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의 평전이 출간됐다. 이 록큰롤의 황제이자 20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전설에 관한 책 <엘비스, 끝나지 않는 전설>(이마고, 2006)이 그것이다. 그간에 그에 관한 책이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마돈나의 경우와 비교해보라), 다행히도 이번에 그러한 놀라움을 얼마간 상쇄시켜줄 만한 책이 출간되었기에 아는 체를 해둔다. 그의 음반을 한번도 사본 적이 없으니 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씩 라이브 영상이나 음악을 보노라면 그가 얼마나 걸출한 '연예인'었는가는 실감할 수 있다. 중앙일보의 리뷰를 옮겨온다.  

중앙일보(06. 07. 22) 취재수첩에서 찾아낸 엘비스의 흔적

-그가 죽은 지도 벌써 30년이 다 됐다. 그래도 그의 신화는 여전한가 보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도 그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체면이고 뭐고 없이 미국 부시 대통령 앞에서 그토록 방정 맞게 다리를 떨었을까(*아래 사진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 생가를 찾아 조지 W 부시 대통령, 엘비스의 딸과 전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엘비스의 선글라스를 낀 채 엘비스가 노래하는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 모습. 그는 엘비스의 광팬이라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록큰롤의 황제이며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또한 미끈한 외모와 타이트한 옷차림으로 표현되는 섹스 심볼이자 욕망의 분출구다. 그가 여성 편력이 심하고, 약물을 즐길 것이란 짐작은 익히 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책은 엘비스의 전기다. '용비어천가'마냥 결국엔 엘비스 찬양을 담지만, 그 과정은 세밀하고 냉철하다. 기자 출신인 저자들이 10년간에 걸쳐 모은 자료와 300명이 넘는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엘비스의 인생을 새롭게 구성한다. 수시로 문서보관서를 드나들며 그의 흔적들을 되짚었고, 심지어 병원 입원 기록까지 꼼꼼히 챙겼다. 이토록 적나라한 얘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자들의 철저한 '취재' 덕분이다.



-책엔 엘비스의 매니저였던 게이브 터커의 이런 말이 그대로 인용된다. "엉덩이를 흔들면 좋겠는데. 그러면 여자애들이 흥분할 거야. 스트립 걸이 남자들을 흥분시키려고 보여주는 쇼에 변화를 준 거지." 기성 세대로부턴 지탄을 받았지만 자유와 젊음의 상징으로까지 부각된 그의 '허리 돌리기 춤'과 '엉덩이춤'이 알고 보면 철저한 매니지먼트사의 작업에 의했다는 것이다. 책엔 심지어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지 안에 묵직한 뭔가를 넣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투어를 다닐 때마다 닥치는 대로 낯선 여성과 잠자리를 같이한 그의 여성 편력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또한 그에게서 빠질 수 없는 건 약물이다. 그런데 약물 중독의 주범 역시 바로 매니지먼트사였다. 무리한 일정을 잡아놓고 공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약물을 흡입하게 한 뒤 각성제.진정제 등을 든 주치의와 늘 함께 하게끔 했던 것이다.



-약물에는 찌들었으면서도 술.담배는 전혀 안하고, 성적으론 문란하면서도 초현실주의와 사후 세계에 심취한 이중성. 책을 읽고 나면 엘비스로 대표되는 미국 대중 문화가 과연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겉으론 싸구려 천박함이 넘쳐나지만, '뿌리 없음'에 대한 갈증으로 무언가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절박함이 때론 면면히 흐르는 전통의 무게감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최민우 기자)

06. 07. 22.

P.S. 엘비스 프레슬리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결말에 'Love me tender'를 부르는 데이빗 린치의 영화 <와일드 앳 하트>(1990)이다. 노래방에서 어쩌다 간혹 듣게 되는 그 노래의 가사를 옮겨놓는다.

Love me tender,
love me sweet,
never let me go.
You have made my life complete,
and I love you so.

Love me tender,
love me true,
all my dreams fulfilled.
For my darlin' I love you,
and I always will.

Love me tender,
love me long,
take me to your heart.
For it's there that I belong,
and we'll never part.

Love me tender,
love me dear,
tell me you are mine.
I'll be yours through all the years,
till the end of time.

(When at last my dreams come true
Darling this I know
Happiness will follow you
Everywhere you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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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7-22 10:35   좋아요 0 | URL
고이즈미 바보 같지 않아요....저것도 한신의 지략인가??? 하여간 주책 맞게 추려거든 잘 추든가..저 어정띤 포즈 하고는...옆에서 다들 어이없어 하는 듯..그래도 좋단다ㅎㅎ
즐거운 주말보네세요.

로쟈 2006-07-22 10:47   좋아요 0 | URL
'바보 같은 고이즈미'가 아니라 저는 다른 정치인들도 저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은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총리가 체신머리 없는 '쇼'를 벌이지는 않겠죠. 거꾸로 쇼라면 저 정도는 해야 보는 사람도 즐겁죠). 자신의 쾌락과 타협하지 않는 것. 그게 안되면 결국 그 욕구불만이나 욕망의 좌절이 타인에게 전가되는 것이죠. 자신의 삶을 즐길 줄 모르면 타인의 삶을 덩달아 괴롭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2006-07-22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7-22 17:39   좋아요 0 | URL
**님/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