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유종호 전집‘으로 나온 <동시대의 시와 진실>(민음사)이다. 이 평론집의 초판은 1982년에 나왔고, 전집판은 1995년에 나왔다. 저자가 35년생이므로 전집은 회갑을 기념하여 나온 게 아닌가 한다. 그조차도 어느덧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계산해보니 82년에 저자의 나이는 지금의 나보다도 적다(평론집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40대에 쓴 것들이다). 같은 나이대이니 ‘동시대인‘이라고 해도 될까. 학부 때인지 대학원 때인지 저자의 첫 평론집 <비순수의 선언>을 읽고 그 문장과 사유의 원숙함에 놀란 적이 있는데 <동시대의 시와 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여전히 ‘후배‘가 아닌 ‘선배‘로서의 위엄을 자랑한다.
견고한 판단과 정연한 문장으로 여전히 독자를 주눅들게 하지만 그래도 달라진 건 저자와 다른 견해를 나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자에게 여전히 배울 건 배우면서도 동시에 저자의 노련함을 거리를 두고 관조하게 된 건 순전히 세월의 힘 덕분이다. 근대 세계문학과 한국 근대문학에 대한 나대로의 조망점을 갖고서 이미 앞서서 그런 안목을 내보였던 평론가들을 다시 읽는 건 다르게 읽을 수 있어서다.
모든 걸 앗아간다는 게 세월이지만 독서에서만은 그렇지 않다. 흐르는 세월과 함께 읽을 책과 읽을 수 있는 책이 더 많아진다는 게 독서인생의 피곤한(?) 역설이다. 한 세월이 지나 <동시대의 시와 진실>을 다시 마주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