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1956)를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금각사의 존재가 궁금하여 이미지를 찾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더 나아가 실제로 교토에 있는 실물을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인데, 일본문학기행 둘째날이었던 어제 기대를 이루었다. 워낙에 유명한 명소이다 보니(어제 오전에 들른 은각사에도 관광객이 적지 않았지만 금각사에 비하면 한적한 편이었다), 사람이 미어터질 정도였지만 홀연한 금각의 광채는 빛이 바라지 않았다. 다만 갑작스런 대면은 뭔가 거리감도 갖게 했다. 실제로 작품에서 주인공에게 금각과의 첫 대면은 싱거운 것이었고 금각의 아름다움은 그 이후에야 그의 기억과 상상 속에서 증폭된다. <금각사>를 다시 읽을 때에도 그런 효과를 기대해봄직하다.
이번에 가방에 챙겨간 것은 한동안 품절되었다가 새 장정으로 다시 나온 <금각사>(웅진지식하우스, 2017)다. 나로선 3종의 번역본을 모두 갖고 있는 셈(영역본까지 포함하면 4종이다). 미시마의 역작인 만큼 작품에 대한 해석은 자세한 검토과정을 필요로 한다. 두어 차례 강의한 작품이지만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탐미파 작가들과 묶어서 언젠가 강의해서 다시 읽어볼까 한다. 금각사 사진을 같이 올려놓는다. 어느 날에도 금각사는 금각사일 테지만 이건 어제 오후의 금각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