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먼저 논픽션 작가 리처드 로즈. 폭탄보다는 벽돌을 연상하게 하는 두툼한 책 <수소폭탄 만들기>(사이언스북스, 2016)가 이번주에 나왔다. 전작 <원자폭탄 만들기>(민음사, 1995/2003)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경력의 거물 저술가다. 책소개는 이렇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 폭탄은 제2차 세계 대전을 종결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었다. 미국과 소련은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함께 맞선 동맹국이었지만, 미국이 원자 폭탄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 나라의 긴장과 갈등은 서서히 고조되고 있었다. 과학자, 군인, 정치가 들은 전쟁과 동맹이 뒤엉킨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게 된다. 수소 폭탄은 미국과 소련을 둘러싼 20세기 후반의 정치, 과학, 군사적 사안들이 충돌과 분열, 그리고 융합의 산물이었다. 강경파, 매파 정치가와 군인들은 적대국이 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전쟁 계획을 짰고,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 원리를 발견하겠다는 바람에, 자신의 과학적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욕심에, 그리고 애국심과 공포에 추동되어 수소 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실상 쓰지 못한, 그리고 쓰지 못할 무기를 만들다가 냉전의 종말을 맞이했다. 무한 군비 경쟁을 통해 미국은 4억 달러의 비용을 날렸고, 소련은 경제 위기에 몰려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곧 '수소폭탄 만들기'의 과정이 전후 현대사이자 냉전의 역사였다. 흥미로운(하지만 뒷맛은 쓰다) 현대사 책으로도 일독할 만하다. 원제는 '암흑의 태양(Dark Sun)'인데, '20세기를 지배한 암흑의 태양'이란 부제에 반영돼 있다. 리처드 로즈의 다른 저작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한다.
<생각의 역사>와 <저먼 지니어스> 등의 저자 피터 왓슨이 또 한권의 대작을 펴냈다. <거대한 단절>(글항아리, 2016). 이번에는 지성사가 아니라 문명사다. "저자 피터 왓슨은 구세계와 신세계, 그리고 기원전 1만5000년과 기원후 1500년을 나눈 '거대한 단절'을 탐구한다. 여러 사례와 근거를 바탕으로 두 세계의 역사.종교.정치.기후.문화.사회.언어를 비롯한 인류사 전반을 비교하는 놀라운 작업을 한 권에 담았다. 처음에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던 인류가, 신/구세계로 나뉘어 각각 엘니뇨와 몬순 기후에 영향을 받아 '수렵-채집'과 '유목-농경'으로 발전하게 된 여정을 관찰한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라서 일단 판단을 유보하게 되는데, 영국의 '가디언'지에서는 이 책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비교하면서 '매우 흥미진진한 여정'이라고 평했다. 시간 스케일로 보자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 2015)와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사이를 다룬 책. 그렇게 연속선상에 놓고 읽어도 좋겠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인공지능을 다룬 <인간 vs 기계>(동아시아, 2016). 지난번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결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라 때맞춰 나온 책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명쾌한 강의로서 "인간의 지능과 기계의 지능은 어떻게 다른가? 빅데이터, 딥러닝 등이 발전시킨 현재의 인공지능이 어떤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을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 그리고 인간과 사회를 향한 엄중한 경고를 전한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
김대식 교수의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문학동네, 2015)도 입문서 성격의 책이지만, 말이 나온 김에 최근에 나온 책도 몇 권 언급한다. 모헤브 코스탄디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반니, 2016)과 이케가야 유지의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은행나무, 2015) 등이 제목이 암시하듯 뇌과학 입문서이고, 뇌과학자와 심리학자가 공저한 <감정본색>(플루토, 2015)은 감정을 주제로 다룬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어떤 책이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해준다면 역할로서는 충분하리라...
16. 0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