에 관련해서는 천정환 교수가 쓴 <근대의 책 읽기>(푸른역사 펴냄)가 비슷한 콘셉트의 책입니다.

 

이권우 : <유럽 문화사>의 기본 테마가 서문에 잘 나옵니다. 정신사적 측면보다 사회사적 측면을 강하게 드러내지요. 15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지난 200년에 걸쳐 문화 소비가 엄청나게 증가한 셈이다. 바로 그 역사가 이 책의 주제를 이룬다." 이걸 놓치고 <유럽 문화사>를 읽으면 안 됩니다. 근대 문화가 결국 대량 소비 생산 체계를 구축한 근대 사회 체제와 일치하는 점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서 읽어야 하지요.

 

이현우 : 문화는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해요. 그런데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려면 시장이 있어야 하죠. 출판의 경우 책을 쓰는 저자가 있고 책을 만드는 출판업자가 있고 독자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 시장이 처음 형성되는 게 19세기부터인데, 그나마 규모까지 갖춰지는 건 19세기 중반부터지요. 그런 지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제목은 다소 평범하게 들릴 수 있는 <유럽 문화사>지만 개성을 갖고 있는 문화사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언 : 한국 독자 같은 경우 사실 '유럽의 문화사'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들의 역사를 왜 내가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문화 생산의 최종 목표를 균질화와 확산이라고 정리하잖아요. 전 세계가 거의 균질한 문화를 흡수하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고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건 하나도 없어요. 빅토르 위고의 소설부터 모차르트의 오페라까지, 우리는 그들의 역사와 생산물을 이미 내 것처럼 잘 알고 있어요. 서순이 의도했을 독자층에 동아시아 지역의 독자까지 포함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의 아시아인이 읽었을 때 전부 이해가 가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결국 문화사의 진화와 확산의 최종 단계에 우리가 이미 포함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권우 : <유럽 문화사>를 읽다보면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일단 '사회사'를 강조하고 있잖아요. 하우저는 죄르지 루카치의 제자답게 계급성이나 사회의 역동성을 문화에 반영시켜 서술했죠. 도널드 서순의 경우 산업적 토대가 더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근대 유럽 문화의 태동과 확산에 있어 부르주아의 역할이 컸다는 것도 강조하고요. 좀 더 정밀한 독서를 통한 비교가 필요하겠지만, 다른 측면이 분명 있어요.

 

이현우 : 독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부르주아뿐 아니라 그 주변의 좀 더 넓은 계층들이 필요해집니다. 프티 부르주아부터 글을 읽을 줄 아는 노동자 계층까지, 문자 해득력을 갖춘 새로운 독서 대중이 필요하죠. 게다가 고등 교육도 필요해요. 고등 교육을 통해 배출된 어떤 독자층, 정확하게 부르주아와 딱 일치하지는 않지만 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계층이 형성되고 그들에 의해서 문화가 주도됩니다. 그들을 위한 문화인 동시에 그들이 향유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어떻게 발전하고 정점에 올라갔는지의 과정은 정말 흥미로워요. 예를 들어 러시아만 해도 19세기 중반 문맹률이 95퍼센트 이상인데, 독자층이 얼마 안 됐거든요. 그런데 문학 산업은 19세기 후반에 정점을 찍게 되죠. 거기에 견주면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 시장, 출판 시장이 굉장히 큰데, 뭔가 배울게 있지 않은가 싶어요.

 

(...)

 

12.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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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이면서 추석 연휴의 첫날 '이주의 책'을 고른다. 절반 이상이 다음주에나 배송될 예정이지만 이번 주에도 지난주와 비슷하게 뇌와 마음, 감정 등에 관한 책들을 골랐다. 그만큼 이 주제의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자주 눈에 띈다는 얘기도 되겠다. 타이틀로 고른 책은 스튜어트 월턴의 <인간다움의 조건>(사이언스북스, 2009)이다. 공자나 논어에 관한 책을 떠올리게 하지만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0가지 감정 이야기'이다. 원제는 '인간 감정의 자연사'. 전문번역가 이희재 씨의 번역이란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두번째 책은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을 다룬 리처드 데이비드슨, 샤론 베글리의 <너무 다른 사람들>(알키, 2012). 원제의 직역은 '당신의 뇌의 정서적 삶'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정서의 기원과 유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번째 책은 스티븐 핑커 등 정상의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쓴 <마음의 과학>(와이즈베리, 2012). 마음에 관한 '과학의 최전선'이 어디쯤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네번째는 브루스 후드의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중앙북스, 2012). 제목이 좀 장황하지만 원제는 '자아라는 환상'이고, 우리의 자아란 뇌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뇌과학에서는 물론 상식이 돼가고 있는 이야기다. 자아의 본성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끝으로, 슈테판 헤어브레히터의 <포스트휴머니즘>(성균관대출판부, 2012). '인간 이후의-인간에 관한-문화철학적 담론'이란 부제에 이끌려 골라봤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인간다움의 조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10가지 감정 이야기
스튜어트 월턴 지음, 이희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9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2년 09월 29일에 저장
절판

너무 다른 사람들-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
리처드 J. 데이비드슨 & 샤론 베글리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2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2년 09월 29일에 저장
품절
마음의 과학- 위대한 석학 16인이 말하는 뇌, 기억, 성격, 그리고 행복의 비밀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10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2년 09월 29일에 저장
품절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영원불변한 '나'는 없다
브루스 후드 지음, 장호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0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2년 09월 29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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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놓은 일이 많더라도 당장은 연휴 기분을 내보도록 한다(그래봐야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놓는 것이지만). 어느덧 10월이 되는군. 가는 세월이 아쉬운 법이지만, 대선 국면이라 올해는 꽤 긴장감 넘치는 연말이 될 듯싶다. 독서 또한 그런 분위기를 타면 좋겠다. 흥미진진한 독서...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민음사, 2012)다. "작가 이승우가 십수 년 전부터 구상해 온 모티프를 가지고, 인간 존재와 내면세계에 대한 다층적 사유와 철학으로 욕망과 죄의식의 근원을 파헤친 또 하나의 문제작". 소개된 줄거리만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법한 소설이다. 한국 작가의 소설로 박성의 소설집 <하루>(문학과지성사, 2012)와 백가흠의 첫 장편소설 <나프탈렌>(현대문학, 2012)도 같이 읽어볼 만하겠다. 10월이면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발표될 터이니 10월의 외국작가는 공란으로 남겨놓는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서는 오항년의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너머북스, 2012)이다. 요즘 흥행작 <광해, 왕이 된 남자> 덕분에 새삼 주목받는 군주가 광해군인데, 찾아보면 본격적인 역사서가 극히 드물다.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역사비평사, 2000)을 더 얹을 수 있는 정도다. 광해군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그 위험한 거울'이란 부제에 드러나 있다. 광해군 시대에 대한 평가적 논쟁에 불을 당기는 책으로도 읽힌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권용혁의 <한국가족, 철학으로 바라보다>(이학사, 2012)이다. 제목이 책의 요강을 말해주고 있는 책. 서구의 철학적 개념이 한국의 가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저자는 새로운 해석의 틀을 모색한다. 말이 나온 김에 학술적인 성격의 책은 더 고르자면 양현아 교수의 <한국 가족법 읽기>(창비, 2012), 손승영 교수의 <한국 가족과 젠더>(집문당, 2011) 등이 더 참고할 만한 책들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 2012)이다. "바우만이 그의 유동하는 근대의 불안한 삶이라는 관점에서 세대차이, 온라인과 트위터, 프라이버시, 소비, 유행, 불평등, 교육, 공포, 종교, 운명과 성격 등의 일상의 주제를 읽기편한 문체로 쓴 44개의 편지"로 구성된 책. 그런 성찰과 더불어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진단도 우리에겐 필요한데, 독일 해적당의 탄생과 성공 비결을 다룬 마르틴 호이즐러의 <해적당>(로도스, 2012), 그리고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30대 정치학>(반비, 2012)이 안팎의 상황을 들여다보도록 해준다.

 

 

정치와는 별도로 '정치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알려주는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후마니타스, 2012)도 이번에 완간되었기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같이 골라놓는다.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지난 50년간 가장 큰 학문적 업적을 남긴 석학 15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5. 경제/경영

 

박원함 교수가 고른 책은 함유근, 채승병의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삼성경제연구소, 2012). 과문하여 모르고 있었는데, '빅데이터'란 말이 요즘 뜨는 모양이다. 이미 관련서들도 몇 권 더 나와 있는데, 설명을 보니 "빅데이터는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과 모바일 및 활자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모두 포괄한다. 데이터가 들어오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종래의 데이터와 다르다."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조감도를 얻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 같다.

 

 

더불어, 자본주의에 관한 책 몇 권의 독서목록에 올려두고 싶다. '천박한 자본주의에서 괜찮은 자본주의로'란 부제의 <자본주의 고쳐쓰기>(한겨레출판, 2012)가 이번에 나온 책이고, <자연자본주의>(공존, 2011)와 <자본주의4.0>(컬처앤스토리, 2011) 등도 화제를 모았던 책들이다(나는 이번에 구입했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과학서는 정갑수의 <세상을 움직이는 물리>(다른, 2012)다. "중력에서부터 나노과학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함께 살펴"본 책. 최근에 양자 물리학과 관련한 교양서로 <얽힘의 시대>(부키, 2012)와 <양자 불가사의>(지양사, 2012)도 출간됐는데, 이 분야의 독자들에겐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될 듯싶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오랜만에 사진책이다. 셔터 시스터스의 <내가 제일 아끼는 사진>(이봄, 2012). '셔터 시스터스'는 사진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사진가들의 모임이라고 하는데, '시스터스'란 말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친한 친구의 앨범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힐링 포토북'이란 평이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전성원의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인물과사상사, 2012)다.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운영자이기도 저자의 문제의식과 공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추천사를 일부 옮기면 이렇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에서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까지 저자가 고른 인물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기업의 창업자이거나 운영자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월마트의 창업자가 샘 월튼, ‘메이드 인 저팬’의 신화를 만든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를 비롯해 호텔의 제왕 콘래드 힐튼, <플레이보이>를 창간하면서 포르노제국을 건설한 휴 헤프너까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도 있고, 대중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의 창안자로 ‘PR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나 중남미 ‘바나나 공화국’을 농단했던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의 경영자 새뮤얼 제머리처럼 숨겨진 인물들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모두가 우리의 일상을 바꾼 ‘혁명가’들이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는 지배자’들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흥미로운 평전을 겸하면서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 우리가 누리는 일상에 대한 빼어난 성찰을 제공한다.

교양서로 같이 읽어볼 만한 평전들로 눈길을 돌리니 크메르 루즈 살인고문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 티에리 크루벨리에의 <자백의 대가>(글항아리, 2012)와 터키 건국의 아버지 아타튀르크의 일대기를 다룬 앤드류 망고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애플미디어, 2012)도 흥미를 끈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고른 책은 임정묵의 <좋은 아버지 수업>(좋은날들, 2012)이다. 흠,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뒤늦게 후회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라니 '울며 겨자먹기'다. <대한민국 부모>(문학동네, 2012)와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아름다운사람들, 2012) 등도 '좋은 부모' 카테고리의 책들 가운데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책들이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10대의 부모'로군...

 

 

10. 브루스 채트윈

 

이달의 주제로 고른 작가는 브루스 채트윈이다. 사실 이름도 모르고 있었는데, 여행문학이 브루스 채트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찾아보니 펭귄판으로도 나와 있어서 한번 더 주목하게 됐고. '여행기라면 채트윈처럼'이라고 할까. <파타고니아>(현암사, 2012)와 <송라인>(현암사, 2012), 두 권이 이번에 나왔는데, 가을 분위기를 타고 훌쩍 어딘가로 떠날 때 가방에 꼭 챙겨갈 만한 책이다. 

 

12. 09. 28.

 

 

P.S. 10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민음사, 2012)을 고른다. 마침 이번에 박상진 교수의 완역본 나왔기 때문인데, 그간에 몇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었지만(나도 을유문화사판을 갖고 있었다) 왠지 손에 들게 되진 않았다. 이번에 나온 새 번역본이 정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음, 피에르 파졸리니의 영화 <데카메론>도 이 참에 챙겨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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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우의 <철학콘서트>(웅진지식하우스) 3권 세트 부록에 실릴 글을 옮겨놓는다. 철학은 배워서 어디에 쓰는지, 혹은 철학 공부의 의의란 무엇인지 써달라는 게 편집자의 주문이었지만, 그런 건 각자가 '고안'할 문제라는 생각에, 나대로 철학과의 만남 이야기를 적었다.  

 

 

 

당신에게 철학은 무엇이었나? <철학콘서트> 세 권을 마주하니 내게서 철학은 무엇이었던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언제였던가. 처음 철학적 물음에 붙들린 때가. 조금 진지한 관심의 시작이라면 실존주의 작가들을 즐겨 읽던 고등학교 시절부터가 아닌가 싶다. 가령 사르트르 같은 경우. 나만의 취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때는 사르트르야말로 작가이자 철학자의 대명사였으니까. 

 

 

 

게다가 윌 듀런트의 <철학 이야기>를 읽은 것이 철학에 대한 관심을 배가시킨 것으로 기억된다. 고3 어느 때인가 서점에 가서 철학 코너를 둘러보다가 고른 것으로 내겐 철학 공부의 ‘이유식’과도 같은 책이다. 나중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주채(周采)의 <중국철학 이야기>란 책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철학책에 대한 독서는 ‘이야기’에서 시작됐다(이 책을 펼쳐든 독자라면 대부분 ‘콘서트’에서 시작하겠지만). 그리고 그 이야기의 자연스런 귀결이, 혹은 ‘다시 시작해보자’는 반복적인 귀결이 대학 첫 학기 ‘철학개론’ 신청이었다.


그렇게 신청한 철학개론 수강 이야기를 계속해보면 좋겠지만, 반전이 있다. 나는 철학개론을 듣지 않았다! 수강신청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책까지 구매했지만, 어쩐 일인지 수강에 자신이 없어졌다. 아마도 최소한 플라톤부터 시작하는 철학개론을 상상했던 나에게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을 거라던 노(老) 교수의 말이 부담이 되었던 듯싶다.


비록 철학개론과의 조우는 불발로 그쳤지만, 이야기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3학년이 되자 철학개론은 건너뛰고 ‘현대사회의 철학적 이해’ 같은 과목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교양 수준의 사회철학 강의였는데, 당시엔 에리히 프롬이나 헤르베르트 마르쿠제를 읽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미완의 기획으로 끝났다. 첫 번째 리포트를 과제로 제출하고는 군대에 가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학부 시절에 단 한 과목의 철학 강의도 듣지 않았다.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서야 철학과 대학원의 개설 강좌를 몇 개 수강하거나 청강한 것이 정식으로 쌓은 ‘이력’의 전부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철학 공부와는 대체로 무관해 보이는 나의 공부 이력은 어떻게 제 갈 길을 찾았을까? 강의실 바깥에 광대무변했던 ‘철학 학교’와 ‘철학 교사’ 덕분이었다. 그것은  바로 책이다. <철학 이야기> 이후에 내가 주로 읽은 책은 서양철학 쪽으로는 박이문 교수, 동양철학 쪽으로는 도올 김용옥 교수의 책이었다. 다작의 저자들이기도 한 이들의 책을 거의 대부분 읽었다.


어떤 책들을 줄기차게 읽어나갈 수만 있다면 사실 저자는 상관없다. 그리고 어디에서 시작하더라도 무방하다. 나 같은 경우도 아무도 내게 무엇을 읽으라고 지도하거나 권유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책은 자연스레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독서의 길을 안내하는 법이다. 철학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단지 첫 번째 책을 손에 들게끔 할 만한 물음을 갖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흔히 ‘~란 무엇인가’란 물음의 형식을 발명해냈다고 말한다. 그 물음의 형식에 붙들릴 때 우리는 오갈 데 없이 철학의 길, 철학적 사유의 오솔길에 들어선다. 정의란 무엇인가, 청춘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등이 모두 그런 물음에 속한다. 전공으로서 철학 공부는 물론 별개의 문제다. 오직 소수만이 철학에 대한 성향을 타고난다는 게 플라톤 이래의 정설이다. 그러니 철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철학자들의 문제, 그들만의 고민으로 제쳐놓기로 하자. 하지만 특별한 철학적 성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철학적 문제들도 존재한다. “선생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같은 황광우의 물음이 그렇다.

 

‘철학콘서트’의 저자는 자신이 ‘철학의 초심자’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란 물음은 그로 하여금 ‘위대한 사상가들’의 ‘위대한 생각들’에 대한 탐구의 오랜 여정으로 이끌었다. 그가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 “철학이 죽음 앞에 선 우리의 고뇌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 풀기 힘든 난제에 대한 색다른 사유를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의 결론은 이제 독자에게 또 다른 질문거리다. “과연 그러한가?”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우리는 ‘콘서트’가 끝난 자리에서 다시금 새로운 철학 여정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도 물음이 있는가? 그 물음이 당신을 인도할 것이다. 그 물음에 따라서 우리들 각자의 철학적 사유, 각자의 철학 콘서트를 시작해보기로 하자. 

 

12.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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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강의를 하고 그런 강의 경력이 십수 년째이지만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서 특별한 자의식을 가진 적이 없는데(생각해보면 늘 '배운다'고 생각해서인 듯싶다) 윌리엄 에어스의 <가르친다는 것>(양철북, 2012)이란 제목을 보니 문득 생각이 달라진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고등학생들에게 몇 차례 문학 강의를 하면서 '교실'에 대한 느낌을 다시 갖게 된 것도 한몫 거든 듯하고. 물론 '교사'로서의 느낌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가르친다는 것을 주제로 한 책 몇 권을 생각난 김에 골라놓는다. 조너선 코졸의 <교사로 산다는 것>(양철북, 2011)부터 윌리엄 에어스의 <가르친다는 것>까지인데, 에어스의 책을 추천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존 홀트 이래로, 교실 안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에어스만큼 깊이 생각해서 글을 쓴 사람은 없다."고 적은 이도 조너선 코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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