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다음주 월요일에 3개의 강의가 있기는 하지만 내주에는 여느 주보다 느슨한 일정이 예정돼 있어서(하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는 원고 일정이 있다) 기분만은 여유롭다. 늘상 준비하는 강의자료를 후딱 만들어놓고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다가(장바구니에도 넣고 주문도 했다) '이주의 과학서'로 꼽을 만한 책을 발견했다. 조너선 밸컴의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이도스, 2017).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이 부제. 한마디로 '물고기의 사생활'이란 제목을 가질 수도 있었던 책.
"상상을 초월하는 물고기들의 시각, 후각, 촉각, 미각 등 감각 세계와 여느 영장류를 능가하는 물고기들의 지각력, 인간사회를 방불케 하는 물고기 사회의 역학,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에 일격을 가하는 처절한 물고기들의 삶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몰라도 너무나 몰랐던 물고기의 흥미진진하고 내밀한 사생활이 물고기를 사랑하는 한 과학자에 의해 낱낱이 밝혀진다."
'우리 사촌'이라고 하기엔 먼 친척뻘이 아닌가 싶지만(포유류와 어류면 사촌간인가?) 여하튼 기대를 품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조류에 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동물행동학자라고 하고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도솔, 2008)로 먼저 소개된 바 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추천자 가운데는 달라이 라마도 포함돼 있는데,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물고기도 감정을 갖고 있으며, 다른 지각 있는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배려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생히 증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동물은 물론 모든 생물의 존엄성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흠, 그렇다면 '깨달음의 책'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표지도 마음에 들어서 원서도 주문해볼까 싶다...
17. 0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