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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알베르토 토스카노의 <광신>(후마니타스, 2013)이다. '어느 저주받은 개념의 계보학'이 부제.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철학자이고 현재는 영국에서 활동중이다. 국내에도 몇권의 공저와 인터뷰를 통해 이름이 알려졌는데, <광신>은 첫번째 단독 저서다. 어떤 책인가.  

 

 

광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칸트, 헤겔, 마르크스, 그리고 프로이트, 블로흐, 바디우를 관통하는 비판적·변증법적 계보를 재조명하고, 광신 개념이 겪은 어두운 모험들을 읽어 나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체주의 대 자유주의, 회의 대 신념, 합리 대 광신 등으로 모든 논의를 단순화함으로써, 모든 대안과 가능성을 봉쇄해 온, 정치 종교 담론과 세속화 담론의 이면을 파헤친다.

 

매우 흥미로운 '모험'이 될 듯싶은데,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알랭 바디우의 영역자로도 유명하다.

 

 

 

소개에 따르면, "그는 바디우의 <세기>와 <세계의 논리> 등을 번역했으며, <광신> 이외의 주요 저서로는 <생산의 극장: 칸트와 들뢰즈 사이에서의 철학과 개체화>(2006)가 있다."

 

 

번역은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중인 문강형준 씨가 맡았다.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이매지, 2012), <파국의 지형학>(자음과모음, 2011) 등의 저서와 <루이비통이 된 푸코?>(난장, 2012) 등의 역서를 갖고 있다. 저자와 역자가 모두 미덥다...

 

1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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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은 보류중이지만 지난주에 나온 관심도서 가운데 하나는 E. A. 웨스터마크의 <인류혼인사>(세창출판사, 2013)다. 핀란드의 인류학자라고 하니까 저자가 생소한 건 당연한데, 그래도 상당한 업적을 세운 걸로 돼 있다.  

 

 

소개에 따르면, "약관 29세에 불후의 명작 <인류혼인사(The History of Human Marriage)> 제1판을 펴내 진화주의적 인류학자의 일원이 되었으며, 이후 헬싱키대학의 사회학교수(1890~1906), 아보아카데미의 도덕철학교수(1906~1918), 철학교수(1918~1930), 런던대학의 사회학교수(1907~1930)로 재직하면서 많은 논문을 쓰고 귀중한 저서를 남겼다. 그가 원시난교.집단혼의 논쟁에서 그 실질적 보급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혼인에서의 '생물학적 조건'을 근거로 원시일부일처제를 주창한 것은 남다른 예지적 연구의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시일부일처제'를 주장했다는 게 핵심인 듯한데, 원저는 상당히 반대한 걸로 돼 있어서 번역의 대본이 무엇인지, 얼만큼 번역된 것인지 궁금하다.

 

 

웨스터마크 관련서를 찾아보다가 구입한 게 <침팬지 폴리틱스>(바다출판사, 2004)의 저자 프란스 드발의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수희재, 2005)다. 두 권 현재는 절판된 듯한데(<원숭이와 초밥요리사>도 중고로 구했다), 저자는 저명한 영장류 학자.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의 마지막 장이 '인간의 선성을 둘러싼 2천 년간의 논쟁'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 한 절이 '웨스터마크, 프로이트를 격파하다'이다. 웨스터마크의 프로이트 비판을 다룬 듯해 관심을 갖게 됐다.

 

 

분류하자면 <침팬지 폴리틱스>와 <원숭이와 초밥요리사>는 '사라진 책들'이 되는데, 그렇게 그냥 치워버리기엔 아쉽다.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될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버텨주길 바란다...

 

13. 10. 23.

 

 

P.S. 혼인과 반대되는 주제가 독신인데, 어제 관심을 갖게 된 책은 장 클로드 볼로뉴의 <독신의 수난사>(이마고, 2006)다. 다행히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이고, 같은 저자의 <키스>(살림, 2000)까지 뒤늦게 장바구니에 넣었다. <수치심의 역사>(에디터, 2008)가 가장 나중에 나온 책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건 절판됐다. 소장하고는 있는 책인지만 역시나 어디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는 책인지라 부재가 아쉽다. 책이 오랫동안 읽히는 건 결코 수치스러운 게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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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기에 '발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주의 서프라이즈'이면서 '이주의 과학서'에 해당하는 책은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나남, 2013)이다.

 

 

 

진화생물학의 고전으로 개인적으론 수년 전에 원서까지 구해놨던 책. <이기적 유전자>를 쓴 도킨스조차도 이렇게 경의를 표한 바 있다. "내가 쓴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은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에 나오는 두어 단락 안에 다 들어 있다. 윌리엄스의 이 책은 진화 이론이 발전하는 데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를 깊이 존경한다." 소개는 이렇다.

 

 

워낙 여러 과학책에서 이 책이 언급되기에 국내 독자들에게도 그 묵직한 존재감은 잘 알려져 있었던 책,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이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경희대)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왜 이 책이 그토록 중요한가? 이 책은 유전자의 눈 관점(gene’s eye view), 즉 복잡한 적응은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함으로써, 현대 생물학에 우뚝 솟은 고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가 펼친 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적응은 우연히 발생한 이로운 효과가 아니라 과거의 환경에서 적합도를 높이게끔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된 증거를 통해서만 판별됨을 강조하였다. 둘째, 저자는 적응이 집단이나 군집, 생태계가 아니라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함을 입증함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집단 선택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지 윌리엄스는 몇달 전 <사회생물학의 승리>(동아시아, 2013)를 읽다가 다시금 상기하게 돼 관련서를 (다시) 구하기도 했는데, 이렇듯 불시에 그의 대표작과 만나게 돼 반갑다. 게다가 진화심리학을 전공한 전중환 교수의 번역이라 더욱 신뢰가 간다. 진화생물학 서가의 빈틈 하나가 채워졌다...

 

1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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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의 <소수 공상>(반니, 2013)이 소개된 데 이어서 이번에는 케임브리지대에서 과학철학을 강의하는 장하석 교수의 대표작 <온도계의 철학>(동아시아, 2013)이 번역돼 나왔다. 부제는 '측정 그리고 과학의 진보'.

 

 

언젠가 언론보도를 통해서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번역돼 나왔다. 어떤 책인가.

책을 통해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알렸으며, 러커토시상은 물론 2005년 영국 과학사학회가 과학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에세이 저자에게 주는 ‘이반 슬레이드상(Ivan Slade Prize)’을 받았다. 같은 해에는 <타임스> 고등교육 부록(THES)이 선정하는 ‘올해의 젊은 학술 저자’ 최종 결선에도 진출했다. <온도계의 철학>은 토머스 쿤의 저작들과 비견되기도 한다. 장하석 교수는 <온도계의 철학>을 통해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알렸다. <온도계의 철학>이 수상한 러커토시상은 헝가리 출신의 과학철학자 임레 러커토시(Imre Lakatos)를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과학철학 분야에서 최근 6년간 출판된 영문 서적 가운데 최고의 책을 골라 수여한다.

 

 

토머스 쿤, 칼 포퍼와 함께 과학철학 논쟁을 주도했던 러커토시는 국내에 '라카토스' '라카토시' '라카토슈' 등으로 표기됐고, 공저를 포함 몇 권의 책이 번역돼 있다. 과학철학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하는데, 6년에 한번씩 수상하는 걸 봐서도 <온도계의 철학>이 얼마나 뛰어난 책으로 평가받는지 알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피터 갤리슨 교수의 평이다.

학생들에게 이 책은 과학철학으로 들어가는 훌륭한 길이 된다. 전문가에게는 최첨단 과학이 물리학 기초 개념의 특별한 이야기와 함께할 수 있음을 보는 일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온도계의 철학>은 역사, 철학, 그리고 과학이 교차하는 놀라운 책이다.

비록 번역서일지라도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인이 쓴 명저를 읽힐 수 있다는 건 매우 부듯한 일이다. 과학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귀감이 될 만하다...

 

1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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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에서 빼놓긴 했지만, 알랭 드 보통과 자크 아탈리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저자다(프리모 레비와 줌파 라이히는 나중에 따로 다루려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존 암스트롱과 공저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2013)과 23인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자크 아탈리의 전기, <자크 아탈리, 등대>(청림출판, 2013)도 최근에 나왔기 때문이다(저자의 이름이 책 제목보다 중요한 저자들이다!).

 

 

<영혼의 미술관>은 한마디로 미술책이다(알랭 드 보통의 2014년 신작은 <뉴스>로 예고돼 있다).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가 부제인데, 원제가 '치료로서의 예술'이다. 이때 예술은 물론 좁은 의미의 예술, 곧 미술을 뜻한다.

이 책은 예술작품이 우리의 고단한 삶을 보듬어 안고 한편으로 우리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예술의 치유 기능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이 특유의 철학적 글쓰기를 통해 써내려간 독특한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이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대화하며 직접 엄선한 전 시대의 빼어난 예술작품 1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 이 책은, 한편으로 알랭 드 보통만의 위트 있고 섬세한 필치가 예술작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책의 구성은 방법론에 이어서 사랑, 자연, 돈, 정치, 네 파트로 돼 있다. 알랭 드 보통 버전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라고 할 만하다. 화집을 겸한 양장본으로 출간됐지만, 소프트카바의 보급판이 출간된다면 젊은 학생들도 요긴하게 참고할 수 있겠다(문고판으로도 나온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처럼). 저자들의 예술관은 요컨대 '도구로서의 예술'론이다. 이렇게 정리된다.

다른 도구들처럼 예술에도 자연이 원래 우리에게 부여한 한계 너머로 우리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힘이 있다. 예술은 우리의 어떤 타고난 약점들, 이 경우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심리적 결함이라 칭할 수 있는 약점들을 보완해준다. 이 책은 (디자인, 건축, 공예를 포함한) 예술이 관람자를 인도하고, 독려하고, 위로하여 보다 나은 존재가 되도록 이끌 수 있는 치유 매개라고 제언한다.

 

 

예술의 치유력도 그 역량이라면 샤이먼 샤마의 <파워 오브 아트>(아트북스, 2013)도 <영혼의 미술관>과 같이 읽어볼 만하다. 추천사를 붙인 이주헌의 <역사의 미술관>(문학동네, 2011)도 마찬가지다. 덧붙이자면, 최근에 나온 책으론 스벤 스피커의 <빅 아카이브>(홍디자인, 2013)이 미술 관련서로 눈길을 끈다. '마르셀 뒤샹부터 소피 칼까지, 요식주의에서 비롯된 20세기 예술'이 부제. 미술 독자라면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20세기의 예술가들이 아카이브를 어떻게 영감의 원천으로 사용해 왔는가에 대해 통시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인 저자는 아카이브를 영감의 소재로 사용한 20세기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그 핵심에서 19세기 모더니스트의 아카이브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뒤집는다. 이 책에서 지루하고 단조로운 문서의 조합인 아카이브는 하나의 거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떠오른다. 이 책은 다다이스트 몽타주에서부터 20세기 후반의 설치미술까지, 요식주의적 아카이브가 20세기의 예술 관행을 형성한 방식을 탐구한다.

 

정말로 많은 책을 써내고 있는 다산의 저자 자크 아탈리가 이번에 내놓은 것은 특이하게도 전기다. '공자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우리에게 빛이 된 23인'이 부제. 목차대로라면 '공자부터 함파테 바까지'다. 함파테 바? 우리에겐 좀 생소한데, '아프리카의 지성'으로 불린 함파테 바(1900-1991)는 아프리카의 작가이자 민속학자다. 기사를 찾아보면,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서재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아마두 함파테 바가 1960년 유네스코 연설에서 했던 말로 인용된다.

 

 

 

국내엔 <들판의 아이>(북스코프, 2008)가 번역돼 있는데(다행히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자전적 성장소설로 보인다.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했지만 영어로도 여러 작품이 번역돼 있다.

 

필시 생경함 때문에 부제에서 빠지게 됐겠지만, 거꾸로 <등대>의 의의는 이런 인물들의 생애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힐데가르트 폰 빙엔' '이븐 루슈드' '마이모니데스' '압델카데르' '슈리마드 라즈찬드라' '발터 라테나우' 등의 이름은 처음 접한다. 일반 독자들에겐 러시아의 여성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도 그런 이름에 속할 것이다(아래 인용에서 '안나 아크나토바'는 '안나 아흐마토바'의 오기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오시프 만델스탐, 안나 아크나토바와 같은 시대 사람이며 러시아 시 영역에서 거대한 인물인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그 저주받은 20세기 전반의 가장 비극적이고 가장 의미삼장한 운명을 살았다.(612쪽)

 

 

츠베타예바의 시집으론 아주 오래전에 나왔던 <오래된 모스끄바의 작은 집들>(고려원, 1994)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선집으로는 혁명기 러시아 여성시인들의 시들을 모은 <레퀴엠>(고대출판부, 2004)에 일부 시들이 들어 있다('쯔베따예바'로 표기돼 있다). 시는 언어장벽을 고려한다손 치더라라도 그의 산문들과 평전 정도는 소개되면 좋겠다...

 

1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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