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문하고 아침에 받은 책은 ‘사후 50주년 기념 결정판‘으로 나온 <김수영 전집>(민음사)이다. 민음사판 전집도 두 종을 갖고 있지만 ‘결정판‘이란 말에 혹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김수영의 현재성‘에 어울리는 새 전집 아닌가.
편자는 민음사 편집주간을 역임한 이영준 교수. 이번 전집 발간으로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2009)와 시선집 <꽃잎>(2016)을 편집한 이력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번 전집의 미진함에 대한 불평을 이런저런 자리에서 듣고는 했는데 결정판이 말끔하게 해소해주었기를 기대한다. 김수영의 현재적 의의에 대해서 신형철 평론가는 이렇게 적는다.
˝시인 김수영은 한국시사에 최소 두 개의 시학적 발명품을 선사했다. 비속한 일상어로도 계시적 효과를 거두는 기술, 그리고 카오스모스에 가까운 시적 구조로 역동적인 난해함을 창출하는 기술. 시를 쓰는 데에만 사용된 기술이 아니다. 일상적 시어는 제 자신의 속물성을 적발하고 고백함으로써 나날이 거듭나려 했던 그의 사인(私人)적 고투의 반영이고, 카오스모스적 구조는 한국사회가 억압적인 질서정연함이 아니라 해방적인 혼란으로 가득하기를 바랐던 그의 무한 자유를 향한 시민적 신앙의 반영이었다.
그는 각각을 ‘죽음의 연습’과 ‘사랑의 변주’라 불렀는데, 이는 4.19에서 목격한 빛을 5.16 이후의 동굴 속에서도 끝내 잊지 않기 위해 그가 연마한 존재의 기술이기도 했다. 다시 온 세상이 ‘사랑에 미쳐 날 뛸’ 날이 오기를 바랐던 그의 희망은 1987년과 2017년의 시민혁명으로 실현됐으니, 과연 희망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에게서 배운다. 그러나 아무리 배우고 또 배워도 언제나 새로운 그를 누구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리라. 이 시인ㆍ사인ㆍ시민의 성(聖)삼위일체를 우리는 ‘김수영’이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