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칠곡 할매들 지음, (사)인문사회연구소 기획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저녁을 먹고 오늘 배송받은 책 가운데 칠곡 할매들이 쓴 시들을 모은 <시가 뭐고?>(삶창, 2016)를 들춰본다. 김장순 할매의 '우리 식구'를 옮겨놓는다. 표기는 원시 그대로다(사실 할매들 시의 핵심은 맞춤법에 맞지 않는, 입말 그대로 쓰인 시라는 데 있다). 닭과 토끼를 키우며 살아가는 노 부부의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더불어 나도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토끼와 닭들이 생각난다. 토끼는 몇 마리가 안 되었지만 닭은 열 마리가 훌쩍 넘었던 걸로 기억된다...

 

 

우리 식구

 

우리 식구는 열이다

영감 나 닭 엿섯 마리와 토끼 두 마리

눈뜨자마자 닭과 토끼에게 달려갓다

닭알 두 계을

영감하고 사이좋계 나누어 먹는다

토끼는 풀 먹는 모습이 예쁜다

닭 여섯 마리 토끼 두 마리도

내 자식이다

참 기염동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고전'으로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연암서가, 2016)을 고른다. <군주론>과 함께 대표작으로 꼽히지만 <군주론>만큼 많이 번역되진 않아서 이번에 나온 것이 세번째 번역본이다. 난해함과 함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는 게 고전인지라 이 정도 '중복'은 필요한 중복이다. 어떤 책인가.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은 그의 이름을 독재적 무자비함, 냉소적 배후 조종과 동의어로 만들었다. <군주론> 못지않게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저서인 <로마사론>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전망을 드러낸다. <로마사론>은 고대 로마인들의 관습을 마키아벨리 당시의 이탈리아인들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그의 모든 저서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정치사상을 개진한다.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면밀히 분석 논평함으로써 아주 독창적이고도 명석한 정치사상에 도달하는데 그것은 곧 건강한 정체는 경직된 안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열과 갈등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음모'에 관해 논한 부분은 정치적 격변의 원형을 다룬 가장 놀랍고 세련된 연구로 평가된다."

 

나는 한길사판 <로마사 논고>도 갖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안 그래도 콜린 맥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비롯해서 로마 관련서들이 다수 나와 있어서 겸사겸사 마키아벨리의 책에까지 눈길이 간다. 좀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로마사 가이드북을 일독한 연후에 손에 드는 것이 요령일 것도 같다. 두툼한 평전 몇 권도 올여름에 읽으려고 맘잡고 있었는데, 도대체가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는 건지 고민스럽다. '즐거운 비명'이라고 해야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즐거운 것도 스트레스다...

 

16. 07. 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종적 사유의 역사'를 다룬 마이클 키벅의 <황인종의 탄생>(현암사, 2016)을 타이틀북 삼아서 '이주의 책'을 고른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노란 피부'를 가진 '황인종'이라 칭한다. 그럼 황인종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뜻하는 걸까? 우리와 같은 '몽고족' 동북아시아? 아니면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 지역 서남아시아까지? 이누이트와 아메리카 원주민은? 남미인과 남태평양 섬 원주민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 마이클 키벅은 '황인종'이라는 단어의 생성부터 확산, 변이, 재생산, 정립 및 전파 과정을 동서양의 다양한 문헌 속 용례를 통해 차근차근 되짚어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고 자의적인지를 파헤친다."

함께 나온 오카 마리의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현암사, 2016)도 제3세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서양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있는 논쟁적인 책이다.

 

 

세번째 책은 미국의 악명높은 KKK단을 다룬 수전 캠벨 타톨레티의 <하얀 폭력 검은 저항>(돌베개, 2016)이다. 'KKK의 탄생과 흑인 민권 이야기'가부제, 청소년용으로 나오긴 했지만 너무 잔혹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최소 '15금' 정도라고 봐야겠다. 영화로 재현했다면 무조건'18금'이지 않을까 싶다.   

 

네번째 책은 주디스 오어의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책갈피, 2016). "지은이 주디스 오어는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로 여성 차별에 맞서 투쟁해 왔을 뿐 아니라 여성운동의 여러 쟁점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 참여해 왔다. 이 책에서도 페미니즘의 이론(가부장제, 정체성 정치, 특권 이론, 퀴어 이론, 이중체계론, 교차성, 사회재생산 등)과 쟁점(임신중절권, 가사노동, 외설 문화, 포르노, 성매매 등)을 이해하기 쉽게, 그러나 매우 논쟁적으로 다룬다."

 

 

마지막 책은 노라 칼린/콜린 윌슨의 <동성애 혐오의 원인과 해방의 전망>(책갈피, 2016)이다.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란 말이 부제로 붙었다. "저자들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원시사회에서 현대까지 성에 대한 인류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고 동성애자 억압이 자본주의와 매우 깊은 관계가 있음을 밝힌다. 동성애자 해방운동의 실패와 성공 경험 등 풍부하고 생생한 사례를 통해 동성애자 해방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대안을 제시한다." 동성애 문제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다 보니 관련서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봄에 나온 리 배지트의 <동성 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민음사, 2016)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황인종의 탄생- 인종적 사유의 역사
마이클 키벅 지음, 이효석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6년 07월 23일에 저장
품절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
오카 마리 지음, 이재봉.사이키 가쓰히로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6년 07월 23일에 저장
절판
하얀 폭력 검은 저항- KKK의 탄생과 흑인 민권 이야기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김충선 옮김, 오찬호 해제 / 돌베개 / 2016년 7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1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7월 23일에 저장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
주디스 오어 지음, 이장원 옮김 / 책갈피 / 2016년 7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1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7월 23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강의 공지다. 창비학당의 여름방학 맞이 브런치 특강에 참여하게 되었다. 방학맞이라고 돼 있지만 강의는 방학이 끝날 무렵인(심지어 끝난 뒤인) 8월 20일과 27일 양일에 진행된다. 나는 8월 20일 오후 1시-2시 30분'정치철학 입문: 플라톤에서 마이클 샌델까지'를 주제로 강의한다. 장소는 망원동의 창비사옥이다. 전체 특강 일정은 아래와 같으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6. 07. 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주의 저자'를 좀 일찍 고른다. 주말에 고른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다. 인문 저자 3인인데, 먼저 강유원의 '고전 연속 강의' 시리의 하나로 <철학 고전 강의>(라티오, 2016)가 출간되었다. <역사 고전 강의> 이후 4년만이다.  

 

"고전적인 의미의 철학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고도의 추상적 사유들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이 주요 철학자들의 저작들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철학의 전 영역이 아니라 전통적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다루고 있다. 철학의 영역에 속하는 모든 분야를 공부할 수 없으므로, 전통적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다룸으로써 철학의 전 영역으로 나아가는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려는 것이다. 헤시오도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와 같은 고대의 사상가들에서 시작하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서 이러한 시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검토한다."

인문 독자들이 오래 기다렸을 책인데, 강의의 템포에 맞추자면 일년 독서 거리로 고려해봄 직하다. 시리즈에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학 고전 강의>가 다음 차례일까.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와 번역을 진행해온 윤여일이 매듭을 짓는 성과로서 <동아시아 담론>(돌베개, 2016)을 펴냈다. 부제가 '1990 ~ 2000년대 한국사상계의 한 단면'인데, "1990년대 초반의 탈냉전기부터 2000년대 중반의 참여정부기까지, 국내에 동아시아 담론이 어떤 방식으로 유입됐고 분화되면서 변화를 겪어왔는지 지식사회학의 각도에서 분석한" 책이다. 바탕이 된 건 지난해 발표한 박사학위논문이라고. 동아시아 담론을 사상의 번역이란 측면에서 다룬 전작들, <사상의 원점>(창비, 2014)과 <사상의 번역>(현암사, 2014)에 잇대어 읽어봐도 좋겠다.

 

 

저자가 대화와 교류, 번역의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국 학자 쑨거의 책들도 내친 김에 다시 호명해놓는다.

 

 

끝으로, 일본의 비평가이자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제국의 구조>(도서출판b, 2016). 당초 지난 겨울에 나오는 걸로 들었지만 출간이 조금 늦어졌다. 예상할 수 있지만 <세계사의 구조> 서플먼트의 하나다.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 이후 그것을 보충하는 형태의 책을 세 권 펴냈다. <자연과 인간>, <철학의 기원>,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제국의 구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국의 구조>는 <세계사의 구조>를 완성시키는 책이다."

지난 겨울 <세계사의 구조>에 대해 강의하면서 <제국의 구조>가 출간되면 좀더 자세한 이해가 가능할 거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는데, 이제 확인해볼 수 있게 돼 반갑다. 일독하고 나서 여차하면 하반기 강의에서도 다루고 싶다... 

 

16. 07.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