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에 두 곳에서 20세기 러시아문학을 강의하는데 스타트는 막심 고리키다. 단편선 <은둔자>와 장편 <어머니>가 강의에서 읽는 작품. 두 주를 할애한다면 불가피한 선택인데, 곁들여서 대표희곡 <밑바닥에서>도 강의에서는 언급한다. 그러나 물론 충분치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좀더 깊이 다룬다면 그의 시론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과 마지막 단편집 <대답없는 사랑>도 포함하는 게 좋을 듯싶다. 고리키의 현재성은 장편보다는 일부 단편들에서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은둔자>에는 <대답없는 사랑>에 실린 ‘은둔자‘와 ‘카라모라‘ 두편이 재수록되어 있다).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에서 읽을 수 있는 고리키는 레닌과 대립하면서 레닌을 비롯한 혁명 수뇌부를 비판하는 고리키다. 레닌과 의기투합하는 고리키가 한편에 있다면 다른 편에는 레닌과 불화하며 반목하는 고리키가 있다. 이 반목은 레닌의 권유에 따라 고리키가 1921년 외유를 떠나는 것으로 봉합되지만 그것이 해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고리키가 영주귀국하는 건 스탈린체제가 굳어져가던 1933년의 일이다. 그리고 1934년에 결성된 소련작가동맹의 초대의장이 된다.

레닌과 반목했던 고리키가 스탈린주의와는 화해할 수 있었을까? 1936년 고리키의 (의문스러운) 죽음이 그 대답이다. 이런 시대와의 불화, 체제와의 반목이 그의 문학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그것이 오늘의 시점에서도 의의를 갖는지 판별해 보는 게 고리키 읽기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건 데리다의 용어를 빌리자면 고리키를 ‘탈구축‘하는,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그런 관점에서 20세기 러시아문학을 전체적으로 다시 읽고 재평가하고 싶다.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개정판? 시간이 나의 편이 되어줄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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