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5.18민중항쟁) 기념일에 맞추어 천유철의 <오월의 문화정치>(오월의봄, 2016)가 출간되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 ‘현장’의 문화투쟁'이 부제.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현장’에서 국가권력에 대항하여 시민과 조직이 전개했던 문화적 실천과 투쟁을 규명하고 있다. 그동안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기존의 책이나 연구가 광주민주항쟁이 끝난 후의 ‘기억투쟁’ 방식으로 광주를 조명하거나 재해석했다면, 이 책은 항쟁의 ‘현장’ 속에서 ‘문화’적 측면을 조망하고 있다." 겸사겸사 '오월 광주'를 주제로 한 책들을 리스트로 묶는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책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풀빛, 1985)인데, 절판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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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문화정치- 1980년 광주민중항쟁 ‘현장’의 문화투쟁
천유철 지음 / 오월의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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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사회과학-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5월 광주의 삶과 진실
최정운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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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 부활의 역사 만들기- 끝나지 않은 5월운동
나간채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5월
17,000원 → 17,000원(0%할인) / 마일리지 17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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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그리고 역사-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
최영태.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08년 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1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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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위화의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 찾아보니 3년만이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2)였으니 햇수로는 4년만이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문학동네, 2016). 이번에도 산문집이다. 그보다 먼저 나왔던 산문집으로는 <영혼의 식사>(휴머니스트, 2008)이 있었지만 지금은 절판된 상태. 물론 내가 경탄한 건 <사람의 목소리>부터다. <거대한 차이>도 바로 손에 들 수밖에 없는 이유.

 

 

부제는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이다. 격변의 중국을 보고한 책은 많다. 위화의 시각이 궁금할 따름. 전작보다는 짧은 글들의 모음이어서 묵직함은 덜할 듯하다.

"이 책에서 우리는 위화의 내면에 한결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소설가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위화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 산문집은, 세계 곳곳의 여행기에서부터 독서 일기, 자신의 소설에 대한 스스로의 해설, 그리고 마오쩌둥 시대라는 하나의 극단의 시대에서 시장경제라는 또하나의 극단의 시대로 가고 있는 기형적인 오늘 중국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부모로서 보여주는 아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축구와 미국 프로농구 '광팬'인 위화의 발랄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망라하고 있다."

 

위화와 비슷한 세대의 작가로(네 살 어리다) 상당한 실력자인 비페이위의 신작도 지난달에 나왔었다. <평원>(문학동네, 2016). <위미>와 <청의>(문학동네, 2008)부터 세면 네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장편 <마사지사>로 제8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고, 두 편의 단편소설로('수유기의 여자', '위미') 루쉰문학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며 중국 문학계의 영예로운 상들을 모두 석권한 작가 비페이위의 장편소설이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그 1976년, 중국 쑤베이의 농촌, 왕씨촌의 일년살이를 담은 이야기다."

마오둔 상은 4년에 한번씩 수상되는 중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모옌도 <개구리>로 같은 해에 수상하면서 자랑스러워 했다(공동수상이라는 건가?).

 

중국 현대작가들 가운데 모옌과 쑤퉁, 옌렌커 등을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위화와 비페이위도 다룰 기회가 있었으면 싶다. 언제라도 읽을 수는 있는 일이지만, 강의는 독서의 명분과 함께 자세히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그밖에 류전윈과 한소공, 장룽 등이 내가 거명할 수 있는 중국 작가들이다(누가 또 있을까?). 당장은 위화부터...

 

16.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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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결막염 증세가 있어서 잠도 더 자고 했지만 불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좀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가려운 증세가 반복. 피곤해서 면역이 떨어질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어서 익숙하지만(일년에 두어 번씩은 안과에 가는 듯하다) 할일이 많을 때는 은근히 스트레스다. 눈 상태가 괜찮아야 책을 읽을 수가 있는데, 상태가 좋아지려면 눈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딜레마. 그래도 다른 눈을 빌려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간수를 잘하는 도리밖에 없다. 사는 날까지는 책을 읽어야 할 테니까. 당장 '이주의 책'들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표제로 삼은 책은 마거릿 맥밀런의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산처럼, 2016)다. 제목이 질문이라면 나의 대답은 "망칠 수는 있지"다(이 페이퍼의 제목도 '개인은 역사를 망칠 수 있는가'로 적을 뻔했다). 저자는 옥스퍼드대학의 저명한 세계사 교수이고,  먼저 소개된 <역사 사용설명서>(공존, 2009)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벌써 절판된 상태다). 이번 책의 부제는 '대담한 사람, 오만한 사람, 나서는 사람'. "개인적 특성 중에서도 리더십, 오만, 모험심, 호기심, 관찰 등이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켜왔는지 살펴본 책이다." 인물론이나 역사 에세이로 읽을 수 있겠다.  

 

 

두번째 책은 '역사학의 눈으로 본 원시 그리스도교의 역사'란 부제를 가진, 정기문 교수의 <그리스도교의 탄생>(길, 2016)이다. 서양 고대와 중세에 관한 다수의 책을 번역한 저자가 "20여 년 넘게 자신의 전공과는 별개로 독학으로 연구해온 것으로써, 그리스도교의 탄생 과정에 집중해 서술한 역사서"이다. 저자의 전공이 로마사이므로 그렇게 무관한 분야는 아닌 듯하지만, 그리스도교 탄생이란 주제는 워낙에 전문가들이 많아서 '문외한'으로 간주되는 모양이다.  

 

세번째 책은 유진 로건의 <아랍>(까치, 2016).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가 부제다. "아랍 지역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 1516년부터 2011년의 아랍 혁명까지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옥스퍼드대학에서 중동 근대사를 강의한다고. 중동의 근현대사를 다룬 묵직한 책으로 신뢰할 만하다.

 

 

중국사로 넘어오면 임사영의 <황제들의 당제국사>(푸른역사, 2016)도 놓칠 수 없는 책. "황제들을 통해 당 왕조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당나라 내지 당제국의 역사에 대해 나 같은 초심자도 입문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당의 고조가 이연(李淵)이어서 당제국은 이당(李唐)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씨 성이 한국의 이씨 성과 어떤 관계인지 문득 궁금하다(우리는 중국과 별개로 자체의 이씨 성을 갖고 있었던 건가?).

 

끝으로 김태식의 <직설 무령왕릉>(메디치, 2016). 17년간 문화재와 학술 전문기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백제 무령왕릉 발굴과 관련하여 고고학과 권력의 유착관계는 물론 왕릉에 대한 최신의 연구 성과까지 짚었다. '무령왕릉의 모든 것'이라고 해야 할까. "일제 강점기 가루베 지온의 공주 일대 발굴과 이를 토대로 한 어처구니없는 명문(銘文) 오독을 필두로 중국이 돌궐을 비롯한 이웃 나라에 기술자를 파견했던 사례, 자신의 연구를 포함한 최근 주목받는 연구 성과까지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역사 다큐로 제작되어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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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대담한 사람, 오만한 사람, 나서는 사람
마거릿 맥밀런 지음, 이재황 옮김 / 산처럼 / 2016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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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의 탄생- 역사학의 눈으로 본 원시 그리스도교의 역사
정기문 지음 / 길(도서출판) / 2016년 4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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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
유진 로건 지음, 이은정 옮김 / 까치 / 2016년 5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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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황제들의 당제국사
임사영 지음, 류준형 옮김 / 푸른역사 / 2016년 4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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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에서 다루지 못한 저자가 여럿 되는데(일부는 다음주로 미뤘다), <자본주의 길들이기>(창비, 2016)를 펴낸 서양사학자 장문석 교수도 그 중 한 명이다.  이번에 나온 책의 부제가 '자본과 자본 아닌 것의 역사'다.

 

 

내게는 민족주의와 이탈리아 파시즘 연구자로 입력돼 있는데, <민족주의 길들이기>(지식의풍경, 2007)와 <피아트와 파시즘>(지식의풍경, 2009)을 대표작으로 기억하고 있어서다(후자가 박사학위논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나온 <자본주의 길들이기>도 제목은 <민족주의 길들이기>에서 가져온 것. 소개에 따르면 이탈리아 자본주의를 다룬다.  

"20세기 초 이딸리아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통해 자본주의 본연의 공정함과 도덕성을 복원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도발적 문제제기를 담은, 흥미로운 역사서다. 저자 장문석은 자본주의가 17세기 유럽에서 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국가.종교 등 '자본 아닌 것'을 보호하며 자신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갖춰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산업화 유럽의 후발주자였던 이딸리아의 기업가들은 선발국의 산업발전을 따라잡고 싶어하면서도 기존의 사회적 갈등과 계급투쟁을 회피하거나 우회하고자 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따라잡기'와 '길들이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것이다. 저자는 이딸리아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자본주의가 아닌 요소들이 동원되고 활용된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경제는 경제가 아닌 것과 공존하고,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닌 것과 공존하며 서로 복잡하게 얽혀 발전해왔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분량도 두껍지 않아서 부담 없이, 흥미롭게 읽어봄직하다. 확인해보니 <피아트와 파시즘>은 구매기록이 없는데, 아마도 너무 비싸서 구입하지 못했던 듯하다(지금도 싸지 않은 가격이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그의 관심사를 반영하듯, <민족주의>(책세상, 2010)와 <파시즘>(책세상, 2010) 등의 개념사 시리즈 책과 <근대정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민음인, 2011) 같은 교양서가 있다.

 

 

번역서도 여럿 출간했는데, 공역으로 펴낸 <만들어진 전통>(휴머니스트, 2004) 외에도 <스페인 은의 세계사>(미지북스, 2015), <래디컬 스페이스>(삼천리, 2013), <제국의 지배>(까치, 2012) 등이 있다.

 

 

되짚어 보면 <만들어진 전통>(공역)과 <영웅 만들기>(공저)부터 10여년 간 연구자로서 모범적인 궤적을 보여주는 듯싶다. <자본주의 길들이기>가 미더운 이유다. 한 가지,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국부의 조건>(서울대출판문화원, 2012)이란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감속하는 사회에서 가속하는 사회로'란 부제와 목차 외에는 관련 정보가 뜨지 않아서다. '농업사회''상업사회''산업사회'라는 세 가지 유형을 비교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너무 비싼 책값 때문에 구입은 망설이게 된다. 마침 동네 도서관에 소장돼 있어 다행인데, 이번 주말에 방문해봐야겠다...

 

16.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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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를 핑계로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고(막국수가 다른 선택지였다) 오늘 할일을 가늠해보던 차에 우연히 손에 들고 펼쳐본 게 사이토 다카시의 <철학 읽는 힘>(프런티어, 2016)이다. 기시미 이치로와 함께 국내에 가장 많이 소개되고 있는 듯한 인문 저자. <철학 읽는 힘>이 3월에 나왔는데, 그 이후에도 두달 동안 세 권의 책이 더 보태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달에만 세 권이 나왔다. 다작의 저자이기도 하지만 그의 거의 모든 책이 국내에 번역되는 추세가 아닌가 한다.

 

 

이유야 물론 팔리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불황기에 고정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심심찮게 터뜨려주는 저자라면 출판사들로선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쩍 많이 소개되는 건 작년에 나왔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위즈덤하우스, 2015)이 대박을 쳤기 때문. 알라딘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잡담이 능력이다>(위즈덤하우스, 2014)도 의외의 판매고를 올렸고.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뜨인돌, 2009)은 '사이토 다카시'란 이름을 각인시킨 스테디셀러다.

 

 

 

여하튼 이렇게 쏟아지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의 장점은 무엇인가. 내가 읽은 몇 권에 기대 말하자면 일단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문교양서'로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라고 할까(하긴 모든 책은 자기계발서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다). 인문학 전공이 아니고 인문서 독서 경력이 일천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사이토 다카시의 책은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로써 '읽었다'는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것.

 

 

그리고 <철학 읽는 힘>의 부제가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안내서'라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책이 길잡이 혹은 안내서의 역할을 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열풍에서도 확인되지만, 인문 독자층의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초급 교양(넓고 얕은 지식)에대한 수요다. 고전(이른바 '그레이트 북스')을 읽어야 한다고 얘기들은 많이 하고 그에 대한 책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정작 현단계 대다수 독자들에겐 '그림의 책'일 따름이다.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같은 베스트셀러가 독자들에게 고전 독서 의욕을 잔뜩 부추켜놓았지만 정작 플라톤이나 데카르트를 직접 읽을 만한 독서력이 대다수 독자들에겐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독서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고 할까. 이 간극을 채워주는 책들이 채사장과 사이토 다카시, 그리고 기시미 이치로 등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시미 이치로의 경우에도 <미움 받을 용기> 열풍을 낳은 것은 '용기'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프로이트와 아들러 같은 고전 심리학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게 크지 않았나 한다.  

 

여하튼 이런 저자들의 독자층이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른다는 사실은 음미해볼 만한 일이다(이백만 부 가까이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는 너무 예외적인 사례였고). 인문 독자층이 삼각형의 구조를 갖고 있다면 주로 아랫변에 해당한다. 그리고 꼭지점을 형성하는 소수의 고급 독자층이 있다. 예컨대, 칸트나 비트겐슈타인을 원전번역으로 읽는, 그리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새번역 <철학적 탐구>(아카넷, 2016)나 강철웅 교수의 <설득과 비판 - 초기 희랍의 철학 담론 전통>(후마니타스, 2016) 등이 '하드'한 책에 속한다. 조금 평이하게 쓰였지만 신승환 교수의 <해석학>(아카넷, 2016) 같은 책도 어느 정도 독서력을 갖춘 독자들이 손에 들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의 독자는 몇 명이나 될까? 이삼천?

 

요는 <철학 읽는 힘>과 <철학적 탐구> 사이의 차이와 간극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 나는 이 간극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거나, 반대로 이러한 두 가지 독서 혹은 경향은 상충적이며 대중철학서 열풍은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중간 저자들이 다리가 되어 더 깊이 있는 교양으로 독자를 이끄는 것이 가능하고, 가능해야 한다고 보는 쪽이다. 곧 <철학 읽는 힘>의 독자들이 일부라도 <철학적 탐구>의 독자가 되기를 바란다. 전부가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20/80의 균형은 유지되면 좋겠다 싶은 것이다(1/99가 아니라).

 

<철학 읽는 힘>에서 사이토 다카시는 칸트를 이렇게 소개한다. 칸트가 '경험적 인지'와 '선천적 인지'를 구별했다고 하면서 "칸트는 매주 진중하게 사고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태도로 구별해보니 사람의 인식은 경험적 인식이 많았다."(118쪽) '매주'는 '매우'의 오타일 것이다. 즉 우리가 아는 칸트는 "매우 진중하게 사고하는 사람"이다(혹은 '매일 진중하게 사고한 사람'?).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그를 따라서 '매우 진중하게 사고하는 사람'이 됨으로써 칸트가 되거나 칸트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주 하루 정도는 진중하게 칸트를 읽거나 비트겐슈타인을 읽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고전을 무작정 숭배하는 물신적 독서를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칸트는 다만 고전의 대명사로 내세운 것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비판적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것이고, 이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고전을 읽는 힘, 철학을 읽는 힘이다. '매주 진중하게 사고하는 사람'을 그 한 가지 모델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매주'도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매달 진중하게 사고하는 사람'도 가능하다. '매년'은 어떻겠느냐고? 흠, 그건 좀...

 

16.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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