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 그리고 올해 네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책. 저명한 영어권 헤겔학자 테리 핀카드의 헤겔 전기 <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이제이북스, 2006)가 출간됐다. 부랴부랴 리뷰들을 찾아봤지만 아직은 감감 무소식이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헤겔에 관한 문헌들을 찾아보면서 이 두툼한 전기에 눈길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이걸 언제 읽겠는가?'라며 마음을 고쳐먹은 적이 있다. 국역본 1088쪽이니까 만만찮은 분량이지만(원서보다 300쪽 가량 늘어난 분량이다) 그만하면 읽어볼 만하다. 국내에 나와 있는, 몇 안되는(아니 거의 없는) 헤겔 전기류를 단번에 평정하고도 남을 만한 책이니 특별히 기록해둘 만하다.
손쉬운 대로, 저자에 관한 소개를 옮겨오면, 현재는 "노스웨스턴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고, "뉴욕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칸트부터 현재까지의 독일 철학, 특히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시기의 철학을 주로 연구했다. 1988년에는 독일의 튀빙겐 대학교에서 명예교수와 명예강사로 위촉되었고, '철학 연구 잡지(Zeitschrift fur philosophische Forschung)'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주요 저작으로는 <헤겔의 변증법>, <헤겔의 현상학: 이성의 사회성>, <독일 철학 1760-1860: 관념론의 유산> 등이 있다고 돼 있는데, 앞의 두 권은 나도 갖고 있는 책이다. 헤겔 관련서로서 지명도가 있었고 국내 서점들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책이다(이번에 나온 전기는 따로 주문해봐야겠다). 핀카드 교수는 "최근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 영역본 출간 작업을 하고 있다"고(새 영역본이 나오는 것인가?).
아무튼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헤겔의 전기 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신뢰할 만한 것이다."(런던 리뷰 오브 북스)라고 하니까 기대해봄 직하다. 그의 전기를 읽고 나면, 혹 알겠는가? <정신현상학>이나 <논리학>을 읽어내기가 좀 수월해질지(슬라보예 지젝이 꼽은 두 권의 책이다. 무인도에 간다면 들고 갈). 하긴, 절판된 <논리학>은 그냥 들고 다니거나 꽂아두기도 힘들겠지만(나는 예전에 1권만 놔두고 2, 3권은 박스에 집어넣었다).
덧붙여 고백하자면, 헤겔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을 내가 얼마간 갖게 된 건 순전히 지젝 덕분이다. 나는 지젝만큼 이 '괴물 철학자' 헤겔을 재미있게 읽어내는 '괴물'을 따로 알지 못한다. 핀카드는 헤겔의 생애를 혹 그만큼 재미있게 읽어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겐 그런 '친절한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06. 08.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