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이 가후와 미시마 유키오, 둘다 일본 작가이기에 뭔가 연관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보탤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미시마 유키오의 책을 찾다가 나가이 가후의 책만 찾고 말았다는... 그런 이야기다. 휴일마다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강의책(강의에 쓸 책)을 찾는 것인데, 정확하게는 찾다가 못 찾는 것인데, 이번 주에는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가 그렇다.
웅진지식하우스판을 강의에서 쓰는데, 이미 한번 강의에서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책장에 꽂혀진 걸 한두 주 전에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챙겨놓으려니 눈에 띄지 않는다. 중고로 구입한 청림출판본만 찾았을 뿐이다. 분명 영어본과 같이 어딘가에 꽂혀 있거나 뉘어 있을 텐데, 행방이 묘연하다(누군가 불태운 것인가?).
자주 겪는 해프닝이어서 마인트 콘트롤은 하고 있지만 전혀 유쾌할 게 없는 일이다. 집안 여러 곳을 쑤시고 다니다 보니 얼떨결에 우치다 타츠루(타쓰루)의 <반지성주의를 말하다>(이마, 2016)를 발견한 성과는 있다(엊그제 찾으려던 책이다). 그리고 일본 화류소설의 일인자라는 나가이 가후의 책도.
나가이의 책은 최근에 <묵동기담/스미다 강>(문학과지성사, 2017)이 추가되었다. 문학동네판 제목으로는 <강 동쪽의 기담>(문학동네, 2014)인데, 여기에 '스미다 강'과 '불꽃'이 같이 수록돼 있다. 그러니까 중복 번역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묵동기담>(문예춘추사, 2010) 한 편만 따로 출간되기도 했다. 효율을 고려하면 문학동네판이 유리하겠다.
나가이 가후에 대해 주목하게 된 계기가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정은문고, 2015)이 출간된 것.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 나가이의 도쿄 산책기인데, 그가 어슬렁어슬렁파, 내지 터덜터덜파가 된 동기가 주목 거리다.
"수많은 일본작가가 사랑한 작가, 당대 최고의 문학가 나가이 가후의 도쿄산책기다. 탐미주의 작가로 알려진 나가이 가후를 단지 화류계의 여인을 사랑한 작가에서만 그 호기심이 멈춘다면 당신은 불행하달 수밖에 없다. 산책이란 자신이 살아온 생을 추억하는 것이라던 그의 '산책론'은 지금 이 시대에 더 빛나기 때문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뿌리 메이지시대에 태어난 나가이 가후는, 일본이 제국주의로 치달리는 가운데 차라리 군국주의를 등지고 터덜터덜 산책이나 하련다고 결심한다."
또 다른 계기는 일본 탐미주의의 거장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평가. 그는 선배 작가인 나가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가이 가후는 내 예술의 혈족(血族)이다." 그러니까 다니자키 문학의 족보를 추적하기 위해서도 거쳐가야 하는 작가가 나가이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나가이 가후의 화류소설에 대해서 우에노 지츠코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은행나무, 2012)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렇게 보면 탐미주의 작가들과 여성주의는 잘 양립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 탐미파의 주된 수작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미시마의 <금각사>도 예외가 아니다. 아름다움(여성성)의 매혹과 그 극복이 작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일본의 탐미주의 대표작들만 따로 묶어서 읽어봐도 좋겠다 싶다. 나가이 가후도 포함해서... 그나저나 <금각사>는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17. 0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