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지만 지방에 강의가 있어서 다시 서울역이다. 오는 길에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한 아룬다티 로이의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문학동네)를 계속 읽었는데, 분량이 너무 얇은 것 같다는 인상은 두꺼웠다면 큰일날 뻔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매 페이지 부조리하고 참담하며 사악한 인도의 현실, 그러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현실이 기술되고 있어서다. 내가 소개 형식으로 쓴 시조차도 너무 ‘소프트‘하게 여겨질 정도다.
브릭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신흥 경제대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자본주의 성장(내지 자본주의화) 과정이 으레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그 가운데서도 종교적으로나 민족, 언어적으로 사정이 복잡한 인도가 최악이 아닌가 싶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조차도 일종의 면죄부처럼 여겨져 사용하기 꺼려진다. 로이의 책이 더 번역되면 좋겠다. 몇 권 갖고 있음에도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고 배송일이 빠른 책부터 주문했다.
근대 이후의 문학, 자본주의 이후의 문학(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문학)의 사례로 내게 영감을 주는 동시대 작가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아룬다티 로이다. 더 많은 이름을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