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페이퍼에서 다룬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일본 학자 우치다 타츠루의 책이 또 번역돼 나왔다(올해만 벌써 세 권째다).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북뱅, 2016). 원저는 2010년에 나온 책이다. 저자의 프로필을 다시 보니 1950년생으로 벌써 나이가 66세이고 대학에선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너무 자주 소개되다 보니 식상할 법도 한데, 제목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이고 부제가 '자연재해에서 기호적 살인까지'리고 보니 또 흥미가 발동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구입하고 보니 한국어판 저자 서문이 붙어 있다. 2012년부터 매년 초대를 받아 방한해서 서울을 비롯에 각지에 강연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런 인기(?)의 이유를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어째서 내 책의 번역본이 한국에서 줄지어 출간될까? 솔직히 말해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내 책은 한국어 이외에는 중국어 번역이 몇 권 있지만, 그뿐입니다. 영어 번역도, 프랑스어 번역도, 독일어 번역도, 러시아어 번역도, 전혀 없습니다."
요컨대 한국에서만 읽히는(팔리는) 저자라는 것.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추정은 해보는데, 그건 저자가 '동아시아의 지역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 아닐까라는 것이다. 그럼 한국 독자가 동아시아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서 우치다 타츠루를 읽는다?
그럴리가 없다는 건 대번에 알 수 있다. 동아시아 문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일부러 우치다 타츠루를 찾아 읽을 것 같지도 않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우치다 타츠루는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2010) 덕분에 국내 인문 독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저자다(본인은 사정을 잘 모르는 듯). 그와 함께 <하류 지향>(민들레, 2013)이 국내에선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나머지 책들은 고만고만해 보이는데, 그래도 나름 '기본'을 해주는 저자로 출판계에서는 분류되는 듯싶다. 그래서 북뱅에서도 <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북뱅, 2014)에 이어서 이번에 한권을 또 펴낸 것이겠다.
어떤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는가. 일단 저작이 많을 것. 인문교양서이되 너무 어렵지 않을 것. 국내 독자들에게 인지도가 있을 것. 그런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게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갈라파고스 2013)나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갈라파고스, 2011), <유대문화론>(아모르문디, 2011) 등의 책이 아닐까. 저자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50여 권의 책을 펴냈다고 하니까 아직 국내에 소개된 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꽤 나오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책들을 써줄 만한 국내 저자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그런데 사악한 것들은 어떻게 물리치는가(영화 <곡성>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염두에 두는 건 검찰과 언론, 교회 같은 것들이다. 같은 건가?). 그건 책을 읽어봐야 알겠다. 책을 제대로 고르긴 한 건지 모르겠지만...
16. 0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