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지만 지방에 강의가 있어서 다시 서울역이다. 오는 길에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한 아룬다티 로이의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문학동네)를 계속 읽었는데, 분량이 너무 얇은 것 같다는 인상은 두꺼웠다면 큰일날 뻔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매 페이지 부조리하고 참담하며 사악한 인도의 현실, 그러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현실이 기술되고 있어서다. 내가 소개 형식으로 쓴 시조차도 너무 ‘소프트‘하게 여겨질 정도다.

브릭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신흥 경제대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자본주의 성장(내지 자본주의화) 과정이 으레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그 가운데서도 종교적으로나 민족, 언어적으로 사정이 복잡한 인도가 최악이 아닌가 싶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조차도 일종의 면죄부처럼 여겨져 사용하기 꺼려진다. 로이의 책이 더 번역되면 좋겠다. 몇 권 갖고 있음에도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고 배송일이 빠른 책부터 주문했다.

근대 이후의 문학, 자본주의 이후의 문학(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문학)의 사례로 내게 영감을 주는 동시대 작가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아룬다티 로이다. 더 많은 이름을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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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싱서학자이자 퀴어신학자 테드 제닝스의 <무법적 정의>(길)다. ‘바울의 메시아 정치‘가 부제. 저자는 앞서 <예수가 사랑한 남자>(동연)와 <데리다를 읽는다/바울을 생각한다>(그린비)로 소개되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바울의 정치신학을 로마서 읽기를 통해서 되짚어본다.

˝알랭 바디우(<사도 바울>), 조르조 아감벤(<남아 있는 시간>(한국어판 제목: 남겨진 시간)), 아코프 타우베스(<바울의 정치신학>), 자크 데리다(<법의 힘>), 슬라보예 지젝 등등. 현대의 급진적 (정치)철학자들 다수가 바울에게서 사유의 계기를 찾는다. 그들은 바울의 무엇에 주목하는 것인가. 이 책 <무법적 정의>는 현대 정치철학에 영감을 주는 그 원천을 바울의 진정서신 중 하나인 로마서로부터 읽어낸다. 바울은 제국 로마의 인민들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인가. 테드 W. 제닝스는 그 편지 로마서를 한 줄 한 줄 따라 읽어가며 이를 추적한다. 이 책은 동시대 철학자들과 함께하는 로마서 다시 읽기이다.˝

바울신학과 급진적 정치철학과의 조우는 지젝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연장선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나 만만찮은 주제이고 분량이다. 책읽는 뇌도 도서관에서 대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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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을 읽지 않아도
내게 로이는 신성한 이름이었지
근대문학의 종언을 알리는 이름
첫 장편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상하고도 로이는
문학을 떠났지 세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문학에 구멍을 냈지
구멍난 문학에 인도를 매달 수는 없었다네
인도는 무거운 나라
인도는 가난하고도 무거운 나라
하지만 12억 인구의 나라 인도는
엄청난 부자들의 나라이기도 하지
100명의 재산은 3억의 국내총생산에 맞먹지
부자 중의 부자 무케시 암바니의 집을 보라
그의 집 안틸라는 사상 최고가의 집
27층짜리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세 곳이라네
공중정원에 무도회장, 여섯 층의 주차장
그러자니 600명의 하인이 필요하지
하지만 암바니는 그곳에 살지 않아
아무도 알지 못하지 부자들의 부자는
아무데나 살지 않지 안틸라는
어쩌다 들르는지도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갖는 게 세상의 이치
로이는 그걸 분수효과라 부른다네
뿜어져 나오는 저 분수를 보라
무케시 암바니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걷잡을 수 없이 부유해지고
법원도 국회도 모두가 암바니의 친구들
우리네 못지않은 돈독한 친구들
나머지 인도인은 들러리로 충분하네
인도에는 8억의 유령이 있네
있는 거 없는 거 빼앗기고 가난에 내몰린 유령들
하루 20루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건 400원도 안 되는 돈이지
가난과 빚에 쪼들려 25만의 농민이 목숨을 끊는 나라
인도는 놀라운 나라라네
너무 놀라 로이는 문학을 떠났네
3억의 중산층처럼 입 다물 수 없어서
이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다시 묻네
이것이 세상인가 로이는 묻네
아룬다티 로이를 읽는 밤
나는 생각에 잠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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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서 나오는 '세게문학 단편선'이 어느새 30권을 넘겼다. 31번째로 나온 것이 <헨리 제임스>(현대문학)인데, 전문번역가 이종인의 번역이어서 일단 신뢰감이 생긴다. 이 단편선에서는 3권이 그의 번역이다. 그와 함께 최근에 나온 두 권을 더 얹어서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캐서린 앤 포터>와 <알퐁스 도데>, 두 권이다. 헨리 제임스는 내달에 강의에서 몇 작품 읽으려고 하는데, 이 단편선도 요긴하게 참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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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 외 7편
헨리 제임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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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앤 포터- 오랜 죽음의 운명 외 19편
캐서린 앤 포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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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 아를의 여인 외 24편
알퐁스 도데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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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왕이 되려 한 남자 외 24편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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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시로 오늘 쓰려던 건
로쟈, 로지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였지
라스콜리니코프로 불렸던 라스콜니코프
청량리를 지나간다는 생각에
삼천포로 빠져 버린 라스콜니코프
로지온의 애칭 로쟈를 닉으로 쓰고 있으니
나는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생각
무얼 쓰더라도 라스콜니코프가 된다는 생각
라스꼴니꼬프도 어렵지 않다
라스꼴이라고 떼줄 수도 있다
라스콜은 분열이란 뜻이니 라스콜니코프는
분열적 인간, 나는 분열증 환자 같으니라구
라고 적었지 아주 오래전 리포트에
그 라스콜니코프가 도끼를 외투 안쪽에 걸고
전당포로 걸어갈 때 나도 동행했던가
칠백 삼십 보를 걸어갈 때 망이라도 보았던가
전당포 노파 알료나의 정수리를 도끼로 내리칠 때
(연소자 관람 불가랍니다)
도끼날도 아니고 도끼등으로 내리칠 때
나도 옆에 있었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알료나는 쓰러졌지
오 로지온!
나는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일까
라스콜니코프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
알료나의 장롱과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지
무엇이건 뒤져야 했지
인기척이 느껴져 화들짝 뛰쳐나왔네
리자베타가 거기에 있었네
알료나의 이복자매 리자베타가 거기에
있다니 라스콜니코프는 다시 도끼를 치켜들었다네
리자베타의 이마를 내리쳤다네
(제발 연소자는!)
맙소사, 리자베타는 전당포에 없어야 했다네
리자베타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네
라스콜니코프는 정신이 없었다네
모든 걸 계획해도 소용 없는 일
우리는 하려고 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지 못하듯이
머리가 하는 일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듯이
완벽한 범죄이론이 있어도 완전범죄는 없다네
라스콜니코프는 정신없이 하숙집으로 돌아왔다네
어제의 라스콜니코프는 더이상
오늘의 라스콜니코프가 아니라네
오 로쟈, 사랑하는 아들아
어머니의 편지가 서랍에 있었지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할 테지
로쟈는 다시는 어머니를 껴안지 못할 테지
오 로쟈는 자기 자신을 죽였다네
이렇게 써도 될까 싶지만
(요즘은 죄와 벌도 안 읽는다고 하니)
로쟈의 일은 내가 잘 아는 일
무얼 쓰든지 라스콜니코프의 이야기
에필로그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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