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감당이 어려워지는 저자들이 있다. 책이 사정없이 출간되기 때문이다. 인문분야 일본서의 대표 저자로 우치다 타츠루(다쓰루)가 그에 속하는데 <속국 민주주의론>(모요사)을 읽어보려다 시간을 못 내는 중에 벌써 다음책이 출간되었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원더박스). 이번엔 글쓰기 책이란다. 다작도 다작이지만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부제는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다.

˝문학, 철학, 교육,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비판적 지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강의 ‘창조적 글쓰기’를 책으로 엮었다. 전공인 불문학자로서의 내공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이 책에 대해서 저자 자신도 “언어와 문학에 대해 사유해온 것을 모조리 쏟아 붓고자 한 야심찬 수업”이었다고 소개한다.˝

책은 강의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첫 날 수강자가 너무 많아서 인원을 제한해야겠다며 자기소개 대신 리포트 과제를 제시하는데 제목이 ‘내가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덜렁거리는 사람‘이다. 짧은 이야기로 충분하지만 ‘설명하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단다. 학생들도 뭔가 자극을 받을 만하다. 이 강의의 제목이 ‘창조적 글쓰기‘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한 학기 맡은 적이 있는데 공통교재를 갖고 진행하는 것이어서 부담은 적었지만 재미는 없었다(학생들도 재미없어 했다). 글쓰기 강의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인데 우치다 타츠루의 강의를 곁눈질할 수 있었다면 많은 도움을 받았겠다(내가 맡았던 건 창조적 글쓰기가 아니라 논문쓰기가 목적이었으니 소용이 없었을까?).

우치다의 책은 지난해에 네권이 나왔고(<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가 마지막 책이다) 올해 두권째이니 최소 지난해 수준은 될 것 같다. 문제는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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