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출간된 에세이집이 화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 월리스가 누구인가는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를 읽고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의 호평을 보고 그의 괴작 <무한한 재미>(역자의 말대로 조이스의 <율리시스>보다 두껍다)를 구입하기까지 했던 작가다! 다만 그의 에세이집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방심했다고 할까.
걸작이라는 호평과 재능의 낭비라는 혹평이 엇갈리는 <무한한 재미>가 번역될 수 있을지는 판단이 서지 않지만 ‘읽을 수 있는 책‘ 범주에 들어가는 비평서나 에세이집은 더 나올 수 있겠다 싶다. 9편의 에세이를 수록하고 있는 이번 선집에서 내가 표제글보다 주목하는 것은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를 다룬 두 편이다. ‘카프카의 웃김에 관한 몇마디 말‘과 ‘조지프 프랭크의 도스토옙스키‘. 조지프 프랭크는 미국의 러시아문학자로 도스토예프스키 결정판 평전의 저자다.
월리스에 대해서 이차적인 정보만 갖고 있으면서도 일단 신뢰하게 되는 것은 그가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의 후예를 자처해서다. 그런 경우 아무리 기괴한 작품을 쓴다 하더라도 나로선 접근통로가 있을 거라고 여기게 된다. 포스트모던 카프카이건 포스트모던 도스토옙스키이건 얼마든지 오케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번역에 대한 찬사도 적어놓았는데 ‘기적적‘인 번역의 음미를 위해서 원서도 바로 주문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