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에 대한 강의로 세계일주를 하는 게 지난 10여 년간 내가 해온 일인데, 어느새 두 바퀴째 도는 상황이 되었다(안 가본 대륙도 있긴 하지만). 이번 학기 러시아문학 강의에 이어서 겨울부터는 미국문학 강의를 진행할 예정. 미국에는 가본 적이 없지만(트럼프 재임중에는 더더욱 없을 것 같다), 미국문학은 재방문이다.

강의에서 주로 다루는 미국문학은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인데 작가로는 워싱턴 어빙부터 존 스타인벡까지다. 19세기와 20세기 경계에 위치한 작가가 남성작가로는 헨리 제임스, 여성작가론 이디스 워튼이다. 워튼은 그간에 한번도 다룬 적이 없었다(헨리 제임스의 경우에도 <나사의 회전>만 읽었더랬다). 이번 가을에 <순수의 시대>를 일부러 일정에 포함시켰고 겨울에는 <이선 프롬>까지 읽어볼 예정.

독서도 일종의 ‘방문‘이라 사전에 일정을 잡고 여러 가지 준비도 해야 한다. 한 작가의 (작품)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마치 여행을 준비하듯 (책)짐도 싸고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도 품다 보면 설레임마저 느끼게 된다. 이번 방문지는 1870년대 뉴욕의 상류사회다.

1921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순수의 시대>(1920)는 워튼 여사가 58세 발표한 작품으로 후기작에 해당한다. 순서대로 하면 <기쁨의 집>(<환락의 집>)(1905), <이선 프롬>(1911), <그 지방의 관습>(1913) 등이 그보다 앞서 발표된 작품들. 한권만 고른다면 대표작으로 <순수의 시대>를 꼽을 수밖에 없고 번역본도 가장 많이 나와 있다.

<순수의 시대>를 읽으며 책의 부피감을 느끼다 보니 이제 이디스 워튼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인가란 생각에 감회마저 생긴다. 완독한 이후에는 워튼 여사와의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가상의 대화이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한 사람과 만나는 것은 하나의 세계 전체와 만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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