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태풍이 지나가니 어느덧 9월이고 가을이다. 한낮의 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듯싶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은 절기를 잊지 않았다. 9월은 '독서의 달'이기도 한데,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본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편혜영의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2012). 지난 6월에 나온 책이니 오히려 선정이 미뤄진 감이 있다. 나부터도 지난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았었으니까. 8월에 나온 책으론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자음과모음, 2012)이 있다. 숲에도 가보고 바다에도 가보고 하면 되겠다.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시카고'까지 다녀와도 될까. 정한아의 <리틀 시카고>(문학동네, 2012)도 8월에 나온 책이고 9월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외국소설로는 독일의 최근작들에 눈길을 돌려본다. 국적으론 스위스 작가인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소설 두 편이 번역돼 나왔다. 1995년에 데뷔하여 평단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가라고 하는데, 데뷔작 <파저란트>(문학과지성사, 2012)와 <나 여기 있으리 햇빛 속에 그리고 그늘 속에>(문학과지성사, 2012) 두 작품이 번역됐고, 올해 나온 <임페리움>도 곧 소개될 예졍이라고. 2006년엔 북한을 방문하고 사진집 <총체적 기억 - 김정일의 북한>을 출간했다는 이력이 눈길을 끈다(이것도 소개되면 좋지 않을까). 샤를로테 링크의 <관찰자>(뿔, 2012)도 흥미를 끄는 작품. 작년에 독일에서 출간돼 한달만에 10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독일에선 이미 '국민작가'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평판으로 보아 우리에게도 더 소개될 듯싶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역사의아침, 2012)이다. "망국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 근대의 역사를 53가지 키워드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대한제국의 멸망에서부터 일제의 잔인한 식민통치, 식민지시대의 다양한 풍경들, 독립운동의 씨앗과 발전과정, 망명정부와 만주의 삼부 통합운동까지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정리했다." 겹쳐서 읽어볼 만한 책은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역사비평사, 2012)이다. 근현대 여성 공간으로서 명동을 다룬 김미선의 <명동 아가씨>(마음산책, 2012)도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장-뤽 낭시의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갈무리, 2012)이다. 프랑스의 이 고명한 철학자의 책들이 몇 권 소개돼 있지만 이 책은 가장 쉽게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철학 입문서이면서 낭시 입문서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고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의 <사랑하지 말자>(통나무, 2012)도 현 대선국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 우주적 시각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도올 입문서로도 요긴하다는 생각이다. 서구의 동시대 철학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젤 워버튼이 <철학 한입>(열린책들, 2012)가 요긴하다. 정말 '한입'만큼씩의 인터뷰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래도 먹음직스럽다.

 

 

아, '한입 철학'의 대표격으로는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겠다. 3권으로 완간됐는데(2권도 표지갈이를 했다), '철학 멀미증' 독자라도 부담 없이 들어볼 만한 '콘서트'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츠베탕 토도로프의 <민주주의 내부의 적>(반비, 2012)이다. 문학이론가에서 사상가로 폭넓은 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거기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묵직한 저작 <정치질서의 기원>(웅진지식하우스, 2012)도 보탤 수 있겠다. 철학자 이정우의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도 '진보'라는 화두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우리의 생각을 자극한다.

 

 

 

'진보' 얘기가 나온 김에 진보 지식인 특강을 책으로 묶은 <지금 여기의 진보>(이음, 2012)도 읽을 거리다. 소위 '진보'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다산북스, 2012)도 같이 읽을 만한 정치비평서. 김대호, 윤범기의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한다>(필로소픽, 2012)는 이번 대선의 '최대 뉴스메이커'이자 최대 베스트셀러의 저자 안철수의 생각을 점검해보는 책.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책은 에이드리언 올드리지와 존 미클스웨이트의 <경영의 대가들>(더난출판, 2012)이다. 저자들은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자와 편집장으로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유문화사, 2011)도 같이 낸 바 있다. 국내에서도 많이 읽히는 경영이론가들, 경영 구루들에 대한 비판적 독해로도 유용하다 한다. 경영서를 읽기 전에 읽을 책이라고도 하니 경영이론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삼을 만하겠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진정일의 <진정일 교수, 시에게 과학을 묻다>(궁리, 2012)이다. "저자는 한 평생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쳐온 과학자이다. 그러나 여느 과학자와 남다른 데가 있다. 평소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늘 가까이 하였다고 한다. 자연스레 시 속에 등장하는 과학 용어에 주목하고 일반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과학을 시를 통해 풀어 가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

 

 

 

'시에게 과학을 묻는다'고 하니까 떠오르는 책은 시 쓰는 화학자(심지어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얼드 호프만의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까치, 1996)가 떠오른다. 울프 다니엘손의 <시인을 위한 물리학>(에코리브르, 2006)도 결과는 모르겠지만 애초의 의도는 제목대로인 책이다. 방식은 좀 다르지만 그러한 '크로스오버'의 대표주자 정재승 교수의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어크로스, 2012)도 빼놓을 수 없는 과학서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송지원의 <한국 음악의 거장들>(태학사, 2012)이다. 저자는 드물게도 한국 음악사상사와 음악문화사를 전공했는데, <정조의 음악정책>(태학사, 2007),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 - 옛 음악인 이야기>(태학사, 2009) 등이 그간에 낸 책이고 <한국 음악의 거장들>은 우리 전통음악의 거장들을 망라한 '한국음악 명인열전'. 일종의 '인물사전'으로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잊고 지내던 소리들을 다시 끄집어내놓고 그와 함께 읽어볼 만한 책.

 

 

 

8. 교양

 

교양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 건 우치다 타츠루의 <일본변경론>(갈라파고스, 2012)이다. 독도문제로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 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 좀더 알게 해주는 책인 듯싶어 골랐다.

불행한 근대사 때문에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면서 동시에 심정적으로는 가장 먼 나라가 일본이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독서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려 한다면 일본의 역사에 관한 책을 한두 권 손에 들면 되겠지만 겸하여 일본문화론도 읽어보면 좋겠다. 일본에서도 화제와 논란을 불러 모은 우치다 타츠루의 <일본변경론>은 가장 먼저 손에 꼽을 만한 일본문화론이다. 두 가지 점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먼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나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그간에 한국 독자가 가장 많이 읽은 일본문화론이지만 모두 바깥의 시각에서 본 경우라면, <일본변경론>은 일본의 지식인이 쓴 일본문화론이다. 다음으로, 대개 ‘자국문화 특수론’에 함몰되고 마는 일본 내부의 일본문화론과는 달리 저자가 이웃나라 사람들도 ‘일본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쓴 예외적인 일본문화론이다.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추천한 실용서는 김정기의 <나를 좋아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인북스, 2012)이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신생 학문이다 보니 다른 전공자까지 몰리는 데다 헬스커뮤니케이션 등 현대사회에 유용한 영역의 확장도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학자들이 이론의 틀에 갇혀 있다 보니 실생활의 효용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다루는 학문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이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학의 대중 교양화를 위해 썼다는 데 미덕이 있다."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덧붙이자면, 최근에 <또 다른 세계화>(살림, 2012)란 책이 출간돼 알게 된 저자인데,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도미니크 볼통의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살림, 2011)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어제 주문한 책이다.

 

 

10. 범죄소설

 

살인과 성폭력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서 민심이 흉흉하기에 고른 주제는 '범죄소설'이다. '범죄'와 '범죄소설'은 별개라고 우기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김용언의 <범죄소설 - 그 기원과 매혹>(강, 2012)이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 입문서격이라면 추리소설에서 범죄소설로의 이행을 다룬 줄리안 시먼즈의 <블러디 머더>(을유문화사, 2012)와 20세기 미국 범죄소설사로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뮤진트리, 2011)은 '깊이 읽기'감이다. 현실이 범죄적인데, 굳이 범죄소설까지 읽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흠, 할말은 없지만...

 

12. 09. 02.

 

 

P.S. '9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 번역제목으로도 친숙한 작품으로 스페인어권에서는 <돈키호테> 다음으로 많이 팔리고 읽힌 소설. 그러니 군말이 필요없긴 하다. 국내에서는 안정효 선생이 옮긴 <백년 동안의 고독>이 중역임에도 아직까진 더 많이 읽히는 듯하다. 단권 번역이라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원전 번역인 민음사판도 통권으로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들고 다니기엔 분권이 낫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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