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오래된 새책'이 출간되었기에 몇 자 적는다. 작가 김승옥의 산문집 <뜬 세상에 살기에>(예담, 2017)가 1977년 초판 복각본과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 초판을 기준으로 40년만이다. 소개를 보니 늦어진 사연이 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의지라기보다 서울대 문학 동인지 '산문시대'를 함께했고 당시 지식산업사에서 책을 만들던 최하림 시인이 '이상문학상이 제정되고 그 첫 수상자로 김승옥이 선정된 사건'을 기념하여 여기저기 발표된 김승옥의 수필들을 모아 엮어 출판을 제안한 결과였다. 김승옥은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는 남의 요구에서가 아닌 스스로 우러나 쓰는 수필도 좀 열심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작가의 다음 수필집은 출간되지 못했다. 대신 <뜬 세상에 살기에>가 그 모습을 바꿔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이 책의 복간을 결정했을 때 1977년 지식산업사 초판본은 작가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때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장인 윤성근 작가가 녹번동 재개발지역의 책 더미 속에서 발견한 후 소중하게 간직해온 자신의 소장본을 선뜻 기증해준 덕분에 이 책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작가 자신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주변이나 지인들까지 안 갖고 있었던가, 의문이 들긴 한다. 게다가 도서관은? 여하튼 희귀본이 원래의 모습과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인다니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장서가들의 관심도 부추길 만하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의 제1회 수상작은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이었다. 이 또한 0장부터 1장, 2장 써나겠다는 의도로 붙여진 제목이지만 0장에서 끝나고 말았다. 지금은 김승옥 전집으로 갈무리돼 있는 상태로 문학동네판 전집은 1995년과 2004년 두 차례 출간되었다. <무진기행>과 한국문학전집판의 <생명연습>(문학동네, 2014)을 소장하고 있는데, 전집의 나머지 권도 구입해야 하나 문득 망설여진다.
김승옥 선집은 <무진기행>이나 <서울 1964년 겨울> 등의 제목으로 여러 종이 더 나와 있다. 그리고 신앙 에세이로 또 다른 산문집 <내가 만남 하나님>(작가, 2007)은 개정판으로 나온 게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김승옥 관련서로는 그에게 헌정된 <르네상스인 김승옥>(앨피, 2005)와 <혁명과 웃음>(앨피, 2005)가 특기할 만한 책들인데,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이광수의 <무정> 발표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올해는 한국문학 강의도 진행할 예정인데, 하반기에는 김승옥도 다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로서도 꽤 오랜만에 김승옥을 다시 읽게 되겠다. 이참에 영어판도 읽어봐야겠다...
17. 01. 30.