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의 '문화와 세상' 칼럼을 옮겨놓는다. 어제 낮에 급하게 보내놓고 지방에 강의를 다녀 오니 이 시간이다. 데스크에서 붙인 제목이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로 유명한데, 나는 나대로 그 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지난주 시사IN에도 윌리엄 깁슨에 관한 기사가 실렸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이 단 두 개라고 했다. 하지만 <뉴로맨서>(황금가지, 2005)와 <아이도루>(사이언스북스, 2001)에 이어서 최근에 <카운트제로>(황금가지, 2012)가 번역돼 나왔다. 나는 <뉴로맨서>(열음사, 1996)를 갖고 있지만,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아무래도 황금가지판으로 다시 구해야 할 듯싶다. 아무튼 현재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윌리엄 깁슨의 책은 그렇게 세 권이다.

 

 

 

경향신문(12. 10. 05)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자본주의적 인간관에 충실하자면 물론 ‘돈’이라고 해야겠다. 조금 고상하게 말하면 ‘인센티브’가 우리를 움직인다.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자극이 인센티브다. 인간을 경제적 동물, 곧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정의하는 인센티브 만능론자들은 아예 인센티브를 통해서 인간을 얼마든지 주조할 수 있다고까지 믿는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영감을 받은 과거 행동주의 심리학자들도 적절한 보상과 강화를 통해서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가령 책을 잘 읽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현금으로 보상하면 자연스레 독서로 유인할 수 있다는 식이다. 심부름을 하거나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는 것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우등생과 선행 학생은 인센티브를 통해서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그런 식의 금전적 보상이 독서나 선행 같은 ‘재화’의 가치를 변질시킨다고 말한다. 독서나 선행의 가치가 ‘돈’으로 환원될 것이고, 그럴 경우 자발적인 독서나 선행이 갖는 의미와 만족감 또한 훼손될 수밖에 없다. ‘행위와 인센티브’라는 보상체계가 우리를 어떤 행위의 주체가 아닌 단순한 수행자의 위치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실상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정의 자체가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갖고 있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주체적인 존재이고자 한다.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옹호가 철학자들만의 레퍼토리인 것은 아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드라이브>란 책에서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인센티브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루한 반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을 독려할 때는 인센티브가 꽤 유용하지만 지적 도전을 수반하는 업무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자신의 성취가 금전적 가치로 환원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해야 할까. 현대 수학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였던 ‘푸앵카레 추측’을 푼 공로로 2006년 국제수학자연맹이 필즈 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를 거부한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의 사례도 떠올릴 수 있다. 그는 이후에 미국의 한 수학연구소에 의해 100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밀레니엄 상’ 수상자로도 선정됐지만 그 역시 거부했다. “나의 증명이 확실한 것으로 판명됐으면 그만이며 더 이상 다른 인정은 필요 없다”는 것이 그의 고집스러운 생각이었다.

 

예외적인 성취와 예상 밖의 수상 거부로 화제를 모으긴 했으나 페렐만의 경우가 이해 불가능한 사례인 것은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식의 자본주의적 사고와 경쟁을 통한 이익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의 모토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만 인정하면 된다.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다”는 말은 자본주의적 주술이다.

 

지난 6월 말 방한했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필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게 되면 사람들은 공산주의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전적 보상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공산주의적 방식이다. 물론 어느 정도가 ‘생존을 위한 필요’인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이 다를지 모른다. 고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지 않은 페렐만은 도심 외곽의 방 2칸짜리 낡은 아파트가 재산의 전부였다. 그 이상은 사치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무 때나 온수로 샤워할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의 꿈이었지만 그런 아파트에 산 지 십 수년째다.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아직 퍼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의 실감이다. 각자의 꿈이 이루어진 곳에서 그 꿈을 널리 공유하고 확산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주체적 삶이 아닐까.

 

12.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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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제임스와 야스퍼스'란 제목을 달려다가 '심리학의 원리와 일반 정신병리학'으로 바꾸었다.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와 야스퍼스의 <일반정신병리학>에 관한 페이퍼라 범위를 좁힌 것이다. 그리고 이 페이퍼는 독자의 페이퍼가 아니라 수집가(컬렉터)의 페이퍼이다. 장서가의 기준이 내가 20대에 생각했던 대로 1만권 정도라면 어느새 나도 장서가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90년 가을에 복학할 때 나는 집에서 들고 온 책으로 4단 책장 두 칸도 채우지 못했었다). 하지만 장서가란 말보다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는 것은 '책 수집가'이다. '장서'란 말이 정태적이라면 '수집'은 동태적이어서 그렇다. 방안에 있는 책도 못 찾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책탐을 버리기는커녕 줄이지도 못하는 것이 책 수집가의 고질이다.

 

 

 

오늘은 그 대상이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아카텟, 2005)이다. 책은 진작에 번역돼 나왔지만 사실 가격과 분량 때문에 엄두를 못 내던 터였고, 몇달 전에 다시 찾아봤을 때는 1권이 품절된 상태였다. 최근에 나온 심리학책을 읽던 중 다시 언급이 되길래 찾으니 세 권이 다 살아있다. 사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최근에 나온 책들'을 소개하면서 나는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아카넷). 전 3권 2,500쪽이 넘는 그야말로 방대한 분량이다. 존 듀이, 찰스 샌더스 퍼스와 함께 미국 프래그머티즘의 세 거두로 꼽히는 윌리엄 제임스의 주저 중 하나인데(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하버드대학에 오래 봉직했는데, 1875년 미국대학 최초로 심리학 강의를 개설했다고 한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인 셈이다), 소개를 보니까 이건 그의 저술여정에서 첫번째 시기의 결과물이다.

 

"제임스의 저술 시기는 대략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스코틀랜드와 독일철학의 정신이해와 골상학의 관점에서 심리학을 연구했던 당시 미국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실험에 기초한 심리현상연구를 통해 독자적으로 기능주의 심리학을 수립한 시기이다. 이때 <심리학원론>을 출판했다. 두번째는 종교나 철학에 관련된 주제들을 연구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제임스는 여러 곳으로부터 초빙을 받아 강의를 하였는데, 그 결과물은 책으로 출판되어 제임스에게 명성을 안겨다주기도 하였다. 이 무렵 에든버러대학으로부터 기포드 강연 초청을 받아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20개의 주제로 나누어 강연하였다. 세번째는 프래그머티즘, 진리론, 그리고 그의 인식론적인 급진적 경험론에 대한 강연을 통해 자기만의 독특한 사상을 확립한 시기이다. 대표적인 강연은 1908~1909년에 행한 옥스퍼드 대학의 히버트 강연이다. 이 시기의 대표적 저술로는 <프래그머티즘> <다원적 우주> <진리의 의미> 등이 있다." 

 

이 중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한길사, 2000)이 이미 소개돼 있다. 세번째 단계의 <프래그머티즘>은 비교적 얇은 책인데, 아직 소개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프래그머티즘의 길잡이>(철학과현실사)에 내용이 일부 발췌돼 있던가 정리돼 있었던 듯하다). 어쨌든, <심리학의 원리> 같은 고전의 번역/소개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걸 언제, 누가 읽어(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심리학 전공자들은 읽는가?) 멜빌의 <모비딕>보다 두꺼운 책이 그것도 소설이 아니라 철학책인 것이니까!

 

 

그때 아직 소개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 <프래그머티즘>은 <실용주의>(아카넷, 2008)로 번역돼 나왔다. 그리고 제임스의 다른 글은 <프래그머티즘의 길잡이>(철학과현실사, 2001) 등에 일부 소개돼 있기도 하다. 요는 <심리학의 원리>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실용주의> 등이 제임스의 대표작이라는 것. 이 중 가장 방대한 분량의 책이 <심리학의 원리>여서 과연 우리말로 번역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 2005년에도 이렇게 덧붙였다.   

하여간에 심리학 분야에서 내가 언제쯤 번역될지, 과연 번역이 가능은 한 건지 의문을 가졌던 두 권의 책 중 하나가 이번에 나왔다. 나머지 하나는 야스퍼스의 <일반정신병리학>(1913)이다. 1997년에 나온 리프린트 영역본의 분량이 922쪽에 이르니 이 책 역시 나름대로 방대하다. 러시아어로도 번역돼 있어서 가끔씩 모스크바의 대형서점에 가서 눈길만 주던 책이었다(2만원쯤 했던 듯싶다). 제임스와 야스퍼스는 모두 의대 출신 철학자들이다. 보통 철학자들은 신학이나 수학 전공자들이 많으며, 러셀에 의하면 그들이 철학의 두 계보이다. 거기에 다른 두 계보를 덧붙이자면 나는 문학과 의학을 꼽겠다. 이 네 가지 계보를 정리하는 건 물론 돈벼락을 맞은 이후에 주제를 모르는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심리학의 원리> 번역본 출간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는 한국어본 출간 당시 아직 일본어본이 나오지 않은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번역자와 관련한 사정은 이렇다.

이번 번역본은 첫째, 국내는 물론이고 번역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는 첫 완역본이며, 둘째, 그것이 한 심리학자의 근 20년에 걸친 노작의 산물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역자는 이인(里仁)이 호인 정양은(鄭良殷). 1923년생으로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ㆍ석사ㆍ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중앙대ㆍ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있다가 2004년 2월 8일, 향년 81세로 타계했다. 그러니 이번 '심리학의 원리' 완역본은 그의 유작이다. 고전 번역이라면 모름지기 붙어 있어야 하는 '해제' 편이 이 완역본에 탈락된 이유는 고인이 미쳐 완성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기 때문이라고 유저를 발간한 그의 제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고인에게서 심리학을 배우고 다른 제자 9명과 힘을 합쳐 이번 완역본을 낸 조긍호 서강대 교수에 의하면 정양은 박사는 1986년 4월에 이 심리학 고전 완역을 시작해 99년 말에는 초벌 번역을 마쳤으며, 그 뒤 교정과 윤문 작업을 하고, 2003년 이후에는 해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 고인이 이 책 완역에 투신한 시간은 번역 시작을 기점으로 할 때 18년을 헤아리는 셈이다.(연합뉴스)

야스퍼스의 <일반정신병리학>이 출간된다면 아마도 이와 비슷한 고투담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지만, 여하튼 독서와는 별개로 책 수집가로서 내가 욕심을 내볼 수 있는 최대치가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나 야스퍼스의 <일반 정신병리학>이어서 이 두 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더 적어보았다.

 

 

물론 아직 번역되지 않은 야스퍼스의 책이 출간되길 기대하는 마음은 따로 적지 않아도 될 것이다...

 

12. 10. 03.

 

 

 

P.S.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가 심리학의 원조 저작 가운데 하나이기에 심리학사 책이 나온 게 있나 찾아보니 C.James Goodwin의 <현대 심리학사>(시그마프레스, 2005)와 D. Brett King 외, <심리학사>(교육과학사, 2009)가 눈에 띈다. 모두 대학교재용 책일 텐데, 후자는 4판(2008)까지 나온 것으로 보아 많이 읽히는 책인 듯싶다. 국내 대학에서도 교재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 심리학사>는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굿윈의 책은 4판(2011)이 최신판이다. 같은 제목의 책으론 슐츠의 <심리학사>가 10판(2011)까지 나와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교재용 책들은 너무 비싸다는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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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주문해놓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책 가운데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가 있다. 지난달초에 1차분 3권이 먼저 나와서 구입했는데, 월말에도 2차분 3권이 출간됐다. 아마도 올해 안에 완간되는 듯싶다. 소개에 따르면,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전 10권)>는 2007년 이와나미서점에서 간행한 역사 시리즈로, 19세기 중반의 외국 함선 내항으로부터, 21세기의 현재까지, 대략 150년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전체 구성은 <1권 막말·유신>(이노우에 가쓰오), <2권 민권과 헌법>(마키하라 노리오), <3권 청일·러일전쟁>(하라다 게이이치), <4권 다이쇼 데모크라시>(나리타 류이치), <5권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으로>(가토 요코), <6권 아시아·태평양전쟁>(요시다 유타카), <7권 점령과 개혁>(아메미야 쇼이치), <8권 고도성장>(다케다 하루히토), <9권 포스트 전후 사회>(요시미 슌야)이며, 마지막 10권은 이와나미 신서 편집부에서 엮은 <일본 근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일본 근현대사 책이 몇 종 나와 있지만, 이와나미판이 그 중 가장 최신판이어서 기대가 된다. 아직 완간되지 않았지만(현재 6권 출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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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권과 헌법
마키하라 노리오 지음, 박지영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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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러일전쟁
하라다 게이이치 지음, 최석완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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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쇼 데모크라시
나리타 류이치 지음, 이규수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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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으로
가토 요코 지음, 김영숙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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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의 표상>(마티, 2012)을 읽다가 문득 어제오늘 펼쳐본 책들의 공통점이 눈에 띄기에 적는다. 다름아니라 강연록이라는 점.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민음사, 2012), 그리고 뇌신경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의 <뇌로부터의 자유>(추수밭, 2012)가 모두 같은 성격의 책이다.

 

 

사이드의 책은 <권력의 지성인>(창, 1996/2011)이란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번역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의 하나로 새로 번역돼 나왔다. 원래의 제목을 찾은 이 책은 영국 BBC방송의 리스강좌를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사이드는 1993년에 이 강좌를 맡아 진행했었다.

 

 

<지식인의 표상>이 제대로 번역됨으로써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학사, 2007)과 함께 대표적인 지식인론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됐다. 거기에 한권 더 얹자면 토니 주트의 <지식인의 책임>(오월의봄, 2012)도 유력한 후보다. 사이드는 존 캐리의 <지식인과 대중>(1993)이 강연 원고를 마친 이후에 읽은 흥미로운 저작이라고 평했지만 우리말로는 번역되지 않았다.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소설론이라 흥미를 끄는 책인데, 하버드대학의 노턴 강좌에 초빙받아 강연한 원고를 모은 것이다. 원제는 '소박한 소설가와 성찰적 소설가'로 프리드리히 실러의 저명한 논문에서 제목을 따왔다. 국내에는 <소박문학과 감상문학>(인하대출판부, 1996)으로 번역돼 있는 논문이다.

 

 

 

파묵은 강좌를 준비하면서 두 권의 책을 참고했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너무 친숙한 책들이다. 포스터의 <소설의 이해>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어서 그렇다. 1952년생인 저자와는 세대 차이가 없는 거 아닌가 싶어 좀 신기했다. 쿤데라의 소설론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쿤데라는 1929년생이다).

 

 

가자니가의 <뇌로부터의 자유>는 저명한 기포드 강좌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지만 윌리엄 제임스, 닐스 보어,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등이 이 강좌의 선배 강연자들이었다. 저자의 명망을 확인하게 해주는데,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인간과 자유의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경청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이 주제에 관한 책들이 여럿 나와 있어서 같이 비교해보며 읽을 수도 있겠다). 

 

'강연록'이란 형식 때문에(물론 책으로 낼 때 많이 보완되지만) 세 명의 저자를 같이 묶어 보았다. 주제로 묶는다면 '지식인-소설-뇌'가 될까. 어느 쪽을 고르든지 한동안 열독할 만한 책들이 나와 있어서 반갑다(나는 파묵의 소설도 이번에 잔뜩 구했다). 이 책들과 함께 10월은 시작된다...

 

12.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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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이 타계했다는 소식이다. 향년 95세. "1917년 이집트에서 태어난 홉스봄은 케임브리지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일찍부터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을 가졌으며 자본주의 형성과정과 그에 따른 인간의 다양한 삶에 근거한 근대자본주의 사회의 역사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영국 런던대학교 버벡칼리지 학장을 지냈고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 등의 저작을 남겼다. 2011년엔 마지막 저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를 펴냈다." 그 마지막 저서를 몇달 전에 구했는데, 좌파 지식인으로서의 열정이 흠씬 묻어 있는 책이었다. 그의 자서전과 함께 시간을 내 읽어보고 싶다. 추모의 의미로 그의 책들을 리스트로 모아놓는다(홉스봄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21003000812&section=0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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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봄, 역사와 정치
그레고리 엘리어트 지음, 신기섭 옮김 / 그린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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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대
에릭 홉스봄 지음, 정도영.차명수 옮김 / 한길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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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시대
에릭 홉스봄 지음, 정도영 옮김, 김동택 해제 / 한길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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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에릭 홉스봄 지음, 김동택 옮김 / 한길사 / 1998년 10월
28,000원 → 26,600원(5%할인) / 마일리지 8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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