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루시초프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지난 1월에 러시아어 등의 외국어 표기법에 개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월드컵 때 선수들의 인명 표기에 상당한 변화/혼란이 빚어졌던 게 우연이 아니었던 것. 뒷북치는 셈이 됐지만, 여하튼 이런저런 개정 내용이 불만스럽다. 개정내용을 소개하는 한겨레의 기사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스포츠칸의 기사를 옮겨온다. 스포츠칸의 엄민용 기자는 기자협회보에 '엉터리 국어정책 유감'이라고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좀 풀어주는 기사를 실었는데, 그걸로 페이퍼의 제목을 삼는다. 마지막엔 축구선수들의 표기 문제를 사례로 짚어본다. 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의 기사이다.




한겨레(06. 01. 08) 포르투갈어 등 3개언어 새 표기법 마련
-국립국어원은 5일 포르투갈, 네덜란드, 러시아 등 세 언어의 새로운 표기법을 고시했다. 이 표기법은 현지 언어의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포르투갈어에서 r를 ‘ㄹ’과 ‘ㅎ’으로 구분하여 적고 브라질 지명·지명은 포르투갈어와 다른 브라질의 발음 특성을 반영하고 △네덜란드어의 g는 ‘ㅎ’으로 적고, v는 ‘ㅍ’과 ‘ㅂ’으로 나누어 적으며 △러시아어 p, t, k, b, d, g, f, v가 무성 자음 앞에 올 때는 받침으로 적고 sh와 shch는 ‘시’로 적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의 인명 Ronaldo는 ‘호나우두’, Rivaldo는 ‘히바우두’로 적어야 한다. Jorge는 포르투갈 사람이면 ‘조르즈’로, 브라질 사람이면 ‘조르지’로 적어야 한다. 이과수폭포(브)는 이구아수, 리우그란데(브)는 히우그란지, 바스코 다가마(포)는 바스쿠 다가마 등으로 바뀐다. 네덜란드어의 경우 에인트호벤은 에인트호번, 에라스무스는 에라스뮈스, 호이징가는 하위징아, 스키폴 공항은 스히폴 공항으로 써야 한다.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콥스키, 고골리는 고골, 하바로프스크는 하바롭스크, 흐루시초프는 흐루쇼프, 푸슈킨은 푸시킨, 루빈슈타인은 루빈시테인으로 각각 바뀐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 아드보카트, 하멜, 보드카, 프라우다 등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 표기를 그대로 인정키로 했다(*흐루시초프나 푸슈킨이 아드보카트보다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말인가? '하위징아'는 또 뭔가? '하위징아'로 무얼 검색하란 말인가?).
-이번 표기법 고시는 1986년에 제정한 현행 표기법이 이들 언어에 대해 자세한 표기 규칙을 두지 않아 현지 발음과 동떨어지거나 체계적이지 못하여 언어생활에 혼란을 빚어 온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러시아어 등에 써오던 표기와 달라지는 것이 많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며 정착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달라진 표기법이 '현지 발음', 특히 '러시아어 발음'에 더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왜 이런 억지를 강요하는 것인가? 원칙도, 철학도, 실리도 없는).
-한편, 국립국어원은 올해 안에 그리스어, 아랍어, 터키어 등 3개 국어에 대한 표기법을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로써 24개 외국어에 대한 표기법이 완성된다고 말했다(*이런 식이라면 그들만의 표기법이겠다. 국립국어원에서 할 수 있는 더 유익한 일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몽골, 아프리카어에 대한 표기법은 특별한 불편과 수요가 없어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임종업 기자)





스포츠칸(06. 01. 10) 새 외래어표기법 ‘희한하네’
-국립국어원이 지난달 28일 포르투갈·네덜란드·러시아어 등 세 언어의 새로운 표기법을 지정·고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음, 그러니까 작년말이었다는 얘기군). 국립국어원은 지난 5일 “1986년에 제정한 현행 표기법이 이들 언어에 대해 자세한 표기규칙을 두지 않아 현지 발음과 동떨어지거나 체계적이지 못해 언어생활에 혼란을 빚어왔다”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새 표기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써오던 표기와 달라지는 것이 많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규칙 자체에 문제점을 드러내 정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 표기법에 따르면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휘스 히딩크’로 바뀌는 것을 비롯해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콥스키, 고골리는 고골, 하바로프스크는 하바롭스크, 흐루시초프는 흐루쇼프, 루빈슈타인은 루빈시테인으로 써야 한다(*'고골리'는 이미 '고골'로 쓰고 있다. 한데, '흐루시초프'를 굳이 '흐루쇼프'로 바꿔 표기해야 할까? 이 안에 따르면 러시아어의 'sh'와 'shch'의 음성표기가 동일하게 된다. 비슷한 소리이지만 동일한 소리는 아니며 영어 표기에서는 앞에서처럼 구별해준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교과서를 바꾸고 민간 출판사들도 온갖 책들을 다시 찍어야 하는 일을 벌이면서도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하멜’ ‘리우데자네이루’ ‘아드보카트’ 등 6가지를 ‘관용’ 표기토록 했을 뿐이다(*아드보카트가 언제 한국에 다시 올는지 모를 일임에도 '관용'으로, 국내에 많은 책들이 소개돼 있는 흐루시초프나 푸슈킨 등이 '관용'에서 예외로 처리된 건 놀라운 일이다. 그들만의 행정으로 봐주어야 하는 일일까?) .
-하지만 이마저 언론을 의식한 ‘면피용’으로 비친다. 최근 언론에 부쩍 많이 나오는 축구국가대표 감독 ‘아드보카트’에 대해 “원래는 ‘앗보가트’가 맞지만 관용 처리한다”고 하면서, 더 많은 국민이 알고 있을 흐루시초프 등은 관용표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이 관용표기는 ‘아드보카트의 아들 앗보카트가…’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의 자손인 하멀은…’ 따위로 써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지난달 28일 고시하고도 그 사실을 1주일 넘게 알리지 않은 이유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국어연구원의 관계자는 “현실적 쓰임과 지나치게 괴리하는 말은 토의를 거쳐 관용표기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엄민용 기자)

기자협회보(06. 01. 18) 엉터리 국어정책 유감
-국립국어원은 지난달 28일 포르투갈·네덜란드·러시아어 등 세 언어의 새로운 표기법을 지정·고시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언론에 알리면서 “1986년에 제정한 현행 외래어표기법이 이들 언어에 대해 자세한 표기규칙을 두지 않아 현지 발음과 동떨어지거나 체계적이지 못해 언어생활에 혼란을 빚어왔다”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새 표기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더 이상의 혼란을 막은 게 아니라 그 이상의 혼란을 더 보탰다!).
-그러나 오히려 새 표기법 때문에 국민의 국어생활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염려된다(*내 말이 그 말이다. 이런 문제제기가 스포츠신문의 기자 한 사람에게서만 나왔다는 것도 신기한 노릇이다). 새 표기법에 따르면 그동안 온 국민이 ‘거스 히딩크’라 부르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은 ‘휘스 히딩크’로 바뀐다. 또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콥스키, 고골리는 고골, 하바로프스크는 하바롭스크, 흐루시초프는 흐루쇼프, 루빈슈타인은 루빈시테인으로 써야 한다. 그뿐 아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만든 ‘관용 표기’인지 모르겠지만, ‘아드보카트의 아들 앗보카트가 한국에 왔다’거나 ‘하멜의 자손인 하멀은…’ 따위로 써야 한단다(*엄기자가 잘 꼬집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처럼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 일을 벌이면서 국민의 얘기는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 공청회는 고사하고, 신문사에서 매일 외래어표기법과 씨름하는 교열기자들에게도 일언반구가 없었다. 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교과서를 다시 찍어야 하고, 민간 출판사들도 제 돈을 들여 온갖 책을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을 국립국어원은 아주 비밀스레 만들었다. 그 이유가 뭘까? 국립국어원의 한 관계자는 “표기법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일인데, 그 일을 하면서 일일이 알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들이 한 일을 일일이 공표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내부용으로만 돌려보면 될 거 아닌가?).
-무서운 말이다. 슬픈 얘기다. 그 관계자의 말이 국립국어원 전체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면 이미 우리의 국어는 죽은 송장이다. 말과 글의 주인은 국민, 즉 언중이다. 일부 학자들이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할 것이 못된다. 한글맞춤법이 어찌되어 있든, 표준어규정이 어떻게 정하고 있든, 많은 언중이 자주 쓰면 그 말이 표준어가 되는 게 상식이다. 외래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인이 어떻게 소리내든, 아프리카 원주민이 뭐라 발음하든, 그런 말이 우리 국민이 똑같이 쓰는 말을 못 쓰게 만들 수는 없다. 세상에 ‘그런 벱’은 없다(*이 정도의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는 게 거듭 유감스럽다).
-국립국어원은 ‘나라의 적기가 외국의 소리와 달라 어린 백성이 혼란을 겪는 것이 안쓰러워’ 새 표기법을 만들었다고 했다(*그 취지가 심히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온다). 그 말이 맞는다면 ‘라디오’ ‘컴퓨터’ ‘밀크’ 따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외국 어디도 우리를 대한민국이라 불러주지 않는다. ‘KOREA’라 쓰고 ‘코리아’라고 소리내는 영문도 지들 마음대로 ‘COREE’라 적고 ‘꼬레’쯤으로 소리낸다. 그것이 외래어표기다.
-외래어 표기는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당신네 말을 당신네 소리대로 잘 적어주고 있지요’라고 자랑하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국어생활에 통일을 기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이 정도의 상식도 모른다면, 국립국어원의 명칭을 국립외국어원으로 바꾸는 게 차라리 낫겠다). 따라서 한번 정해진 것은 쉬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툭하면 바뀌는 외래어 표기는 정말 문제다.

-더욱이 이번 새 표기법은 국립국어원이 수년 전 1백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만든 <표준국어대사전>마저 쓰레기로 만들었다. 그 사전은 이제 버려야 한다. 아직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새 표기법과 다른 말이 수천자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 표기법은 이미 지정·고시됐다. 이제 와서 왈가왈부한다고 해서 만든 표기법을 버릴 수도 없다(*대신에 무시하는 도리밖에 없겠다). 하지만 이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국립국어원이 몇몇 학자들 중심으로 표기법을 만들고 국민들은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러시아어 표기만 하더라도 전공자들마다 의견이 다 제각각이다. 전문가의 자문이랍시구 한두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국민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국립국어원이 언중 위에 군림하면 국어가 죽는다.

JES(06. 07. 06) 호나우두 혹은 호날두
-이번 월드컵을 보다 보면 생각나는 록 밴드가 있다. 바로 너바나다. 1990년대의 록을 이야기할 때의 너바나를 빼놓는다면 깍두기 없이 설렁탕과 다름없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DJ 배철수씨는 너바나라는 그룹을 모른다. 그에게 이 밴드를 물으면. “아. 니르바나(Nirvana)?”하고 되묻는다. 불교 용어로 열반(涅槃)을 뜻하는 니르바나는 천년 전부터 한국인들이 쓰던 단어인데 한 미국 밴드가 그 단어를 이름으로 썼다고 해서 새삼 다른 식으로 읽을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말하자면 ‘마다나’를 ‘마돈나’라고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늘 바뀌는 외국 인명ㆍ지명의 한글 표기에 경종을 울리는 주장이다.
-한글 외래어 표기는 언론인들의 영원한 숙제다. 현행 기준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현지인이 발음하는 대로 적는다’는 것이다(*가장 웃기는 원칙이다. 우리끼리 쓰면서 '현지음' 흉내를 왜 내는가? 입에 침이 마르는군. "워러 플리즈!"). 물론 중요하다. 똑같이 써도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미국으로 건너가면 청바지 상표인 리바이-스트라우스로 변하고. 역시 알파벳만 보면 미국 조지아 주와 구 소련 지역의 그루지야 공화국이 혼동되기도 한다(*실제로 '그루지야'를 '조지아'라고 표기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대회때마다 바뀌는 축구 선수의 권장 표기 명칭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지난 98년 미국월드컵에 등장한 호나우두 이후로는 포르투갈어의 R을 ‘ㅎ’으로. L을 ‘이우’로 읽는 관행이 정착됐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외모와 실력을 겸비해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이 선수는 호나우두에서 하루 아침에 호날두로 개명을 당했다.
-이유가 가관이다. 같은 포르투갈어지만 L이 이우로 발음되는 것은 브라질 식의 발음이고. 포르투갈 본국에서는 그냥 ‘ㄹ’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물론 한심하다). 국립국어원에서 언제쯤 호나우두의 조국은 브라질이 아닌 ‘브라지우’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공문이 나올지 궁금할 뿐이다.
-한국에서 ‘반니’라는 애칭으로 불린지 오래인 반 니스텔루이 역시 하루 아침에 판 니스텔로이가 됐다. 글쎄. 어련히 알아서 정했겠지만 지난해 내한했던 PSV 에인트호벤(이것도 국립국어원이 정한 권장 표기다) 관계자가 “우리 팀의 이름은 아인트호벤인데 왜 한국에서는 에인트호벤이라고 쓰는지 모르겠다”는 걸 보면 정말 현지 발음에 더 가깝기는 한 건지 좀 의심스럽기도 하다.
-현지 발음에 가까운 것도 좋지만 일단 정착된 표기는 최대한 존중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한글 표기법의 사명이 아닐까(*공무원은 때로 복지부동하는 것이 차라리 국민에게 유익하다). 지금까지는 사실 강 건너 불이지만. 이런 과잉 교정의 열풍이 언제 연예계로 밀어닥칠까 불안하기만 하다. 영국 출신인 비틀즈 멤버 존 레논과 미국을 대표하던 배우인 잔 웨인이 ‘파리’ 아닌 ‘빠히’에서 만났다고 기사를 쓰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송원섭 기자)
06. 0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