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기행 출발일이다. 오전 비행기라 아침 일찍(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선 건 오랜만이다) 공항행버스를 탔다(원래 타려던 공항버스의 시간이 변경된 걸 터미널에 가서야 알았고 부랴부랴 광역버스로 대체해 겨우 집합시간에 맞췄다). 공항은 초만원이어서 탑승수속에 시간이 꽤 소요되었고, 현재는 출발게이트에서 대기중이다. 벌써 아홉번째일 정도로 문학기행은 낯설지 않지만 출발 직전까지도 전체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지 못한 건 처음이다. 여행이라면 다들 베테랑들이신 거.

지난 2017년부터 연2회씩 진행해온 문학기행은 이번 프랑스문학기행으로 한순번을 돈 게 된다. 유럽을 기준으로 하면, (여행순으로)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그리스에 이어서 프랑스가 주요 7개국의 마지막 국가여서다(다른 두번의 문학기행은 일본문학과 카프카문학 기행이었다). 지난봄 지중해문학기행에서 찾은 그리스가 유럽문명의 시원이었다면 프랑스는 근대문학의 출발점이다. 근대혁명, 혹은 근대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프랑스근대문학을 그 기록으로 읽을 수 있다. 발자크에서 플로베르와 졸라, 프루스트 등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소설사의 장관은 19세기 후반 러시아 소설사만이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문학기행을 마치면(다음 일정은 내년봄의 중유럽문학기행이다) 내게는 여분의 문학기행이다. 수년내로 남미문학기행도 진행할지 모른다. 그쯤 되면 얼추 ‘80권의 세계일주‘를 흉내내볼 수도 있겠다(국내에선 임헌영 선생의 유럽문학기행이 있다). 로쟈 세계문학기행을 정리한 책들을 펴내는 일도 속도를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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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워즈워스의 도브코티지

4년 전에 워즈워스의 도브코티지와 윈더미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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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카페 카프카는 수리중

6년 전에는 수리중이었다. 내년 봄에 다시 찾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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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문학기행에서 수요일에 돌아와 며칠 시간이 흘렀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지만(지방강의도 다녀왔다) 언제나 그렇듯 온전한 복귀에는 시간이 걸린다(어제 이어폰은 빼놓고 외출해서 내내 무음의 시간을 보냈다든가). 독서로의 복귀도 마찬가지다. 여러 계획과 의욕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휴식의 시간이다.

어제는 귀국후 처음 주문한 책으로 페르낭 브로델의 <문명의 문법>을 배송받았다. 지중해문학기행은 문명기행이기도 했기에 매우 반가운 책이다(과거에 브로델 책을 검색하다가 번역되면 좋겠다고 기대한 책이기도 하다. 지중해 세계의 역사에 대해 브로델만큼 확실한 지분을 갖고 있는 역사가가 또 있을까). 현재는 홉스봄의 장기19세기사 삼부작을 강의에서 읽고 있지만 근대세계의 탄생을 다룬 브로델의 책들도 곁눈질해봐야겠다(책들을 찾아놓는 일이 우선과제지만).

고대 지중해사나 고대 그리스, 그리고 비잔티움(이스탄불) 관련서들도 문학기행의 복습용이다. 우선은 떠나기 전에 채 읽지 못한 에릭 클라인의 <고대 지중해 세계사>를 손 가까운 곳으로 옮겨놓았다. 카잔차키스의 <오디세이아> 강의를 마무리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비유하자면 여행은 행성탐사선 활동에 견줄 수 있다. 암석을 실제 채취하여 돌아온 탐사선이랄까. 출발전에 어느 정도 가설과 목표를 세우고, 귀환 이후에는 채취물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예습과 탐사, 그리고 복습의 과정이다(여행 자제의 즐거움을 별도로 한다면). 그 복습의 시간으로 이번봄이 채워질 것 같다. 이미 한발은 이번가을 프랑스문학기행을 위해 빼놓고...

아래 사진은 화요일 아침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스탄불의 호텔을 나서면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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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은 아직 깊은 밤이다. 어제로써 계획했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고 이제 날이 밝으면 마지막 조식 이후에 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오후 항공편이지만 단체여행이 대개 그렇듯 만일을 대비하여 일찍 공항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을 택한다. 떠나올 땨와 마찬가지로 아부다비를 경유하기에 대기시간(2시간20분)까지 포함하면 이륙후 15시간 뒤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마도 내일(수요일) 점심은 공항식당에서 먹게 되겠다.

어제 일정은 이스탄불 역사기행이었다. 비잔티움에서 콘스탄티노플로, 다시 이스탄불로 개명돼온 역사가 시사하듯 이스탄불은 파란만장한 변천사를 가진 역사도시이자 유럽 최대도시다(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 도시의 역사는 기독교의 3대 역사도시다). 이러한 역사의 산 증인 같은 건축물들을 둘러보는 일정이 진행되었다.

어제 아침 적은 대로 비가 흩뿌리는 날씨였다(오후 들어 비는 잦아들었지만 하루종일 흐린 날씨여서 ‘이스탄불의 멜랑콜리‘를 느끼게 해주었다). 옛날 교과서에선 성소피아성당으로 불렸던 아야 소피아를 먼저 찾으려 했으나 아침부터 관람객의 줄이 너무 길어서 우리는 오스만제국 술탄의 톱카프궁전을 먼저 둘러보았다. 그제 본 돌마바흐체의 전임 궁전으로 15세기 중순부터 19세기 중순까지 궁전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전시실을 갖춘 박물관이다. 시계방과 무기방, 그리고 대형 다이아몬드도 유명하지만 궁전의 부엌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곳에선 구경하지 못했던 탓인듯.

이어서 들어가본 아야 소피아(어제는 ‘현재 박물관‘이라고 적었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20년 7월부터 다시 모스크로 바뀌었고, 관람객들이 둘러보는 중에도 이슬람교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터키의 국부인 아타튀르크가 1935년 이곳을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바꾼 사실을 고려하면 무스타파 케말의 유지를 어긴 셈이 된다(터키의 건국과 함께 종교와 정치를 분리시킨 것이 케말의 가장 큰 업적으로 보이는데, 21세기 술탄으로 군림하고 있는 에르도안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 나쁜 정치의 폐해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런 사례라면 멀리서 찾을 것도 없지만).

아야 소피아 부근에서 점심을 먹은 뒤의 오후 일정은 현재 내부 공사중이라 외관만 볼 수 있는 블루모스크와 그 주변의 역사유물을 둘러보고 ‘지하궁전‘으로도 불리는 예레바탄 지하 저수조를 찾았다. 동로마시대 때 축조된 대형 수조로 8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몇년 전 이탈리아 문학기행을 앞두고 피렌체가 나오는 앞부분 때문에 봤던 영화 ‘인페르노‘(2016)의 후반부에 나오는 지하궁전이 바로 이곳. 영화 촬영후 공사를 통해 새단장을 했다고 한다.

오후 일정까지 소화한 뒤에는 그제처럼 트램을 타고 탁심광장으로 이동하여 잠시 자유시간을 보내고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한국식당에서 했다(태백식당이란 곳인데 반주로 곁들인 한국산 소주값이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쌌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그렇게 문학기행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이스탄불은 아직 어둠속에 있지만 이제 몸을 한국시간에 적응시켜야 할 터이다. 오늘은 점심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조식을 먹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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