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판계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가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흐름출판)이었다. 예측가능한 베스트셀러가 있고 가능하지 않은 베스트셀러가 있다면 <라틴어 수업>은 단연 후자였다. 나도 사정이 궁금해서 저자에 대해 검색해본 적이 있는데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의 로타 로마나 변호사라는 평범한(?) 이력이 전부였는데(베스트셀러와는 무관하지 않나?) 중세 교회법에 정통하다는 점이 눈에 띄었고 이와 관련해서는 <유럽법의 기원>(문예림)이 나온 게 있어서 구입했었다.

이번주에 <법으로 읽는 유럽사>(글항아리)가 출간되었기에 주저가 나온 것인가 궁금했는데 책장을 열어보니 <유럽법의 기원>의 개정증보판이다. 그리고 <라틴어 수업>보다 먼저 준비하던 책이라 한다. <라틴어 수업>에 대한 들뜬 반응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좀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원고를 조정해달라는 출판사의 부탁˝도 있었다지만 저자는 여의치가 않았다고 고백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라틴어 수업>만큼 ‘읽기 쉬운 대중서‘는 아니다.

<라틴어 수업>은 구입만 하고 읽지 않았다(만져보기는 했다). 설사 읽을 짬이 생겼다 하더라도 <유럽법의 기원>에 먼저 손이 갔을 터이다. 하지만 개정증보판이 나왔으니 나로선 <법으로 읽는 유럽사>가 저자의 첫 책이다.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덕분에 중세 교회법(근대 유럽법의 기원이 로마법과 교회법이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비로소 제 규모의 책과 만나게 되어 반갑다. 이런 종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날도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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