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러시아 작가의 신작에 대해 적는다. 블라디미르 코롤렌코의 <맹인 악사>(문학과지성사)가 대산세계문학총서의 하나로 출간되었다. 사실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문학사에 나오므로) 나도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다. 1853년생으로 체호프(1860년생)보다 생년이 조금 앞서고 활동은 비슷한 시기에 한 작가다. 즉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활동한 작가로 리얼리즘 세대 대표작가들과 그 다음 세대(고리키나 부닌 등)를 이어준 중간 세대쯤 된다. 이제까지는 러시아단편 선집에 한편이 실려 있던 정도.  
















이번 <맹인 악사>에 실린 건 네 편의 중단편으로 그의 대표작이라 소개된다. 동시대인들의 평가는 이렇다.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고 지향한 작가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억압과 부정이 넘쳐나는 당대 현실에 대한 저항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코롤렌코를 향해 당대 작가들의 찬사 또한 이어졌다. 부닌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문학과 삶을 너무나 풍요롭게 만드는 거인처럼 건강하게 살고 있는 아름답고 순결한 코롤렌코 덕분에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했고, 고리키는 나는 많은 문학가와 친해졌지만 그들 중의 어느 누구도 내가 블라디미르 갈락티오노비치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나의 스승이었고, 지금까지도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고백했으며, 체호프는 맹세컨대 코롤렌코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나란히 걷는 것뿐만 아니라 뒤따라가는 것조차도 기분이 좋다라고 회상했다."


올해도 러시아문학 강의가 계획돼 있지만, 주로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같은 간판 작가들을 다루기에 코롤렌코는 따로 꾸려야 한다. 19세기말 러시아문학이 좀더 소개된다면 같이 다뤄볼 수 있겠다. 읽을 책은 아직 많은데 손은 점점 굳어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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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모스크바의 지젝과 바타유

10년 전 오늘은 모스크바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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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가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작품이지만 번역본이 절판된 상태라 그간에 다룰 수 없었다. 통상 고리키의 <어머니>와 비교되는 소설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핵심 요건인 ‘긍정적 주인공‘ 상을 두 소설의 주인공 파벨(파벨 블라소프와 파벨 코르차긴)이 잘 보여준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고뇌 속을 가다>과 함께 러시아 혁명 3대 소설로 불리는 역사의 서사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중반 번역되어 나오자마자 그 무렵 러시아 혁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미국 작가 하워드 패스트는 이 작품을 가리켜 “영어로 쓰인 현대 문학작품으로서 이에 필적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 말했으며, 프랑스 작가 루이 아라공은 “이 소설이야말로 노동자가 쓴 최고의 민중문학”이라고 극찬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작가가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그쪽 문학이 노동문학(혁명문학)으로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이 러시아 혁명문학이 갖는 강점이다. 아무튼 공백 하나가 채워져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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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1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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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1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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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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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수용소군도를 읽는 시간

3년 전 페이퍼다. 특별 한정판으로 나왔던 <수용소군도>가 이번에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래서 소환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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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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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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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1938- )의 작품이 한권 더 번역되었다. 앞서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시공사)의 추천사를 쓴 기억이 있는데, 벌써 6년 전이다. 통상 러시아의 3대 여성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작가다(울리츠카야와 톨스타야가 다른 두 명이다). 이번에 출간된 <시간은 밤>(문학동네)을 계기로 하여,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문학뿐 아니라(내년에 강의를 꾸려볼 계획이다) 러시아 여성문학만으로도 한 시즌 강의를 진행해볼 수 있겠다 싶다. 
















"현대 러시아에 새로운 여성문학의 틀을 제시한 작가, 솔제니친 이후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 불리는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대표 중단편선. 밑바닥에 있는 가난한 여성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 소련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 페트루솁스카야는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가족과 그 구성원인 여성 개인의 이야기를 썼다."
















또 다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1943- )의 작품은 <소네치카> 외 <우리 짜르의 사람들>, <쿠코츠키의 경우> 등이 번역돼 있다(<소네치카>가 품절 상태군). 추이를 봐야겠지만, 두 권 정도는 강의에서 다룰 수 있겠다. 
















그리고 타티야나 톨스타야(1951- )의 작품으로는 단편집과 장편 <키시>(지만지)가 번역돼 있다. 지만지 소설선집은 책값이 너무 비싸서 강의에서 다루기에는 부적당한데, 다른 작품이 더 소개될지는 두고봐야겠다. 
















또 다른 동시대 작가로는 빅토리아 토카레바(1937- )의 소설도 지난봄에 나왔다. <티끌 같은 나>(잔). 중단편집인데, 먼저 소개된 <눈사태>(지만지)는 중편 분량이다. 
















그리고 더한다면, 노벨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현재 국적은 벨라루스이긴 하지만, 러시아어로 작품을 쓰는 '러시아 작가'다. <세컨드 핸드 타임>이 왜 품절인지 모르겠지만(출판사가 바뀌는 것일까?), 스베틀라나의 작품도 두세 편은 포함시킬 수 있겠다(강의에서 <아연 소년들과 <마지막 목격자들>은 다루지 않았었다).


이상이 대략 꼽아본 동시대 러시아 여성작가들이다(빠뜨린 작가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발견하면 추가하도록 하겠다). 20세기 전반기 작가들(시인들이 떠오르는데)까지 포함해서 러시아 여성문학 강의가 가능할지 검토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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