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이주의 저자'를 건너뛰고, 대신 임시방편으로 '이주의 작가'를 두 명 고른다. 이번주에야 이름을 알게 된 작가라서 나에겐 '이주의 작가'다. 1964년 아일랜드 태생의 조지프 오닐과 1985년생으로 2013년 최연소 맨부커상 수상자가 된 엘리너 캐턴, 두 사람이다. 엘리너 캐턴은 마침 수상작 <루미너리스>(다산책방, 2016)가 이번주에 번역돼 나왔으므로 안면을 터둘 만하다. 반면 오닐은 2008년의 화제작 <네덜란드>(올, 2009)가 진즉 소개됐다가 그대로 묻힌 상태다. 나는 최근에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책세상, 2016)를 읽다가 이름을 발견하고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대판 <위대한 개츠비> 소설 가운데 최고다"라는 게 코리건의 평이다. 실제로 평판이 아주 좋은 작품. "2009년 펜포크너 수상작이자 '뉴욕타임스' 선정 2008년 10대 소설, 아마존 선정 2008년 최고의 책인 <네덜란드>는 작가 조지프 오닐이 7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9.11 이후의 뉴욕을 배경으로 네덜란드 출신 애널리스트 한스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이민자 척의 상실과 회복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럼에도 한국 독자들과 인연이 없었던 것은 번역상에 문제가 있거나 '네덜란드 출신 애널리스트 한스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이민자 척'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흥미를 끌지 못해서인 듯하다. 짐작엔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나이폴의 작품도 거의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곧 작품성과 무관하게 이 지역 이야기는 대중성이 없다는 것).
그런 면으로 보면 엘리너 캐턴의 <루미너리스>도 전망이 밝아보이지 않는다. '19세기 소설의 살아 있는 패러디'라는 평을 들은 이 소설의 배경이 1860년대 뉴질랜드이기 때문이다.
"1866년, 크게 한몫 잡겠다는 생각으로 금을 찾아 뉴질랜드에 도착한 남자, 무디. 그날 저녁, 그는 황량한 금광 마을 호키티카의 허름한 호텔 흡연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12명의 남자로 구성된 비밀 모임에 끼어들게 된다. 실종된 젊은 갑부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창녀, 외딴 오두막에서 살해된 부랑자의 집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금. 삶에서 밀려나 세상의 끝으로 모여든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무디는 어느새 인간의 운명과 황금이 별자리처럼 얽혀드는 미스터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12개의 별자리를 닮은 12명의 남자와 12개의 진실. 삶의 마지막 희망을 비추는 찰나의 빛과 그 소멸의 이야기."
그리고 덧붙이자면 역대 부커상 수상작들의 국내 '흥행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거의 유일한 예외로 보이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268쪽에 불과한 반면 <루미너리스>는 원저 자체가 832쪽 분량이고, 번역본은 1,2권 합계 1200쪽이 넘는다. <루미너리스>도 <네덜란드>와 비슷한 짝이 될까봐 염려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발벗고 나설 일은 아니다. 다만 영어권의 화제작 두 편인 만큼 읽어봄직하겠다는 것, 그래서 나부터도 번역본과 원서를 모두 구입하려고 한다는 것(<네덜란드>는 이미 구입했다).
그나저나 영어권 최고 작가의 반열에 든 85년생이면 정말 젊군. 아직 젊음 자체가 한마디 하는 나이 아닌가...
16. 0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