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에 저자는 부제를 제목으로 삼고 싶어했으나 주변의 만류 덕에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스윙밴드)로 낙착되지 않았을까. 그래도 ‘어느 속물의 윤리적 모험‘은 부제로 표지에 어엿하게 박혀있다. 한국일보 박선영 기자의 칼럼집이다.

2013년부터 5년간 지면에 쓴 칼럼을 고쳐묶은 책이건만 과문하게도 저자의 칼럼을 읽은 기억이 없다. 꽤 화제가 되어 책으로까지 나온 것인데도 그렇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걸 하지 않아서 이런 동향에 둔한가 보다. 그럼에도 이렇게저렇게 검색하다가 알게 돼 주문하고 지난주엔가 배송받은 책을 점심을 먹기 전에 잠시 훑어본다. 싱긋 미소를 짓는다. ˝종교는 유머˝라는 자기소개가 허언이 아닌 걸 확인해서다. 칼럼집이 아니라 유머집이라도 해도 믿었겠다(유머집으로 분류한다면 부제는 바뀌어야 했을까?). ‘작가의 말‘의 한 대목.

재밌게 남편 흉보기에 일가견이 있다며 책을 내보라는 제안이 여기저기서 들어왔을 때, 우리 부부의 대화가 다음과 같았다.
˝여보, 나더러 당신 흉보는 에세이를 써보라는데?˝
˝그런 책을 누가 보냐?˝
˝많이 팔릴 거 같다던데.˝
˝고뤠? (진지해진 표정의 남편, 돌연 내 손을 잡으며) 여보, 나를 밟고 가.˝

재밌는 유머집으로도 읽을 수 있는, 그런 중에 독자까지도 ‘윤리적 속물‘(조금은 윤리적인 속물)로 거듭나게 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칼럼집으로 많은 이가 일독하면 좋겠다. 저자가 아니라 악역을 마다하지 않은 남편분을 위해서라도...

PS. 농담이건 아니건 책에 쓴 모든 글이 진담이라는 게 저자의 고백이지만, ˝나처럼 사악한 인간˝ 같은 과장법은 진의를 침식한다. 객관적으로 ‘사악한‘ 인간들이 읽는다면 불쾌하게 생각할 일이다. 지나친 과장은 유머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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