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국외 저자 몇은 따로 다루기로 하고 국내 저자 3인을 골랐다. 먼저 '타자론'을 주제로 한 일련의 철학적 저작을 펴내고 있는 박준상 교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암점>(문학과지성사, 2017).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으며 언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그것, 저자는 나와 타자의 공동의 지대를 여는 그 무언가를 암점(暗點)이라는 단어에 응축시켜 탐사해나간다. 더불어 모든 인간 경험의 근원에 있는 이 암점에서 새로운 사유가 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리고 극단적인 자본주의화 속에서 혹사당하고 방기된 각기 고립된 ‘나’가 ‘우리’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책은 두 권으로 분권돼 있는데, 1권이 '예술에서의 보이지 않는 것', 2권이 '몸의 정치와 문학의 미종말'을 주제로 한다.
저자가 직접 옮기기도 한 블랑쇼적 글쓰기의 한국어적 시도/실천으로도 읽힌다.
라캉주의 정신분석가로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백상현 박사도 신작을 펴냈다. 라캉의 <세미나 7> 강해인 <라깡의 인간학>(위고, 2017)이다. "전작 <라캉의 루브르>와 <고독의 매뉴얼>을 통해 라깡과 바디우의 이론적 개념을 삶의 실천과 연결시켜 급진적인 사유의 모험을 감행했던 저자는 이번 저작에서 <세미나 7>을 강해한다. 저자는 <세미나 7>이 라깡이 생각하는 인간관과 세계관 그리고 정신분석의 지식과 역할에 이르기까지 라깡의 사유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한다."
<세미나7>은 아직 국내에 번역되어 있지 않다. <세미나 1>과 <세미나 11>, 두 권이 소개된 상황이고, 강응섭 교수의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같은 가이드북이 나와 있다. <에크리>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에크리>에 관한 해설서들이 여럿 되는 것처럼 <세미나>의 경우에도 그런 상황이 빚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한예종에서 미술이론을 강의하는 양정무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술이야기' 시리즈의 3,4권이 나왔다. 지난해에 나온 1,2권이 화제를 모으면서 출간 속도도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쉽게 읽히면서도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게 이 시리즈의 강점이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편집도 책의 가독성을 한껏 높여준다.
"책의 저자이자 미술사학계의 권위자인 양정무 교수는 한 권의 책 안에 방대한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모두 담아냈다. 꼭 알아야 하는 기초적인 미술 지식은 물론 학계를 선도하는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유명한 미술작품부터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의 미술까지 최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론을 담았다. 인기 대중 강연자이기도 한 저자의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방대한 지식이 자연스레 이해된다. 독자들은 어느 순간 친절하고 박식한 가이드와 함께 미술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찾아보니 저자는 <그리스 미술>과 <서양미술사: 조토에서 세잔까지>의 역자이기도 하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의 모토대로, 서양미술사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라면 주저 없이 선택할 만하다...
17. 0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