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과학서'로 데이비드 핸드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더퀘스트, 2016)를 고른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발언을 제목으로 삼고 있지만 원제는 <우연의 법칙>이다. 번역본의 부제가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인 것은 그런 이유. 분야를 가르자면 통계학 분야의 책이다. 저자는 영국의 수학자로 통계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메달을 수상했고, 책도 영어권에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소개는 이렇다.
"왕립통계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대영 제국 훈장을 받은 세계적인 통계학자 데이비드 핸드는 언뜻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일들' 배후에 엄밀한 수학, 통계학적 법칙이 존재함을 말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등장할 법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예로 들며, 그 뒤에 숨겨진 다섯 가지 '우연의 법칙'을 설명한다. 더불어 우리가 점괘나 종교나 미신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통계물리학자이자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2015)의 저자인 김범준 교수가 추천의 말을 적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왜 자꾸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확률이 낮은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데이비드 핸드는 많은 흥미로운 사례들과 함께 설명한다. 이 책은 ‘우연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다. 우연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이루어진 삶의 커튼을 짜는 ‘자연의 통계 법칙’이라는 베틀에 대한 이야기다. 커튼 위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잔무늬의 작은 아름다움, 그리고 커튼을 통과해 벽에 아른거리는 봄 햇살에 감사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사실 문학, 특히 근대소설에서는 희박한 확률의 사건, 곧 우연한 일들을 배제한다. 개연성 있는 사건, 일어남직한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 근대소설의 격률이다. '우연의 법칙'은 이런 소설의 격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문학 독자도 읽어볼 만한 책인 것.
저자의 다른 책으론 <정보 세대: 데이터는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지배하는가>가 있다. 제목으로 봐선 교양서 같은데 너무 전문적이지 않다면 소개됨 직하다. '아주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통계학>과 <측정>은 당연히 교양서이겠고. 인문과 사회과학 쪽 책들은 여럿 소개되어 있는데, 이 시리즈의 과학분야 책들도 번역되면 좋겠다...
16. 04.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