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대표 에세이 <시지프 신화>(민음사, 2016)의 새 판본이 나왔다. 김화영 교수의 책세상판이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온 것인데, 역자는 번역을 전반적으로 대폭 수정하였다고 한다(아직 비교해보지는 못했다). 사실 그런 기대 때문에 나로서도 다시 구입했다. 원저는 1942년작으로 <이방인>과 같은 해에 나왔다. 두 문제작을 발표할 당시 카뮈는 29세였다.
현재 <시지프 신화>는 댓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강의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정본'이 필요하다. 개정판이라고 하면 앞으로는 민음사판을 교재로 쓸 수 있겠다. 한데, 정말 수정이 된 것인지 좀 미심쩍기도 하다.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해서 부록인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속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를 펼쳐봤는데(나로서도 지난해에 카뮈의 카프카의 주요 작품을 강의한 이후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텍스트다) 오류가 그대로 방치돼 있어서다.
일단 카프카의 <소송> 같은 작품 제목이 <심판>이라고 계속 표기되고 있는 것도 근간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몇몇 예전 번역본이나 영화 제목에서는 <심판>이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새 번역본들은 모두 <소송>이란 제목을 취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통용되는 작품명은 <소송>이다. 단순한 사례이지만, 번역이 '업데이트'가 안 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것. 결정적인 건 각주의 한 대목이다(244쪽의 각주69).
카프카의 사상의 이 두 가지 측면에 관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수용소에서> 가운데 "유죄(물론 인간의)는 조금도 의심할 바 없다"와 <성>의 한 구절(모무스의 말), 즉 "측량 기사 K...의 유죄는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비교해보라.
이 각주는 책의 원주, 즉 카뮈가 붙인 각주다. '도스토예프스키'란 말도 나오기 때문에 나로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아쉽게도 이건 착오다. 원문에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나오지 않는다. 역자가 <수용소에서>라고 옮긴 책은 'Au bagne'인데,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가운데 <죽음의 집의 기록> 같은 것은 있지만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의 작품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카뮈가 비교해보라는 건 카프카의 두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형지에서>와 <성>.
<유형지에서>는 카프카의 주요 단편 가운데 하나이고 여러 단편집에 수록돼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중학생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가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카프카의 이 단편이 어떻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수용소에서>로 '변신'하게 되었느냐는 것이다(역자의 상상력과 과도한 배려의 소산이 아닐까 싶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하지만 진지한 독자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 수정되지 않고 계속 방치돼 있는 게 유감스러워서 적어놓는다...
16. 0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