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시간으로 자정을 넘겼다. 한국은 아침 7시. 어제 낮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오르며 시작된 스위스문학기행의 첫날 일정은 하나밖에 없었다. 취리히에 도착하기. 프랑크푸르트까지 13시간 비행, 이어서 환승하고 취리히 공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다(거의 17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취리히 일정은 문학기행의 마지막 이틀로 잡혀 있고 오늘은 단지 일박이 목적이다. 취리히에 도착했으나 아직 아는 척하지 않기.

문학기행은 늘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하지만, 장거리 비행마저 달가운 것은 아니다. 10시간 이상의 비행은 누구라도 진이 빠지게 만들 것이기에. 그렇지만 무탈하게 도착해 숙소에서 일박을 맞이하게 되면 하루의 고생도 금세 과거지사가 된다. 본격 일정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는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실제로 시차 때문에 우리는 7시간 과거에 와 있다).

아래 사진은 호텔방. 스위스에 와 있다는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사진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고 커튼도 같은 색감의 그린이다. 대개의 스위스 호텔처럼 냉장고나 커피포트가 구비돼 있지 않아 불편한 면이 있지만 스위스 산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는 것으로 모두 용서가 된다. 여기는 스위스, 취리히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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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문학기행 첫날이다. 출국절차를 마치고 탑승게이트에서 대기중. 커피 한잔 마시며 막간의 감상을 적는다. 오늘의 일정은 비행.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취리히에 안착하기까지 16시간쯤 소요되는 듯싶다. 귀국행은 시간이 1시간 단축되기에 항상 가는길이 오는길보다 고되다. 여행의 기분이 그 차이를 상쇄해주지만.

스위스문학기행의 기점과 종점이 취리히다. 스위스의 가장 큰 도시이면서 문학도시(스위스인들도 그리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1차세계대전중 많은 시인작가들이 피난지로 삼기도 했고 그런 중에 새로운 예술운동이 탄생하기도 했다. 다다(Dada)의 탄생지.

스위스에서는 취리히의 작가로 ‘스위스의 괴테‘로 불리는 고트프리트 켈러와 함께 요한나 슈피리(<하이디>의 작가), 그리고 막스 프리슈(프리쉬)가 꼽히는 듯싶다. 하지만 이번 문학기행의 초점은 토마스 만과 제임스 조이스다. 각기 20세기 전반기 독문학과 영문학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나란히 취리히에서 생을 마치고 묻혔다. 토마스 만의 무덤을 찾는 일로 시작될 일정은 조이스의 무덤을 방문하는 것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작가들의 무덤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 문학기행인가? 우리가 애정하고 존경하는 작가들이라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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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조지 오웰의 자유와 행복

7년 전 페이퍼다. 두주 뒤에 자먀틴의 작품을 다시 강의할 예정이라 소환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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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심리학자, 그리고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경제학자다(공동 수상자는 애쓰모글루의 동료이자 공저자들이다). 먼저,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가 출간돼 얼추 3부작이 완결되었다. <바른 마음>과 <나쁜 교육>, 그리고 <불안세대>.















이번 책은 2024년작이니 실시간으로 번역된 셈. "베스트셀러 <바른 마음>으로 ‘영미권에서 가장 논쟁적인 학자’으로 부상한 그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인터넷이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심증) 물증이 없던 차에, 실제로 근거들을 통해서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고 있는가"를 경고하고 있다니 '반갑다'.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 내지 부모라면 같이 읽고 토론해볼 책이다. 
















그리고 이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등의 저작으로 구면인 애쓰모글루. 노벨경제학상 수상작이란 후광도 거느리게 되었다. 지난해 나온 <권력과 진보>까지 역시나 묵직하지만 필독해볼 만하다. 공들여 읽어볼 만하다고 노벨상이 보증을 서 주었으니 더더욱. 지난해 나온 <권력과 진보>의 소개는 이렇다.


"저자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은 <권력과 진보>에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적·사회적 권력이 어떻게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치밀한 논증과 함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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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쉬고 있는 중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대표적인데(덕분에 이번 겨울학기는, 당장 내달부터, 한강 강의로 도배가 되었다) 매우 인상적인 문학적 사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올해의 사건이면서 한 세대의 사건이다. 한국작가 중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로 점쳐졌지만 나도 그 시간은 10년쯤 뒤로 생각했었다). 강의와 함께 이번 수상의 의미를 짚는 원고를 맡은지라 내일 출발하는 스위스문학기행 커리어에 한강의 책도 몇권 들어갔다. 비행중에, 혹은 스위스의 숙소에서 한강을 읽는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공항서점에서 외국어로 번역된 한강을 기념삼아 손에 들지도 모르겠다. 


한강에 대한 페이퍼는 뒤로 미루고, 문학기행중이라 다음주에는 강의가 없는 덕에 모처럼 시간을 내서 밀린 책들의 페이퍼를 적는다. 대충 견적으로는 10여개는 적어야 하지만, 일단 철학책부터. 현대독일철학의 아이콘이라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철학하는 철학사' 3부작의 마지막권이 출간되었다(젊은 철학자였는데, 1964년생이니 그도 환갑의 나이다). <너 자신이 되어라>. 앞서 나온 <세상을 알라>(2018), <너 자신을 알라>(2018)에 뒤이은 것이다. 6년만의 완간.



 













3부작을 다 갖고는 있지만, 책이사가 진행중이어서(신규 도서구입이 제한되고 있다) 나머지 두 권의 소재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너 자신이 되어라>는 좀 읽다보니, 역시 허명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관점이 있으면서 흥미롭게 잘 쓰인 철학사다. 
















다비드 프레히트의 책은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이후에 모든 책을 구비해놓기는 했는데, 정작 작심하고 읽지는 못했다. 강제독서가 필요한 저자다. 
















한편 견줄 만한 철학사 책으론 같은 3부작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를 떠올릴 수 있겠다. 둘다 영어권이 아닌, 독일과 이탈리아의 철학사란 점에서 가산점도 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따로 적지 않은 건 같은데, 연초에 이정우의 <세계철학사>(전4권)도 완간됐었다. 국내 저자가 이만한 규모의 철학사를 다시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보이기에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 여름에 나온 고명섭 기자의 <하이데거 극장>과 함께 국내 저자의 철학서로 상찬받을 만하다. 다만 나로선 역시나 강의들 때문에 아직 손에 들지 못하고 있어서 유감이다. 


리하르트 프레히트와 함께 주목할 저자는 마르쿠스 가브리엘이다. 1980년생이니 독일철학의 진짜 '젊은 피'다.  


  















슬라보예 지젝과의 공저 <신화, 광기 그리고 웃음>으로 처음 소개된 게 2011년이었다. 그리고 최근 <허구의 철학>이 나왔는데, 흥미로운 저작(확인해보니 아직 영어판이 나오지 않았다). 규모가 좀 있는 책이어서 본격독서는 미루고 있는데(700쪽이 넘는다), 앞서 나온 그의 3부작과 연관지어 읽어보면 좋겠다. 
















그 3부작은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나는 뇌가 아니다><생각이란 무엇인가>다. 프레히트의 '철학하는 철학사' 3부작과 같이 묶으면, 철학의 종횡이다. 동시에 현대 독일철학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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