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번에 나온 막스 브로트의 <나의 카프카>(솔)를 읽어나가다 ‘부부‘라는 단편이 인용된 걸 보고 전집에서 찾아봤다. 유고집에 수록된 단편들 가운데 하나로 전집판 단편전집 <변신>(솔)에 수록돼 있다. 한데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 상태가 매우 나빠서, 나는 가끔 사무실에서 시간이 남으면 직접 견본 가방을 들고 개인적으로 고객을 방문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한번 K에게 가보려는 생각을 벌써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665쪽)
K라는 이니셜이 등장해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기대하는 K가 아니라는 것. 거래처의 노인으로 나온다. 게다가 이상한 건 번역이다. ‘K에게‘에서는 표가 나지 않지만 다른 조사들이 붙었을 때는 뭔가 안 맞는다.
K은 집에 있었다.
늙은 K은 어깨가 벌어진 큰 사람이었는데...
아마 K이 매우 참을성이 없었고...
곧이어 무심코 K을 바라보고는...
K과 두 걸음 정도 떨어져...
K는 ‘케이‘(영어)나 ‘카‘(독어)로 읽어줄 텐데 어느 쪽이든 나열한 조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갖고 있는 영어판에서 찾아보니 놀랍게도 ‘K‘가 아니고 ‘N‘이다. 그리고 번역본도 N을 넣으면 다 말이 된다.
N은 집에 있었다.
늙은 N은 어깨가 벌어진 큰 사람이었는데...
아마 N이 매우 참을성이 없었고...
곧이어 무심코 N을 바라보고는...
N과 두 걸음 정도 떨어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추정컨대 역자가 N이라고 제대로 옮긴 것이 어떤 사정에서인지 K로 모두 바꾸기가 실행된 것. 편집과정에서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물론 허용될 수 있는 실수는 아니다. 소위 ‘결정판‘ 전집에서 이런 무성의한 실수가 나오는 건 유감이다. 바로잡아주길 기대한다. ‘부부‘의 마지막 대목이다.
˝아아, 어찌 이런 성과 없는 사업이 있담. 앞으로 계속 부담이 되겠지.˝(67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