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작으로는 열번째 책인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마음산책, 2017)가 이번주에 출간되었다. 책은 엊그제 보고, 어제 배송받았는데, 무형의 강의가 책이라는 유형의 사물로 전화된 데 대한 감회가 없지 않다. 지난해 봄에 진행했던 강의가 이번 여름에 나왔으니까 비록 속성은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히 빨리 일이 진행된 편에 속한다. 편집자가 그만큼 속도를 내주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서문에서 밝혔지만 사실 책의 제목도 편집자의 작품이다. 내가 후보로 제안한 제목은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였다. 많은(?) 이들이 바뀐 제목에 대해 만족해 해서 나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또한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적었다.

"강의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운명애란 자신의 운명을 의지로써 수용하는 것입니다. 예정을 앞질러서 한여름에 나오게 된 이 책의 운명을 사랑합니다. 이 책의 제목을 사랑하고 이 책의 표지를 사랑하며 이 책을 손에 든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사랑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만든 이가 우리들 자신이니까요."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동시에 '너의 운명을 사랑할 만한 것으로 만들라'라는 요구도 함축한다. 운명을 구성하는 시간의 절반은 지나간 과거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운명에 대한 성찰을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읽어보려고 한 시도로 이 책이 읽힐 수 있으면 한다.

 

오랜만에 내일은 하루 강의가 없는 날이어서(강의만 없을 뿐이다) 적어도 한두 시간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독 강의도 다시 진행할 예정이기에 니체 관련서를 몇 권 챙겨볼 참이다. 돌고 돌아서 다시 니체인 것인가. 힘껏 달아나보려고 하지만, 운명은 언제나 나를 앞지른다!..

 

17.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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