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강남 교보타워에서 열린 강준만 교수의 대중강연이 오마이뉴스(오마이TV)에 전문 게재돼 있다. <한국현대사 시리즈>(전18권) 완간 기념으로 개최된 강연인데, 지난 10여년간 그만큼 지속적이고 열정적으로 한국사회에 대해 발언한 지식인/학자도 없지 않나 싶어서 나는 이전에 '송건호 언론상' 수상소감을 옮겨놓으며('겸손, 겸손, 겸손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 아예 '강준만의 시대'란 표현을 쓴 바 있다. 나는 그에게 찬성하든 반대하든 한국사회에 대한 담론의 한 출발점을 마련해준 공로에 대한 평가는 결코 과장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스크랩해놓은 이유이다. 그의 강연문 요약과 그에 대한 정리 기사이다.

오마이뉴스(06. 11. 04) '좌우 통합을 위한 현대사의 급소'  강연 요약

사람들이 왜 나이 들면 보수화 되느냐. 내 나이 50이 넘어서니까, 나이 들면서 느끼는 게 많다. 난 원래 성격이 소심해서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한다. 그런데 이렇게 살면 희망 없다 싶어 의지로 극복했다. 그런데 나이 들면 (소심함이) 다시 돌아온다.

미리 양해 말씀드리겠다. 이 귀한 시간에 머릿속에 정리된 현대사를 말하는 게 예의일 테지만, 이미 적응된 여러분 시각 뒤흔들고 도발적으로 우리가 믿고 있던 상식을 뒤엎어볼 생각이다.

내가 드리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좌우통합'이라 할 수 있다. 내년부터 봐라. 한국사회 좌우 갈등을 극복하고 중간파 노선 정립 못하면 쓰러질 지경에 와있다. 갈등 노선 골 깊다.

오늘 10가지 이야기를 선정적으로 '급소'라고 했는데 주제는 하나다. 박정희를 열렬히 지지하는 '우'와 박정희를 열렬히 혐오하는 '좌' 사이에 대화가 가능할 때가 있지 않겠나. 좌우 편향된 사람에겐 중간이 기회주의적인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양쪽에 문제제기 해보겠다.

1. 축복과 저주는 분리 불가능하다

내가 전에 '전쟁이 축복'이란 글을 썼다. 미국은 전쟁으로 큰 나라다. 독일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다. 전쟁을 혹독하게 겪고 나서 경제발전 한다. 전쟁 끝나고 나면 기득권층 모두 망해버려 새로 출발할 수 있다. 전쟁 덕분에.

현대사 전공한 학자들도 말한다. 한국전쟁 이후 봉건적 잔재 일소해 버리는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는 등 경제발전 이뤘다.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우리가 뭐라 했나? 당시 김영삼은 5000년 동안 썩은 나라라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정주영 신화 있고, 엄청난 성공신화에 우리가 박수쳤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 만들면서 얼마나 많이 죽었나? 다 10% 위험요소 있다. 어쩌다 성공한 건 축복하면서, 어쩌다 실패하면 영원히 저주받을 것처럼 말한다.

우리 과거를 군사주의라 뭐라 비판하지만 그 핵심 고갱이는 사라졌나? 군사주의가 나쁘기만 했나? 파시즘을 대량학살로만 생각하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지만, 지식인이 파시즘에 매료된 요소가 있다. 반자본주의와 민족의 영광을 부르짖으며 독일의 불안한 요소를 다 끌어들였다.

군사주의로 엄청 희생 많았지만 끔찍한 결과만 봐선 안 된다. 군사주의는 일사분란한 거다. 우리에게 이게 사라졌나? 아직 충성과 아첨이 판친다. 신세대가 술 마시라고 해서 마시고 사고 나지 않냐? 다르지 않다. 핵심 정신은 우리 속에 살아있다.

또 하나 개발독재라 비난 하잖나? 그러데 끝났나. 개발이 사라졌나? 그대로다. 박정희 체제 연장선상에서 살고 있다. 나쁜 점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2. 퇴출시킨 지정학, 공간학을 다시 보자

지정학 악용한 게 히틀러다. 지정학은 가치중립적 개념이 아니다. 강대국에게 이용된 거다. 공간학? 마찬가지다. 공간학은 이런 거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서울 인구밀도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거다. 물론 그래서 6월 항쟁 이런 건 좋은 점이지만, 나쁜 점은 아파트값 폭등하거나 환경이 안 좋다. 작은 장소에 한꺼번에 많이 몰아넣으니까.

이게 한국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쏠림이다.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 일개인한테만 책임 묻나? 공동책임이다. (대통령이) 국민 모두가 내팽개칠 과오를 진 게 아니다. 싸가지 없던 건 이전부터 유명했다.

동질적인데다 고밀도, 이걸로 다 설명된다. 한국만큼 동질적인 데가 없다. 도시 집중화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인구밀도가. 미국 유럽에선 이런 이론이 나올 수가 없다.

지정학도 마찬가지다. 나부터도 미국 유학 갔다 왔다. 솔직히 내 경쟁력 때문에 갔다. 미국 가서 더 배울 게 있어서 간 게 아니고. 왜 기러기 아빠들이 많은 줄 아나? 내부경쟁력이다. 솔직히 그러다보니 한국 인문사회 다 미국화가 판친다.

유럽파가 미국 유학파가 문제라고 다른 시각 보여주긴 하는데, 그건 '유럽파 억울하다' 그거지. 문젠 외국 나가서 한국에 대해 배우진 않는다. 미국, 유럽 사회 모델을 배운다. 아는 게 그래서 한국사회 분석할 때 그 틀 가져다 할 수밖에 없다. 너무 그쪽 갖고 하다보니 너무 우리 사는 것과 아는 것의 괴리가 생겼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우리 현실이 따로 논다. 현실 문제를 학술적 주제로 올리는 건 천박하게 보인다. 신문 오린 거, 신문 쪼가리 올리면, 원서를 올려야지… 그런다.

3.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갈등 혼란의 주범이다

이런 한국 특수성이, 한국만큼 강한 나라가 없다. 탈근대 강남 일부지역, 근대 서울 보통지역, 전근대는 먹고 살기 힘든 지방 가면 전근대 있다. 그럼 정말 지역으로 분리됐냐? 아니다. 강남에도 전근대 있다.

대학교수가 조교 다루는 솜씨는 전근대 곱빼기로 보인다. 그들이 한국사회 아름다운 인권… 얘기하지만, 사적 생활 돌아가면 조교를 종처럼 쓴다. 우리 모든 분야 걸쳐 그런다.

소통 참 어렵다. 서로 다른 차원에서 얘기한다. 이러니 얘기가 안 된다. 우리는 압축성장해서 전근대를 그대로 갖고 있다. 탈근대, 전근대 이 싸움은 정말 어렵다.

이해하기 쉽게,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 창당? 근데 이게 탈근대 원리에 의해 이뤄졌나? 줄서기란 전근대로 이뤄졌단 증거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파워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대통령은 모를 거다. 청와대 사칭 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더 많이 일어난다.

다른 나라와 차이가 나는 특정 부분 키운 건 군대다. 군대가 특정 부분 키우고 특정 부분 억눌렀다. 군부가 지배한 시절 지냈다. 정치엔 월급 주며 야당 키웠다. 한 세대 정치를 죽여 놨다. 죽여 놨음 부활할 텐데, 버려놨다. 한 시대 버려놨으니 복원하려니 오래 걸린다.

대한민국 정치인은 쓰레기라 부르는 분들 있는데, 그리 부르면 쓰레기 아닌 거 드물다. 분리수거 해야지. 어떻게 한 집단을 싸잡아 쓰레기라 할 수 있나?

실용주의란 말이 한국처럼 오남용 되는 나라가 있을까? 한국은 실용주의가 사치스럽다. 아직은. 우리 공기업 봐라. 어디 실용이 있나? 실용, 아직 하지도 않았다. 미국, 일본은 실용으로 큰 나라다. 미국에 부작용 있다는데, 아직 해보지도 않고 실용주의 욕하냐?

내가 어디서 다원주의 얘기하니 욕하더라. 너무 앞서가고 있더라. 다 바깥에서 들어와서 현실 욕하는데, 내가 디딘 땅 딛고 얘기하자.

박정희 대통령 1기, 2기 나눠야 한다. 3기까지. 5·16 쿠데타 했다고 욕하지만 당시 5·16은 진보세력의 지지 받았던 거다. 적극지지 아니지만 담담하게 소극적으로 인정했다. 그걸 우린 소급해 한꺼번에 뭐라 한다. 이완용이 하면 매국노! 하지만 그에게도 한국 신개혁 기여한 공로가 있다. 명암 있다. 두 가지 다 이야기해주면 안 되나?

4. 사대주의에 대한 이중성을 극복해야 한다

왜 이중성인가? 실리 너무 못 찾는다. 사적영역까지 그리 산다면 아름다울 거 같다. 세계에서 유래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나라일 거다. 그런데 반미주의적 기러기 아빠는 어찌 볼 건가? 만나보면 미국 막 욕한다. 그런데 미국 간 딸 송금하느라 등골이 휜다.

내가 한 번 물어봤다. "당신 같은 반미주의자가 왜?" 그러니 그가 그러더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미국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그러더라. 새빨간 거짓말이다.

물론 안 그런 부모도 있다. 그건 이름 없는 부모다. 앞장섰던 사람만 다 본전 뽑았다. 김영삼, 김대중, 그 분들 성금 모아 이름 없는 분들 도와줬나 모르겠다. 내가 1단 기사로도 그랬다고 본 적이 없다.

진보, 보수 중요하지 않다. 좌우가 투쟁할 때가 아니다. 엘리트와 투쟁해야 한다. 희생까진 아니더라도 자기 욕심을 자제할 사람과 해야 한다.

내가 김대중 대통령더러 "돈 내놔라" 했다가 얼마나 욕먹었나.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재산 반 좀 내놓으십쇼" 그랬더니 나더러 내놓으래서 "난 내놓을 수 없다" 그랬다. 돈 없어서. 애들도 키워야잖아. 내가 책 팔아 떼돈 번 줄 안다.

사대주의 문제, 개인, 가족, 나쁘다고 안 본다. 자식더러 서울대 가지 말라 할 거 같냐? 개인, 가족 차원은 아름답다 생각한다. 강남 산다고 강남을 다 사랑할 거 같냐? 반은 어쩔 수 없이 살 거다. 인프라니까 살긴 살지만 짜증내는 사람 있을 거다.

그렇다고 현실주의로만 가자는 건 아니다. 좌파는 도덕, 우파는 현실, 현실과 도덕 섞으면 안 될까? 도덕과 현실 매번 하나 택해 끝까지 밀고 갈 거냐? 왜? 민주화시대 투쟁 습성 남아 있어서다. 민주화 다음은 없다. 자빠뜨리는 게 목적이다.

싸워 죽느냐 사느냐만 있지, 제3의 대안이 없다. 그게 한 시대 지속됐다. 책임 윤리가 없다. 큰 권력, 큰 집단 리드할 때 그러면 안 된다. 큰 일 난다. 확신이 없으면 나서면 안 된다.

우린 남한테 떠넘기는 심리 있다. 누군가 악역 맡아서 한다. 소설가 방현석이 멋있는 말 했다. "절대 나서면 안 된다" 직장에서도 그렇다. 누가 아이디어 내놓잖아? 다 덤터기 쓴다. "어? 그래? 김차장이 하지" 우린 다 그런다. 나서는 순간 자기 말에 책임지려 이끌려 다닌다. 말하는 순간 발목 잡혀 산다. 나도 발목 잡혀 살지않나.

5. 높은 해외의존도가 진보를 어렵게 만든다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 진보 운동하는 사람들이 요거 감안하는 게 좋다. 진보정당의 가장 큰 적은 냉전수구세력도 냉전꼴통도 아니다. 해외의존세력이다. 엔화가 어떻고 미국 대외정책이 달라지면 걱정해야 하고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가 해외 의존도가 높으니 국가주의 민족주의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독도가 일본땅이니 어쩌니 그런 뉴스에 국민은 스트레스 쌓인다. 국가주의 매료될 수밖에 없다. 한국 월드컵 신드롬이나 그런 게 파시즘 성향이어서가 아니고 스트레스가 늘 쌓여서다.

삼성에 대해 우린 이중적이다. 삼성 비판하다가 외국 여행 한 번 갔다 오면 그게 다 누그러진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가 없어진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6. 기회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세력은 없다

과연 자유로울 수 있나? 기회주의는 한국의 속성이라 본다. 기회주의 내용, 형식 극복해야 한다기 보다 기회주의에 대한 비난은 내용에 대한 비난이다.

의식이란 건 어떤 가치관 노선으로 가다가 다른 쪽으로 돌아선다. 납득할 거 없이 한국 격동의 세월에서 기회주의 나올 수밖에 없다. 기회주의도 아전인수격 개념으로 본질은 유연성 아닌가. IT시대 한국의 유연한 적응력 이런 것도 기회주의와 관련 있다.

난 인터넷으로 공격하는 거 절대 안 본다. 인간인데 알면 기분 좋겠나? 주변에서 뭐라 전해주면 그런가보다 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밤에 잠 안 오면, 인터넷 들어간다고 하더라.(웃음) 비난 하는 기사 나오면 보지 말아라. 대충 비난 있다더라 내용 뭐라더라 정도만 알면 된다. 그래야 뻔뻔해진다.

7. 지도자 추종은 한국인의 유전자다

현대사 봐라. 인물사다. 실제 인물중심이잖나? 민주화에 김영삼, 김대중 중심으로 움직였다. 지금 정계 개편도 또 인물 중심이다. 근현대사에 왜 우린 그런 인물 중심일까? 한국의 특수적 상황 있다.

고밀도에 쏠림 강하다. 쏠림 강하니 왕따 공포심이 강하다. 이상하게 난 이런 게 타고나길 없었다. 난 혼자 식당에 밥 먹으러 가는데 친구들이 "넌 외톨이구나?" 그러는데, 난 실용주의다. 아니, 혼자 먹는 게 뭐 어때서?

우린 이탈의 공포심이 있다. 사람들이 저리 쏠리면 지도자가 착각한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이 실수한다. 줄이 길면 한국 사람은 가게 돼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리더십을 부정하고 폄하하면 안 된다. 1인주의 개인을 폄하하고 집단주의를 선호하는 게 한국에선 안 먹힌다. 한국에선 스타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출세 욕망이 대단히 강하다. 대학에 학장이 있다. 그거 봉사직이고 고생하는 건데, 사람들이 밥 사주면서 시켜야 하는데, 정반대로 밥 사서라도 하려 한다. 결혼식, 장례식도 중요 이벤트다. 내가 살아온 게 그걸로 평가 받는다.

어찌 리더십 문제가 거기서 이탈할 수 있냐? 인물 중심으로 역사가 흘러갔는데 어떡하나. 한국의 미래는 인적 자원 밖에 없다. 인물 중심으로 하다보니 한국 숙명이다. 북한의 지도자 추종주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도 정치팬클럽이 있지만 우리나라 '빠'는 유별나잖나?

8. 출세주의와 분열주의는 일란성 쌍둥이다.

사회 개혁 진보 말하는 분들도 이승만을 정권욕의 화신이라 하는데, 이거 아닌 사람 없다. 김영삼, 김대중, 은퇴한다 소리 빵빵 쳤다. 난 정말 은퇴하는 줄 알았다. 다들 내가 중심이다. 내가 중심이 되겠다고 한다.

늘 경쟁은 이전투구다. 왜 괜찮은 사람도 정치권에 가면 달라지냐? 궁금하지? 궁금할 거 없다. 애초부터 그런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간다.

9. 경제는 자주 악마와 손을 잡는다

박정희 신드롬의 핵이다. 사람들이 내 입장이 모순 됐다고 하는데 난 인정할 건 인정하고 공과를 논의하자는 거다. 우리 국민 경제 발전의 역사를 보자. 한국이 너무 자랑스럽고, 보릿고개 넘고 배고픔 시대 넘어 그 부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뭘 했나?

베트남 전쟁에 참가해 얼마나 벌었으며 70년대 매춘관광해서 얼마나 많이 벌었나? 세계적인 경제대국 선진국 나라 치고, 제국주의 나라 아닌 나라 있던가? 못된 짓한 나라가 잘 산다.

10. 한국은 '각개약진' 공화국이다.

이게 참 문제다. 이것 때문에 한국이 컸다. 무섭다, 교육! 믿을 건 나와 가족 밖에 없다. 부동산 안심해라 하지만 날만 새면 올라간다. 누굴 믿나? 그러니 신뢰를 어디서 찾나? 나와 내 가족이다. 우린 공적 신뢰 없고 사적 신뢰가 대단히 발달한 나라다.

영화 <괴물> 봐라. 믿을 건 가족 밖에 없다. 반면에 영화 <일본침몰>에서 거기 믿을 건 국가 밖에 없다. 자국 국과와 정부를 신뢰하는 나라와 우리와 누가 이기냐?

또 우린 학원 공화국이다. 그런데 왜 학원 업자들, 학원일 하시는 분 욕하나? 같은 대학 선배, 후배 문화가 계속 살아있고, 시민사회에서 문제 제기 안 하는데, 내 자녀 좋은 학벌 갖게 할 맘 안 사라진다. 비싼 유명 대학 다니는 이유가 뭔가? 인맥전쟁이다. 실업자 신세에서 누가 하루아침에 칼럼니스트가 되나? 영원하다, 학벌은.

오마이뉴스(06. 11. 04)  "좌우가 아닌 엘리트와 투쟁해야 한다."

"한국사회 좌우 갈등을 극복하고 중간파 노선 정립을 못하면 쓰러질 지경에 와 있다. 갈등 노선 골 깊다. …하지만 박정희를 열렬히 지지하는 '우'와 박정희를 열렬히 혐오하는 '좌' 사이에 대화가 가능할 때가 있지 않나. 좌우 편향된 사람에겐 중간이 기회주의적인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양쪽에 문제제기를 해보겠다."

강준만은 뒤집기를 시도했다. 우리 시대 '좌파'와 '우파'가 가졌던 고정 관념을 향해서다. 그는 이를 통해 '좌우의 통합'을 역설했다.

사회비평가이자 전북대 교수인 강준만 교수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4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가량 '좌우 통합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급소'를 주제로 우리 시대 '좌우'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강연은 그가 1945년부터 1999년까지 55년 역사를 담아낸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18권 완간 기념으로 열렸다. 교보문고와 '인물과사상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현대사가 주제였지만, 그의 독설은 전방위적으로 흘렀다. 그는 좌우 통합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급소'로 10가지를 콕 집어 지목했다.

1) 축복과 저주는 분리 불가능하다
2) 퇴출시킨 지정학·공간학을 다시 보자
3)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갈등과 혼란의 주범이다
4) 사대주의에 대한 이중성을 극복해야 한다
5) 높은 해외의존도가 진보를 어렵게 만든다
6) 기회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세력은 없다
7) 지도자 추종은 한국인의 유전자다
8) 출세주의와 분열주의는 일란성 쌍둥이다
9) 경제는 자주 악마와 손을 잡는다
10) 한국은 '각개약진' 공화국이다


"매국노 이용완도 신개혁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

강 교수는 "정돈된 생각 갖고 이 자리에 왔다가 혼란된 생각을 하면서, 욕을 하면서 나갈 것"이란 말로 조용히 포문을 열더니,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으로 청중들의 혼을 쏙 빼놨다.

이날 강준만 교수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좌우통합.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예로 든 첫 번째 '급소'는 '축복과 저주는 분리 불가능하다'라는 주제였다.

그는 우선 "미국은 전쟁으로 큰 나라이고, 독일, 일본도 전쟁을 혹독하게 겪고 나서 경제발전을 했다"면서 "현대사 전공한 학자들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가 봉건적 잔재 일소해버리는 한강 기적이 일어나고 경제발전 일조한 게 있다"며 전쟁의 이면을 소개했다. 전쟁마저도 동전의 양면처럼 명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군사주의가 나쁘기만 했나? 파시즘은 대략학살만 생각하지만 그리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지만, 지식인이 파시즘에 매료된 요소가 있다"면서 "군사주의는 일사분란한 것이고, 아직도 충성과 아첨이 판치는 등 핵심 정신은 우리 속에 살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특수성이 강한 나라로, 탈근대, 전근대, 근대가 모두 공존한다"며 "이런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갈등 혼란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그는 "대학교수가 조교 다루는 솜씨는 전근대 곱빼기로 보인다"면서 "그가 한국사회 아름다운 인권 얘기하지만, 사적 생활 돌아가면 조교를 종처럼 쓴다, 모든 분야 걸쳐 그런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 창당? 근데 이게 탈근대 원리에 의해 이뤄졌나? 줄서기란 전근대적으로 이뤄졌단 증거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통령 파워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대통령은 모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소위 '좌와 우'가 극과 극을 달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1기, 2기 나눠야 한다. 3기까지. 5·16 쿠데타 했다고 욕하지만 당시 5·16은 진보세력의 지지 받았던 거다. 적극지지 아니지만 담담하게 소극적으로 인정했다. 그걸 우린 소급해 한꺼번에 뭐라 한다. 이완용이 하면 매국노! 하지만 그에게도 한국 신개혁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 명암이 있다. 두 가지 다 이야기 해주면 안 되나?"

그는 또 "사대주의에 대한 이중성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반미주의적 기러기 아빠는 어찌 볼 건가? 만나보면 미국 막 욕한다. 그런데 미국 간 딸 송금하느라 등골이 휜다"고 이중적인 현실을 지목했다.

그는 이어 "진보, 보수 중요하지 않다. 좌우가 투쟁할 때가 아니다"면서 "엘리트와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좌파는 도덕, 우파는 현실, 도덕과 현실 매번 하나만을 택해 끝까지 밀고 갈 거냐"라고 반문하면서 "민주화시대 투쟁 습성 남아 있어서 자빠뜨리는 게 목적이다, 싸워 죽느냐 사느냐만 있지, 제3의 대안이 없다, 그게 한 시대 지속됐고 책임 윤리가 없다"고 비꼬았다.

"싸워 죽느냐 사느냐만 있지, 제3의 대안이 없다"

그는 '기회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세력은 없다'고 단정했다. 그는 특히 "한국 격동의 세월 속에서 기회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기회주의는 아전인수격 개념으로 보면 그 본질은 유연성 아닌가, IT시대 한국의 유연한 적응력 이런 것도 기회주의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기회주의에 대해 손가락질만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인은 쓰레기라 부르는 분들 있는데, 그리 부르면 쓰레기 아닌 거 드물다"며 "분리수거 해야지. 어떻게 한 집단을 싸잡아 쓰레기라 할 수 있나"라고 특유의 독설과 유머도 놓치지 않았다.

곧 이어 "높은 해외의존도가 진보를 어렵게 만든다"며 "진보정당의 가장 큰 적은 냉전수구세력도 냉전꼴통도 아니라, 해외의존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도자 추종은 한국인 유전자"라면서 특정 인물 중심의 현대사에 대한 기존의 비판에 대해 뒤집기를 시도했다. 그는 "한국에선 스타가 있어야 한다"면서 "인물 중심으로 역사가 흘러갔는데 어떡하나? 한국의 미래는 인적 자원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출세주의와 분열주의는 일란성 쌍둥이"라면서 "사회 개혁 진보 말하는 분들도 이승만을 정권욕의 화신이라 하는데, 이거 아닌 사람 없다. 김영삼, 김대중, 은퇴한다고 소리 빵빵 쳤는데 다들 내가 중심이라고 한다, 왜 괜찮은 사람도 정치권에 가면 달라지냐? 궁금하지? 궁금할 거 없다. 애초부터 그런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은 '각개약진' 공화국"으로, "믿을 건 나와 가족 밖에 없다"며 강 교수는 "인맥 전쟁 때문에 사교육은 어찌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학벌은 영원하다"고 꼬집었다.(김정훈/조은미 기자)

06.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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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ournelle 2006-11-06 15:57   좋아요 0 | URL
제 페이퍼에 강준만 교수의 활발한 활동을 빗대어 '강준만의 나라'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요. 정말 다른 모든 이념적 논쟁을 떠나 이만큼의 학자가 한국사회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퍼갈께요. 날씨 추워지는데 건강조심하시고요.

로쟈 2006-11-06 22:12   좋아요 0 | URL
제가 강준만 교수를 높이 사는 것은 그의 '현실/현장' 감각 때문입니다. 추상적인 여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민심에 대한 감각. 대개의 지식인들에겐 결여돼 있지요. 귀가길이 좀 쌀쌀하더군요. 가족을 위해서라도 각자의 건강은 각자가!(각개약진의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