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광화문 교보에 들렀다가 제목만 보고 ‘아하‘ 싶은 책이 두 권 있었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갤리온)과 롤프 도벨리의 <불행 피하기 기술>(인플루엔셜)이다. 편집자의 놀라운 제목 작명술을 보여주는 책들이다(짐작에 더 뒤에 나온 <불행 피하기 기술>이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독서시장에서 현재 무엇이 통하는지 간명하게 보여주는 책들이기도 하다.

국내에 생소한 저자들이라 이 책들이 어필한다면 순전히 제목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책의 내용(퀄리티)은 부수적이다. 베스트셀러란 읽기 위해서 구입하는 책이 아니라 소유하기 위해서 구입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치 부적과 같은 용도다. ‘신경 끄기‘와 ‘불행 피하기‘라고 써 있는 부적. 리커버판 책들이 재구매되는 현상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때 책은 읽을 거리가 아니라 기념품이다. 넘겨짚자면 독서는 갈수록 책의 부수적 용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긴 했지만 ‘부적‘ 치고는 저렴하지 않은가란 생각까지 들자 이런 게 구매심리이구나 싶었다. 베스트셀러에는 신경을 끄자며 걸음을 돌려 나오는데 인문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니 (아직도!)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생각의길)였다. 독자들의 속마음이 다 내비치는 듯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