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이윤택의 과거 성추행이 미투운동의 이슈가 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집단 고소로 그의 행각은 법적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득 생각난 건 내가 읽은 책들인데, 내가 읽은 건 아주 오래전 ‘문화 게릴라‘ 시절 혹은 그 이전 시절의 이윤택, 시인 이윤택이다. 찾아보니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세계사, 1989)과 <카프카의 아포리즘>(청하, 1989)이 기억엔 제일 처음 읽은 책들 같다. 거의 30년 전이다.

시집은 절판된 지 오래 되었고 카프카 책은 <위대한 꿈의 기록>(북인, 2005)으로 다시 나왔다(이것도 구입했군). 그의 시를 찾아보니 카프카의 <소송>의 시적 번안이었다는 걸 알겠다. 연작시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1‘이 이렇게 시작하니 말이다.

그렇다, 현실 그 자체가 체포되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체포된 상태 그대로 내일 아침 출근할 것이다
체포된 현실 속에서 제 밥그릇들을 챙겨야 한다
(이대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의 삶의 행로가 카프카의 삶과 문학과는 정반대의 길을 보여주었다는 점. 권럭(아버지/법)과의 투쟁이 카프카의 핵심이었던 걸 고려한다면 문화권력으로 군림하면서 성추행/성폭력을 일삼은 것은 그에 대한 독자/관객의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이면서 동시에 카프카에 대한 배신이고 모욕이다(카프카에게서도 성적 욕망이 은밀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것은 투쟁과 연결돼 있다. 이윤택도 그러한가?).

결국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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