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들' 시리즈의 네번째 책으로 나탈리 레제의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워크룸프레스, 2014)이 나왔다. 작가는 생소하지만 베케트에 관한 책이란 점에서 바로 관심을 갖기에(<고도를 기다리며>는 내가 종종 강의하는 작품이다) '오늘의 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탈리 레제는 누구인가.

 

 

현대 저작물 기록 보관소(IMEC) 부소장, 전시 기획자, 그리고 소설가. 현재 나탈리 레제라는 이름을 설명해낼 수 있는 수식들이다. 1960년생으로 파리 출신인 나탈리 레제는 오랜 시간 고급 문헌을 다뤄온 연구자로, 그간 국내에는 직접적으로 소개된 바가 없다. 그러나 레제가 연구해온 작가들의 이름은 친숙하다. 롤랑 바르트와 사뮈엘 베케트.

 

바르트와 베케트 연구자라면 더 대면할 기회가 주어져도 좋은데, 아직은 불어로만 만날 수 있는 듯하다.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이 처음 소개되는 책.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저자의 첫번째 책이라고 하므로.

이 책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은 수년간 대가들의 이름 뒤에서 작업해온 나탈리 레제의 밀도 높은 작업물로, 그녀의 첫 책이다. 평생 높은 수준의 문서를 다루다 뒤늦게 첫 책을 낸 이의 선택. 베케트의 문서들을 다루고 베케트의 전시를 기획했던 이가 베케트에 대한 글을 쓴 것은 당연해 보인다. 2006년 프랑스 출판사 알리아에서 출간된 레제의 이 책은, 그 제목이 일차적으로 드러내듯,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삶을 다룬 전기이다. 그러나 이 얇은 책은, 그 두께가 상징하듯, 여느 전기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이다. 차라리 이렇게 일컬어야 적합할 듯하다. 사뮈엘 베케트라는 한 인간에 대한, 한 편의 산문. 

 

 

그러고 보니 베케트의 삶과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영어로 나온 책을 몇 권 갖고 있는데, 그의 전집과 함께 번역되면 좋겠다. 최근에 동서문화판으로 베케트 작품집이 다시 나왔는데, 절판된 작품들의 리스트를 볼 수 있어서 반갑지만 역시나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 번역인지는 의문이다(<고도를 기다리며>만 하더라도 첫 장의 번역이 통상의 번역본들과 다르다). 흥미로운 건 바디우의 해설이 붙어 있다는 점.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베케트에 대하여>(민음사, 2013)와 일부 중복되지 않을까 싶다...

 

14.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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