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을 한권 적는다. 사실은 지난달의 발견이라고 해야 하는데, 책은 진즉 구해놓고 방치해놓았다가 책정리 중에 다시 발견했다. 제임스 V. 워치의 <보이스 오브 마인드>(학이시습, 2014)다. '매개된 행위에 대한 사회문화적 접근'이 부제.

 

 

 

제목이나 부제로는 어떤 책인지 알기 어려운데, 키워드가 '비고츠키'와 '바흐친'이라고 하면 좀 관심이 생길지 모르겠다. 내가 그런 경우다. 소개에 따르면, "북미의 대표적인 비고츠키 학파 중 한 명인 제임스 V. 워치의 국내 첫 번역서다. 사회문화심리학을 펼치기 위해 러시아의 언어철학자인 미하일 바흐친의 이론을 핵심 보조선으로 채용하고, 비고츠키가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인간 정신(마음)의 사회문화역사적 접근의 심리학 이론 및 실천의 확장을 시도했다." 역자는 <비고츠키, 불협화음의 미학>(에듀니티, 2013)의 저자이기도 한 박동섭 교수. 교육학 쪽에는 비고츠키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좀 된다.

 

 

 

개인적으로는 비고츠키보다 바흐친에 관심이 있어서 원서까지 대출했지만 아직 펴보진 못하고 있다. 사실 비고츠키만 하더라도 엄두가 잘 안 날 정도로 읽을 책이 많고, 국내에도 대표 저작들이 소개돼 있는 형편이다. 올초에 <어린이의 상상과 창조>(살림터, 2014)까지 나온 '비고츠키 선집'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저인 <사고와 언어>의 경우는 번역본이 세 종이나 된다(선집판 제목은 <생각과 말>). 나 역시 (찾아보면) 영어와 러시아어판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번역본들을 대조해가며 읽어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그런 여유를 부린다는 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이런 페이퍼를 통해서 상기만 해둔다.

 

 

 

한편 마인드(마음)에 대한 최근 신간으로는 로저 펜로즈의 <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도 빼놓을 수 없다. "<황제의 새 마음>의 저자 로저 펜로즈의 또 한 권의 명저. 물리학, 수학은 물론이고 괴델의 논리학과 튜링의 컴퓨팅 기술, 생물학, 그리고 서양 철학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까지 전방위 학문들을 어렵지 않게 거론하고 서술하면서 두뇌와 의식에 대한 탐구를 이끌어나간다."

 

욕심이 나는 책이긴 하지만, 동시에 욕심을 버려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고급 수준의 수학과 양자이론을 동원하고 있는지라 매우 '하드'한 책이기 때문이다. 모든 교양과학서가 소프트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경우는 따로 번역자나 중개자가 필요할 정도다. 우리로선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로저 펜로즈의 마음'을 읽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14.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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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그럴 듯해보일지 모르지만, 두 권의 책 제목일 따름이다. 정치철학 분야의 저서로 나란히 출간된 박성우 교수의 <영혼 돌봄의 정치>(인간사랑, 2014)와 이종은 교수의 <정의에 대하여>(책세상, 2014)가 그 두 권이다. 같은 분야의 국내서라는 점, 그리고 묵직하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영혼 돌봄의 정치>는 저자의 쳣 책으로 보이는데, '플라톤 정치철학의 기원과 전개'이 부제다. 짐작할 수 있지만 저자의 주전공이 플라톤의 정치철학이다. 플라톤 정치사상의 특징을 '영혼 돌봄의 정치'로 규정하고 해명하는 게 주된 내용이겠다. 플라톤 정치철학에 대해서는 박동천 교수의 <플라톤 정치철학의 해체>(모티브북, 2012)와 남경희 교수의 <플라톤>(아카넷, 2013) 등이 참고할 만한 국내서다. 국내 학자들의 이론적 관심사와 주장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

 

 

 

<정의에 대하여>는 묵직한 정치철학 주제들에 대한 책을 연이어 펴내고 있는 이종은 교수의 세번째 단독 저작이다(알라딘에는 저자가 따로 잡혀 있다). 앞서 <정치와 윤리>(책세상, 2010)와 <평등, 자유, 권리>(책세상, 2011)를 출간한 바 있다. <정의에 대하여>의 부제는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정의라는 문제는 고전적인 주제여서 이미 많은 책이 출간돼 있다(거슬러 올라가자면 플라톤의 <국가>부터 언급해야 할 터이다). 어떤 고유한 주장을 펼치고자 하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정의란 주제가 나오면 이제는 고정 참고대상인 롤스의 <정의론>(1971)도 물론 자연스런 비교대상이다. 마이클 샌델 얘기까지 하면 너무 중복이 될 듯하기에, 언급은 롤스까지만.

 

여하튼 플라톤부터 롤스에 이르는 정치철학의 고전적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씨름하고 있는지 관람해보는 것도 독자의 권리다. '입장료'가 만만치는 않더라도...

 

14.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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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을 골라놓는다. 여러 권의 책을 꼽을 수 있지만 제목으로는 김상준의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글항아리, 2014)이 가장 눈길을 끈다. 기대만큼의 분량은 아니어서 긴가민가 하지만 소개에 따르면, "이 얇고도 작은 책은 그 외형적 인상과 달리 동서양 문명의 수천 년 역사, 그것의 빛과 그늘에 대해 ‘유교’를 화두 삼아 논하려는 진지하고도 두터운 내용을 담고 있다."

 

 

 

알라딘에는 저자 소개는 아직 뜨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감을 잡기 어렵지만, 흥미를 끄는 제목에다 첫번째 저작인 듯해서 '이주의 발견'으로 골랐다.

 

한편 '정치적 무의식'이란 말의 저작권자는 프레드릭 제임슨일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의 주저라고 할 <정치적 무의식>(1982)은 감감 무소식이다. 번역본이 곧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게 10년은 된 듯싶은데, 이 정도면 '미스터리'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윌리엄 도울링의 입문서 <'정치적 무의식'을 위한 서설>(월인, 2000)이 미리 나온 게 멋쩍게도 십수 년 전이다. '원조'가 되는 책이 나와 주어야 '정치적 무의식'이란 제목이 붙은 책들도 체면이 좀 서지 않을까 싶다.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과 같이 읽어볼 만한 관련서는 어떤 게 있을까. <500년 공동체를 움직인 유교의 힘>(글항아리, 2013) 같은 책이 유교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런 걸 감안해서 읽어볼 만하겠고, 국외 한국학자들의 책으론 재출간된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한국의 유교화 과정>(너머북스, 2013)과 <미야지마 히로시의 양반>(너머북스, 2014)도 일독해볼 만하다. 거의 '책사태' 수준이 된 지 수개월째라 제 때 책을 볼 수 없는 형편이지만, 한번 찾아봐야겠다...

 

14.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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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사회비평가 크리스토퍼 래시(래쉬)의 <진보의 착각>(휴머니스트, 2014)이 번역돼 나왔다. '당신이 진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오해와 논쟁의 역사'가 부제. '이주의 발견'으로 꼽지 않은 건 처음 소개된 저자가 아니라서다. '크리스토퍼 래시'로는 더 검색되는 책이 없지만, '크리스토퍼 래쉬'라는 저자명으로는 이미 세 권의 책이 나왔었다(현재 두 권이 절판된 상태이고, 대표작 <나르시시즘의 문화>(문학과지성사, 1989)는 아예 검색이 안된다).

 

 

 

<진보의 착각>에는 아직 저자 소개가 붙어 있지 않은데, <여성과 일상생활>의 저자 소개를 가져오면 이렇다. "서구 사회에서 여성과 가족의 역할에 대해 연구한 역사가. 1932년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체스터 대학의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4년에 사망했다. 지은책으로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 <미국의 신급진주의>, <최소의 자아>, <참되고 유일한 천국>등이 있다." 소개된 책들 가운데 <참되고 유일한 천국>이 <진보의 착각>의 원제다.

 

 

래시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다. 찾아보니 2008년 여름에 쓴 페이퍼에서였는데, 비슷한 역할의 사회비평가 러셀 자코비와 함께 연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러니까 8년 전에 이렇게 적었다.

'자코비'는 최근에 들춰본 에드워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탑, 1996) 4장에서도 미국 지성사를 다룬 <마지막 지식인들(The Last Intellectuals)>이 자세하게 언급되고 있어서 다시금 상기하게 된 이름이다(국역본은 <최후의 지성인들>이라고 옮겼다). 알라딘에서는 검색도 되지 않는 책 <나르시시즘의 문화>(문학과지성사, 1989)의 저자 크리스토퍼 래쉬(라쉬)(1932-1994)가 왠지 자코비와 나란히 연상되었는데, 찾아보니 서로 긴밀한 교류를 나눈 사이이기도 하다(래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코비가 추모기사를 쓰기도 했다). 래쉬의 저작으론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중앙M&B, 1999), <여성과 일상생활>(문학과지성사, 2004)이 더 번역돼 있다. 하지만 대표작인 <나르시시즘의 문화>가 절판된 건 유감스럽다. 1970년대 미국문화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지만 요즘 우리의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절판된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과 <나르시시즘의 문화>도, 시의성을 따져봐야겠지만, 다시 나오면 좋겠다. <진보의 착각>은 어떤 책인가.

진보는 과연 우리를 장밋빛 미래로 데려갈 것인가? 미국의 저명한 역사가이자 사회비평가인 크리스토퍼 래시는 미래를 위협하는 것은 좌우의 이념 공방이 아니라 사회 내부의 심리적·문화적·정신적 기초의 와해이며, 지금 진보에 필요한 것은 극단적으로 냉소하거나 낙관하는 대신 한계를 명확하게 직시하는 ‘서민의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모두 만족시키는 천국은 없으며, 삶의 고통과 한계에 승복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서민적 영웅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주역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진보에 관한 논쟁을 이끌어온 주요 비평가들과 그 사상적 배경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이 시대의 진보가 나아가야 할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통찰이 오늘의 시점에도 유효할지 일독해봐야겠다('서민'은 어떤 단어의 번역일까?). 참고로 번역은 전문번역가 이희재 씨의 솜씨다...

 

14. 0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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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들' 시리즈의 네번째 책으로 나탈리 레제의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워크룸프레스, 2014)이 나왔다. 작가는 생소하지만 베케트에 관한 책이란 점에서 바로 관심을 갖기에(<고도를 기다리며>는 내가 종종 강의하는 작품이다) '오늘의 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탈리 레제는 누구인가.

 

 

현대 저작물 기록 보관소(IMEC) 부소장, 전시 기획자, 그리고 소설가. 현재 나탈리 레제라는 이름을 설명해낼 수 있는 수식들이다. 1960년생으로 파리 출신인 나탈리 레제는 오랜 시간 고급 문헌을 다뤄온 연구자로, 그간 국내에는 직접적으로 소개된 바가 없다. 그러나 레제가 연구해온 작가들의 이름은 친숙하다. 롤랑 바르트와 사뮈엘 베케트.

 

바르트와 베케트 연구자라면 더 대면할 기회가 주어져도 좋은데, 아직은 불어로만 만날 수 있는 듯하다.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이 처음 소개되는 책.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저자의 첫번째 책이라고 하므로.

이 책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은 수년간 대가들의 이름 뒤에서 작업해온 나탈리 레제의 밀도 높은 작업물로, 그녀의 첫 책이다. 평생 높은 수준의 문서를 다루다 뒤늦게 첫 책을 낸 이의 선택. 베케트의 문서들을 다루고 베케트의 전시를 기획했던 이가 베케트에 대한 글을 쓴 것은 당연해 보인다. 2006년 프랑스 출판사 알리아에서 출간된 레제의 이 책은, 그 제목이 일차적으로 드러내듯,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삶을 다룬 전기이다. 그러나 이 얇은 책은, 그 두께가 상징하듯, 여느 전기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이다. 차라리 이렇게 일컬어야 적합할 듯하다. 사뮈엘 베케트라는 한 인간에 대한, 한 편의 산문. 

 

 

그러고 보니 베케트의 삶과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영어로 나온 책을 몇 권 갖고 있는데, 그의 전집과 함께 번역되면 좋겠다. 최근에 동서문화판으로 베케트 작품집이 다시 나왔는데, 절판된 작품들의 리스트를 볼 수 있어서 반갑지만 역시나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 번역인지는 의문이다(<고도를 기다리며>만 하더라도 첫 장의 번역이 통상의 번역본들과 다르다). 흥미로운 건 바디우의 해설이 붙어 있다는 점.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베케트에 대하여>(민음사, 2013)와 일부 중복되지 않을까 싶다...

 

14.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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