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 강의를 여러 차례 진행한 바 있고 이번 봄에도 또 한 차례 진행할 예정이지만, 저인망식 강의는 아니어서 빠진 작가들도 많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보완할 생각인데, 우선 손에 꼽을 작가가 아베 코보(1924-1993)다. 최근 그의 <타인의 얼굴>(문예출판사)이 다시 나오면서 소위 그의 '실종 삼부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발표순으로 하면 <모래의 여자>(1962), <타인의 얼굴>(1964), <불타버린 지도>(1967)가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리면서 '일본의 카프카'라는 별칭을 갖게 한 삼부작이다. 이 가운데 <타인의 얼굴>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모래의 여자> 작가이자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 아베 코보의 대표작.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미국과 덴마크에서 번역되어 세계 각국에 소개되었다. <모래의 여자>와 함께 세계문학의 하나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소설은 노트 형식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지닌 작품이지만 비일상적인 세계를 그리지 않는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평범한 시민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그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문제를 그리고 있다. 또한 '나'라는 존재가 소외된 일상으로부터 도망과 탈출을 꿈꾸는 작중 인물을 통해 작가의 문학적 유희 그리고 로맨티시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봄 강의는 모리 오가이부터 다자이 오사무까지 다룰 예정이라 역시 아베 코보는 빠지게 된다. 카프카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란 주제로 따로 강의를 기획해볼까 생각중이다. 여하튼 올해가 가기 전에 '실종 삼부작'은 강의에서 다뤄보고 싶다. 자세히 읽고 나대로의 견해를 갖고 싶다는 뜻이다.
<타인의 얼굴> 띠지를 보니 오에 겐자부로의 말이 인용돼 있는데, 만약 아베 코보가 살아 있었다면 노벨문학상은 그의 차지였을 거라는 것. 오에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게 1994년이었으니 아베가 죽은 이듬해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살아있었다면(1965년에 사망) 노벨문학상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수상) 대신에 수상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인가. 말이 나온 김에 오에의 마지막 작품 <만년양식집>도 번역본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18. 02.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