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번역론>(철학과현실사, 2006)에 이어서,작년에 세상을 뜬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1913-2005)의 책이 한권 더 출간됐다.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동문선, 2006). 이번 책은 <번역론> 같은 팜플렛 분량이 아니라 500쪽에 육박하는 주저이다. 리쾨르 전공자인 윤성우 교수가 <해석의 갈등>(살림, 2005)에 적어놓은 바에 따르면, "리쾨르 스스로가 자신의 모든 철학적 작업의 결산 내지 종합이라고 규정한 저작"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니까 '단 한권의 리쾨르'를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 책인 것!


왜 그런가? 윤교수의 설명을 조금 더 따라가면, "이 저작은 저자가 그간 보여준 의지의 문제, 상징과 텍스트의 문제, 윤리의 문제, 존재론의 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며, 인간의 자기 이해와 해석이 거쳐야 할 단계와 과정을 점진적으로 그리고 다른 인문학의 연구 성과와 대화를 통해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 저작을 통해 리쾨르가 가진 현대 철학 전반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과 해결에의 노력과 시도를 만나게 된다. 가장 먼저 번역되어야 할 책으로 평가되지만 아직 국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해석의 갈등>, 189쪽)
하지만 이제 그 '사정'이 달라지게 된 셈. 번역의 성패와 무관하게 일단의 역자의 노고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바라는 건 역자의 '대표작'이 되었으면 한다). 어쨌든 '결산'이란 말이 나온 김에 리쾨르의 저자들을 연대순으로 한번 되짚어보도록 한다. 서지는 위키피디어의 리쾨르 항목에서 옮겨왔다(인용부호 안의 말은 윤성우 교수의 해제에서 따온 것이다). 주로 영역본 제명으로 돼 있는데, 괄호안의 연도가 불어본이 처음 출간된 해이다.
-Gabriel Marcel and Karl Jaspers. Philosophie du mystère et philosophie du paradoxe. Paris: Temps Présent, 1948.
-Freedom and Nature: The Voluntary and the Involuntary, trans. Erazim Kohak.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66 (1950).(*리쾨르의 박사학위논문이자 첫번째 주저. <의지의 철학1: 의지적인 것과 비의지적인 것>이라 흔히 옮겨지는데, "프랑스 반성철학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인 자유의지, 죽음, 생명, 신체, 무의식, 탄생 등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저작"으로서 "리쾨르 철학을 알기 위한 필독서이고, 프랑스 철학의 입문을 위한 핵심적 저작".)

-History and Truth, trans. Charles A. Kelbley.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65 (1955).(*국역본: <역사와 진리>(솔로몬, 2002). 참고로 러시아어로도 번역돼 있다.)
-Fallible Man, trans. with an introduction by Walter J. Lowe,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1986 (1960)(*<악의 상징>과 함께 <의지의 철학2>를 구성하는 책.)

-The Symbolism of Evil, trans. Emerson Buchanan. New York: Harper and Row, 1967 (1960).(*국역본: <악의 상징>[문학과지성사, 1994/1999])
-Freud and Philosophy: An Essay on Interpretation, trans. Denis Savag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70 (1965).(*원제는 <해석에 관하여: 프로이트 시론>이며, "<악의 상징>과 함께 해석학자로서의 리쾨르의 진면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저작." 라캉의 적대적인 비평 때문에 리쾨르에게 상처를 안겨다준 책이기도 하다.)

-The Conflict of Interpretations: Essays in Hermeneutics, ed. Don Ihde, trans. Willis Domingo et al.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74 (1969).(*국역본: <해석의 갈등>[아카넷, 2001]. 자타가 공인하는 리쾨르 해석학의 주저.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과 흔히 비교된다.)
-Political and Social Essays, ed. David Stewart and Joseph Bien, trans. Donald Stewart et al. Athens: Ohio University Press, 1974.
-The Rule of Metaphor: Multi-Disciplinary Studies in the Creation of Meaning in Language, trans. Robert Czerny with Kathleen McLaughlin and John Costello, S. J.,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1978 (1975).(*원제는 <살아있는 은유> 혹은 <생생한 은유>. 예전에 번역스터디를 한 경험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출간을 가장 고대하는 책 두어 권 중의 하나이다.)

-Interpretation Theory: Discourse and the Surplus of Meaning. Fort Worth: Texas Christian Press, 1976. (*국역본: <해석이론>[서광사, 1998])
-The Philosophy of Paul Ricœur: An Anthology of his Work, ed. Charles E. Reagan and David Stewart. Boston: Beacon Press, 1978.(*영어본 리쾨르 선집)
-Theology after Ricouer, Dan Stiver, Westminster: John Knox Press.(* 이 책은 왜 들어가 있나?)

-Essays on Biblical Interpretation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0)(*리쾨르의 성서 해석에 대해서는 앙드레 라콕과 함께 쓴 <성서의 새로운 이해>(살림, 2006)을 참조할 수 있겠다.)

-Hermeneutics and the Human Sciences: Essays on Language, Action and Interpretation, ed., trans. John B. Thomps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국역본: <해석학과 인문사회과학>[서광사, 2003])



-Time and Narrative (Temps et Récit), 3 vols. trans. Kathleen McLaughlin and David Pellauer.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4, 1985, 1988 (1983, 1984, 1985).(*리쾨르가 일흔의 나이에 출간하기 시작한 후기 대표작. 국역본은 1999-2004년에 완간되었다. 우리의 자기인식과 세계인식에 있어서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준 책. 하이데거를 비틀어서 말하자면 인간은 '이야기-내-존재'이다. 참고로, 러시아어본은 2권까지 출간돼 있다)
-Lectures on Ideology and Utopia, ed., trans. George H. Taylor.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85.(*리쾨르의 정치철학을 재구성해볼 수 있는 강의록. 대표적인 이데올로기 이론가들을 독해하면서 그들과 대결한다.)

-From Text to Action: Essays in Hermeneutics II, trans. Kathleen Blamey and John B. Thompson.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91 (1986).(*국역본: <텍스트에서 행동으로>(아카넷, 2003). <해석의 갈등> 속편. 완역되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다.)
-À l'école de la philosophie. Paris: J. Vrin, 1986.
-Le mal: Un défi à la philosophie et à la théologie. Geneva: Labor et Fides, 1986.

-Oneself as Another (Soi-même comme un autre), trans. Kathleen Blame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 (1990).(*이번에 나온 책 <타자로서의 자기 자신>. 국역본을 주문해놓고 나는 오래전에 구해놓은 영역본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다.)
-A Ricœur Reader: Reflection and Imagination, ed. Mario J. Valdes. Toronto: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91.(*영어본 리쾨르 선집. 두툼하다.)
-Lectures I: Autour du politique. Paris: Seuil, 1991.
-Lectures II: La Contrée des philosophes. Paris: Seuil, 1992.
-Lectures III: Aux frontières de la philosophie. Paris: Seuil, 1994.

-The Philosophy of Paul Ricoeur, ed. Lewis E. Hahn (The Library of Living Philosophers 22) (Chicago; La Salle: Open Court, 1995)(*리쾨르의 철학을 조명하고 있는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논문모음집. 리쾨르가 자신에 대한 비평들에 직접 답하고 있다.)
-The Just, trans. David Pellauer.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1995).(*리쾨르의 정의론. 비교적 얇은 분량.)
-Critique and Conviction, trans. Kathleen Blamey.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8 (1995).(*대담집. 리쾨르 입문서로 유용하고 유익한 책.)


-La mémoire, l'histoire, l'oubli. Paris: Seuil, 2000.(*리쾨르의 마지막 주저 <기억, 역사, 망각>. 지난 2004년에 영역본과 러시아어본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바 있고 나는 러시아어본을 갖고 있다. 리쾨르의 '역사철학'이라 할 만한데, 일부가 재작년인가 계간 <세계의 문학>에 번역/소개된 적이 있다. 어쩌면 조만간 국역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Le Juste II. Paris: Esprit, 2001.(*<정의2>. 이후에 리쾨르가 출간한 책이 <번역론>(2003)과 <인정의 여정>(2004) 등이다.)
06. 08. 16-17.




P.S. 리쾨르에 관한 국내 연구서로는 윤성우 교수의 책들을 비롯해서 김종걸, 정기철 교수 등의 책이 나와 있다. 한국해석학회의 논문집들에도 리쾨르에 관한 논문들은 여럿 찾아볼 수 있지만, 일반 독자라면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겠다. 대신에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한나래, 1998)에 실린 리처드 커니와의 대담을 추천한다. <현대 유럽철학의 흐름>(한울, 1997)에도 리처드 커니의 개관이 실려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번역이 조야하다(원저의 2판도 나와 있는 만큼 개정 번역본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