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경향(1268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삼일절 즈음에 고른 책으로 일본의 역사학자 도노무라 마사루의 <조선인 강제연행>(뿌리와이파리)를 읽고 적었다. 저자의 책은 공저와 단독서가 더 나와 있다. <재일조선인 사회의 역사학적 연구>(논형)도 관심은 가지만 학술서라서 그런지 좀 비싸군...



주간경향(18. 03. 20) 일본인이 바라본 조선인 강제징용


우리에게는 소설과 영화 <군함도>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일제치하 조선인 강제징용의 실상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궁금증에 손에 든 책이다. 저자는 도쿄대학에 재직중인 일본근대사 전공자다. 일본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동원하는 측(일본)의 논의와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한국 독자들에게도 식민지 시대 역사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해는 ˝왜 일제의 전시 동원이 그렇게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성격을 띠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우리가 통상 강제징용이란 말을 쓰지만 일제의 공식용어로는 노무동원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진 일본 정부는 1939년 이후 패전까지 노무동원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노무동원계획(1939-1941년도)과 국민동원계획(1942-1945년도)을 시행하였다. 조선인 노무동원은 일본인의 노무동원까지 포함하는 전체 계획의 일부였다. 문제는 이 계획이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강제성이 수반된 노무동원이 조선인에게는 민족차별과 가혹한 착취 정책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는 저자가 보기에 노무동원이 의도한 바와 배치된다. 일제의 노무동원정책의 목표는 전쟁 승리에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피노동자가 기꺼이 동원현장에 가서 의욕적으로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이상적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뜻밖이지만 조선총독부와 일본 내지의 이해관계도 서로 엇갈렸다. 일본 쪽에서는 더 많은 조선의 노동력을 원했지만 조선 북부의 공업화를 기획하고 있던 조선총독부에서는 노동자 송출을 꺼려했다. 농업노동력도 부족했던 터라 일본의 조선인 노무동원계획은 무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주목할 점은 무리한 강제성이 수반되었다고는 해도 조선인 노무동원이 결코 징용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동원된 조선인들은 징용에 가깝다고 느꼈지만 법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조치로서 징용은 조선에서 실시될 수 없었다. 즉 징용을 하려는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다. 징용을 실행할 행정기구가 미비했다. ˝십수만에 이르는 징용 대상자에게 출두를 명하고 전형을 실시한 다음 징용령서를 교부하는 등의 절차를 처리하는 것˝이 조선총독부로서는 불가능했다. 동원한 인력에 대한 노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런 불비한 행정의 무능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조선인 강제연행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결여한 사회에서 충분한 조사와 준비가 부족한 조직이 무모한 목표를 내걸고 추진하는 행위가 가장 약한 사람들의 희생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저자의 꼼꼼한 검토는 일제의 조선 통치 방식과 성격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18. 03. 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