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영화 <수퍼맨 리턴즈>를 떠올리시지 못한 분들이라면 낭패감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비디오로나 보게 될 듯하지만, 최근에 개봉된 이 영화에 대한 사전인지 차원에서 리뷰 하나를 옮겨놓는다. '오동진의 동시상영관'에서 가져온 것인데, 예전엔 YTN의 '씨네24'에서도 곧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영화평론가 그 사람이다(강우석 감독에 대한 책도 냈다). 가장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본 영화의 핵심을 잘 짚어준다. <수퍼맨 리턴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문화일보(06. 07. 04) 돌아온 수퍼맨을 다룬 영화 <수퍼맨 리턴즈>는 양가적이고 중의적인 영화다. 양가적이고 중의적이라면 어디 <수퍼맨 리턴즈>뿐이겠는가. 할리우드 영화들, 특히 여름철에 집중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죄다 중의적으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들이다.

-<수퍼맨 리턴즈>야말로 그런 면에서 전형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여전히 세계의 각종 현안을 미국인(물론 크립톤 행성 출신이긴 하지만, 미국인 농부에 의해 길러진) 영웅이 혼자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식의 강박증을 갖고 있는 모습에 혀를 끌끌 차게 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수퍼맨이란 초현실적 캐릭터가 처한 여러 상황을 통해 미국의 현재를 성찰해내려는 태도가 읽히기도 한다. <수퍼맨 리턴즈>는 그렇게, 후자의 의미로 더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데올로기를 그린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이번 영화를 만든 브라이언 싱어는 거기서 몇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지금의 미국사람들이 혹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진정한 수퍼맨을 갈망하고 있는지를 그린다. 예컨대 이런 얘기를 통해서다. 극중에서 수퍼맨의 연인인 로이스(케이트 보스워스)는 5년간 말없이 자신 곁을 떠나 있었던 수퍼맨 때문에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다. 그녀는 ‘왜 우리는 더 이상 수퍼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란 기사로 퓰리처상까지 받게 된데다 수퍼맨 따위는 싹 잊은 척하고 편집국장의 조카인 리처드(제임스 마스덴)와 오랜 동거 끝에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다시 펜을 들어 새로운 기사를 써야 할 처지에 놓인다. 그녀의 새 기사는‘우리에게 수퍼맨이 필요한 이유’다.

-애인 로이스가 왔다갔다 한 것처럼 우리들 역시 수퍼맨에 대한 애증이 왔다갔다 했다. ‘수퍼맨 시리즈’가 처음 시작됐던 1978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수퍼맨을 원했다. 영웅을 원했다. 자신들을 이끌 진정한 지도자를 원했다. 베트남전의 후유증과 만성적인 경기불황으로 극도의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너무나 지긋지긋했으니까.

 

 



 

-그러나 막상 레이건 시대가 개막되고,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라는 대증요법에 따라 일시적인 대 호황국면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그토록 갈망했던 영웅을 저버렸다. 영화속 로이스가 ‘더 이상 수퍼맨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사람들 역시 수퍼맨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달라졌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극도로 혼미한 상태에 빠져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극단적 양극화로 고통받고 있다. 로이스가 그랬듯이 사람들 역시 ‘수퍼맨이 다시 필요해진 것’이다. ‘수퍼맨 리턴즈’에서 수퍼맨이 맨 처음 해결하는 사건은 여주인공 로이스 등 기자단을 태운 비행기가 양 날개를 잃은 채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한가운데로 추락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사실 수퍼맨의 영원한 경쟁자인 렉스 루터가 조장한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비행기 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날 뻔했던 그 같은 상황은 단박에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따라서 이 영화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고, 또 어디로 갈 것인지를 곧바로 상징해낸다. 미국은 9·11 테러의 트라우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퍼맨 리턴즈’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많이 보면 미국문화병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단선적인 생각이다. 편협한 생각이다. 영화는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수퍼맨 리턴즈’같은 영화야말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 대중문화뿐 아니라 지금의 미국사회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수퍼맨에게 자꾸 마음이 끌리는 건 그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기도록 할 만큼 끌리는 건 아니다. 근데, 크립톤성에도 성형외과가 있나?)

06. 07. 1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woshot 2006-07-1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동진의 '우왕좌왕'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슈퍼맨 리턴즈]에 대한 묘사로는 한참 부족합니다. 이 영화는 엑스맨의 마그니토(2차 세계대전의 폴란드수용소에서 살아남은)가 슈퍼맨(메시아)으로 변신한 얘기에 가깝습니다. 너무 우아하게 나오니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거죠. 크립톤행성의 출신자/유태인/게이가 우아하게 하늘을 날아다니면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하며 바라보면 좋을 것을...

로쟈 2006-07-1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rcus님의 우아한 리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아님,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