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이나 ‘이주의 저자‘를 꼽는 일에 손을 놓고 있어서(PC상태가 나빠지면서 없는 여력에다가 의욕마저 고갈돼서다) 서재일이 많이 줄었다(PC는 오늘로써 완전 정상화. 다만 날씨가 차다). 군대로 치면 고참 내무반 생활 같은 것(요즘은 다른가?).

그렇더라도 ‘이주의 발견‘ 정도는 눈에 띄는 대로 적는 편인데, 이번주에는 다카다 리에코의 <문학가라는 병>(이마)이 정말 구미에 딱 맞는 책이다. 내 입맛에만 맞는 것인지 거의 노출이 되지 않았는데 나도 엊그제인가 우연히 발견했다.

책은 손에 든 게 아니고 주문상태라서 내가 적을 수 있는 건 기대평뿐. 처음 소개되는 저자는 일본의 여성 독문학자. 책의 부제는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엘리트들의 체제 순응과 남성 동맹‘이다. 부제만 보더라도 대략 여성주의적 시각의 연구자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전시 체제 아래 일본 문학 엘리트들의 전쟁 협력 문제나 근대화 이후 외국 문학(특히 독일 문학) 수용이 일본의 제국주의화에 미친 영향에 그치지 않고, 그 주역인 남성 엘리트 문화인들과 그들의 활동 배경인 대학(주로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매체, 관변단체 등에 두루 나타나는 ‘이류’의 정신성과 남성 동맹(homosociality), 여성 혐오(misogyny) 등을 분석한다.

세속의 기준으로는 일류 엘리트 지식인이지만 입신출세의 길과 무관한 ‘문학’을 택했고, 제도(학교 등. 이 책에서는 ‘문학부’로 상징된다)에 편입되지 못함/않음으로써 ‘문학’의 편에 서서 열심히 일한다는 자기 특권화가 어떻게 ‘이류’ 문학인을 탄생시켰는지, 또 순수한 문학청년을 표방하던 그들이 왜 전시 체제에 영합하는 모순을 낳았는지를 파헤친다.˝

일본근대문학에 수용된 독일문학(특히 헤세와 카프카)에 대해 다룬다는 점이 더욱 흥미를 끄는데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한 도쿄제대 문학부 출신들에 대한 비판도 관심거리다. 나로선 책값이 두 배더라도 구해볼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면 ‘발견‘이란 말을 언제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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