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1월 마지막주에는 일본문학기행을 떠난다. 일정을 검토중인데, 아무래도 겨울인 점을 고려하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관련 기행이 큰 비중을 갖게 될 듯하다. 사실 <설국> 이외의 작품은 강의에서 다루지 않아서 깊이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문학기행 준비과정에서 챙겨보려고 한다.
가와바타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되어 있는 편이고 연구서도 여럿 나와있다(연휴에 추가로 두어 권 주문했다). 어림에는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가장 많이 연구된 작가가 아닌가 싶다. 그렇더라도 일반 독자가 연구서까지 읽을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참고할 만한 소개서나 평전이 더 요긴한데 막상 그런 종류의 책은 별로 없다. 번역된 작품만 읽고 또 읽는 수밖에.
다작의 작가로 알려져 있고 적잖은 작품이 번역되기도 했지만 절판된 작품이 많다. 남은 작품들 가운데서 대표작을 고를 수밖에 없는데, 순서대로 하면 <이즈의 무희><설국><천마리 학><산소리><호수> 등이다. 이 가운데 <이즈의 무희>와 <천마리 학><호수>. 세편은 한권으로 묶여 나왔기에 간편하다. <산소리 >(웅진지식하우스)는 절판돼 아쉬운데 <잠자는 미녀>(마르케스에게 영향을 준 작품이다)와 함께 재출간 되면 좋겠다(나는 두권 모두 갖고 있지만). 거기에 추가한다면 ‘무용소설‘의 결정판이라는 <무희>(문학과지성사) 정도까지.
돌이켜보니 <이즈의 무희>와 <설국> 등은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다.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충분히 그럴 만했다. 일본의 게이샤문화가 낯설기도 했고), 다시 생각해보면 가와바타도 청춘의 작가라기보다는 중년의 작가, 중년을 위한 작가다(러시아 작가로는 안톤 체호프가 그렇듯이). ‘하고 싶은 일‘보다 ‘하지 못한 일‘을 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 나이가 중년이다.
연휴를 거의 다 흘러보내고 나니 얼핏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시간‘을 보낸 것 같기도 하다. <설국>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을창고에 화재가 나 사람들이 정신이 없는 경황에도 은하수의 아름다운 별빛에 빠져드는 사내처럼 말이다.
직업이 무용평론가도 아니면서 괜스레 남의 처지를 넘겨다보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