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출간된 에세이집이 화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 월리스가 누구인가는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를 읽고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의 호평을 보고 그의 괴작 <무한한 재미>(역자의 말대로 조이스의 <율리시스>보다 두껍다)를 구입하기까지 했던 작가다! 다만 그의 에세이집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방심했다고 할까.

걸작이라는 호평과 재능의 낭비라는 혹평이 엇갈리는 <무한한 재미>가 번역될 수 있을지는 판단이 서지 않지만 ‘읽을 수 있는 책‘ 범주에 들어가는 비평서나 에세이집은 더 나올 수 있겠다 싶다. 9편의 에세이를 수록하고 있는 이번 선집에서 내가 표제글보다 주목하는 것은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를 다룬 두 편이다. ‘카프카의 웃김에 관한 몇마디 말‘과 ‘조지프 프랭크의 도스토옙스키‘. 조지프 프랭크는 미국의 러시아문학자로 도스토예프스키 결정판 평전의 저자다.

월리스에 대해서 이차적인 정보만 갖고 있으면서도 일단 신뢰하게 되는 것은 그가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의 후예를 자처해서다. 그런 경우 아무리 기괴한 작품을 쓴다 하더라도 나로선 접근통로가 있을 거라고 여기게 된다. 포스트모던 카프카이건 포스트모던 도스토옙스키이건 얼마든지 오케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번역에 대한 찬사도 적어놓았는데 ‘기적적‘인 번역의 음미를 위해서 원서도 바로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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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by 2018-04-08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봤을 때는 에세이집 <<A Supposedly Fun Thing I‘ll Never Do Again>>이 번역된 줄 알았는데, 원래 <<Consider This Lobster>>라는 다른 에세이집에 수록된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글도 번역본에 같이 실려있다고 해서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여러 에세이집에 실린 걸 새롭게 모아 번역한 거군요. 조셉 프랭크의 도스토옙스키 평전에 관한 글은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랍스터를 생각해봐>도 같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꽤 재미있을 뿐더러 과연 월리스가 철학도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로쟈 2018-04-08 23:56   좋아요 0 | URL
제가 주문한 게 <랍스터>예요. 산문집 세권에서 골랐다니까 구입은 좀 애매하긴 합니다.
 

지난 12월에 세 권, 그리고 이달에 두 권이 더 나왔다. '김동식 소설집'. 작가에 대해서, 그리고 한꺼번에 쏟아진 소설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가늠도 되지 않지만, 일단은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되어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김동식표 소설'이 어떤 것인지, 시간날 때 한권은 읽어봐야겠다.

 

"2018년 출판계를 강타한 소설 『회색 인간』의 작가 김동식 신작 단편 소설집.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에는 그가 2년간 쏟아낸 400여 편의 이야기 가운데 관계와 소통, 자아, 자존감 등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21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타인의 행복을 시기하는 마음, 가족 간의 애증, 살인 다단계 등 미묘하게 얽힌 인간관계과 자아의 문제를 위트 있게 비튼 김동식표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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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올드보이‘ 후보들이 등장한다고 조롱을 사고 있는데 미국의 대표지성으로서 하워드 진과 노엄 촘스키는 내게 좋은 의미에서의 ‘올드보이‘다(공식적으로는 ‘미국의 양심‘으로 불린다). 경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전혀 늙지 않는 비판정신의 대표격이기에. 비록 하워드 진은 2010년에 타계했지만 저자로서는 건재하다. 지난주에도 그의 신간이 나왔으니!

<역사의 정치학>(마인드큐브)은 1970년에 나온 책이니 오래된 책이긴 하다. 하지만 젊은 역사학자 하워드 진과 만나게 해준다(1922년생이므로 나보다 젊은 나이의 하워드 진이다!). 그는 바로 10년 뒤에 대표작 <미국민중사>를 써내게 될 것이다. <역사의 정치학>을 <미국민중사>의 청사진으로 읽을 수 있는 셈.

˝<역사의 정치학>은 하워드 진의 역사학자로서 면모와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면모 모두를 보여준다. 책에 인용된 칼 포퍼의 말처럼, 역사에는 의미가 없지만,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에 대해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부여한 가장 큰 의미는 바로 휴머니즘이다. 그가 기록한 역사란 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권력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하며 비정했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적어놓은 증언에 가깝다. 동시에 그는 가혹한 역사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연대와 실천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중대한 변화를 이루어냈는지 잊지 않고 보여준다.˝

한편 촘스키의 책은 <불평등의 이유>(이데아)와 <파멸전야>가 한꺼번에 나왔다.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10가지 원리‘가 부제로 원제는 ‘아메리칸 드림의 진혼곡‘이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이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풍요로우며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그리고 그 현실을 상징하던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뿐만 아니라 세계는 이미 충분히 불평등하다.˝

불평등이라는 화두는 이미 적잖은 지식인과 학자들이 문제삼고 있다. 자본과 탐욕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파국과 파멸을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촘스키의 또다른 최근작 <파멸전야>(세종서적)는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가 원제다.

˝‘누가 세상을 지배하는가?‘ 미국은 이 질문에 ‘미국‘이라는 단 하나의 답이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촘스키는 사람들이 미국의 실체에 눈 뜨고, 전 세계 대중이 미국의 잔악함을 비판하는 행동에 나선다면 진정한 ‘인류의 주인‘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변화가 전세계적인 규모에서 가능할까. 트럼프의 집권 기간과 그 이후가 미국사에서도 그렇고 세계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멀리갈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변화의 시금석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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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분야에서 ‘이주의 발견‘은 미국의 역사가이자 활동가 마커스 레디커의 <노예선>(갈무리)이다. ‘인간의 역사‘가 부제. 저자의 책은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까치), 그리고 피터 라인보우와 공저한 <히드라>(갈무리)가 소개된 바 있다. 비슷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서 삼부작으로 읽어도 무방하겠다(게다가 우리에게 소개된 책은 이 세 권이 전부이기도 하고).

˝노예선은 아프리카 해안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싣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그들을 신세계로 데려갔다. 노예무역과 미국 농장체제에 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졌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노예선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뛰어난 수상 경력의 역사학자인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에서 해양기록에 관한 30년간의 연구를 정리하여 이 전례 없는 함선에 관한 역사를 만들어 냈으며 함선의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격동하는 인간의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는 상어를 꼬리처럼 끌고 다니는 ‘떠다니는 지하 감옥‘에 타고 있는 선장, 선원, 노예의 삶과 죽음 그리고 공포를 냉혹하게 재구성했다.˝

이 책의 의의는 제목 자체가 웅변한다. 마땅히 나와야 할 책이 나온 것.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영국(1807)과 미국(1808)의 노예무역 폐지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7년에 출간된 책이다. 10년 뒤늦긴 했지만 우리도 근대 자본주의의 흑역사로서 노예무역의 실상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는 품절된 상태인데 재간되면 좋겠다.

저자는 이후에 쓴 <아미스타드 호의 반란>(2012)를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했다고 하는데 스필버그의 영화 <아미스타드>(1997)와 비교해서 보면 좋겠다. <아미스타드>를 뒤늦게 다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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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카프카문학기행에 이어서 올 가을에는 한겨례교육 주관으로 독일문학기행을 진행한다. 일정은 10월 15일-24일(8박10일)이며 괴테와 실러, 릴케, 토마스 만과 헤세의 발자취를 찾아가보려고 한다. 자세한 일정과 신청 문의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 홈피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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